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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근의 작품은 '식물성'이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색이 씨앗이다. 수백 번의 붓질과 마르기, 닦아내기, 또 붓질로 거듭된 색들은 스미고 스며들어 몰아일체 경지에 이르렀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활동하는 전원근 작가는 유럽에서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머물고 있지만 자신의 작업이 동양적인 것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미니멀리즘 또는 기하학적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뭔가 오묘한 에너지가 흐르는 작품의 배경이다. 초이앤초이 갤러리가 새해 첫 전시로 선정한 전원근 개인전이 오는 2월24일까지 열린다. 개인적인 서사를 담아내는 작가의 작품은 자기 자신의 기억 속 파편의 일부를 색으로 표현한다. 그림 한 점 한 점은 개인적 경험을 담은 자화상이자 우리의 역사를 담은 기록이며 보는 이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창가의 화분에 자리 잡은 식물을 보며 어떤 동질감을 느낀다"는 작가의 이번 개인전 제목은 '식물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소리치기보다 색감, 후각과 오감 등 조용하고 여린 언어로 자신을 알리는 식물처럼" 그의 작업도 겉으로 화려하거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닌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고 화분에 물을 주듯 물감을 캔버스에 더하며 꾸준하게 그리고 있다고 했다. 초이앤초이갤러리 최선희 대표는 "작가의 붓질은 마치 불교 신도의 삼천 배를 보는 듯하다. 오랜 시간 여러 겹의 색을 입히며 기다린 작가의 흔적이 다양한 색채로 스며들어 있다"며 "전원근 작품은 수행과 인내심이 중심에 있는 한국의 단색화에 가깝다"고 소개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23
'시간 속에 짓고 싶었던 한 채의 집, 한옥'이 프랑스 파리를 홀린다. 사진가 이동춘(62)이 안동 '후조당' 등 한국의 고택과 서원을 한지에 인화한 '한옥 사진'전이 오는 30일부터 프랑스 파리 오&송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의 첫 해외 상업갤러리 전시다. 가로 1m, 세로 1.8m에 산수유 꽃과 설경, 녹음 등 사계절을 골고루 담은 대형 사진 작품이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한국의 서원’으로 등재된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의 모습도 담아 한국 문화유산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이동춘 작가는 지난 2005년부터 전국 곳곳의 종가 등 고택을 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미국 LA한국문화원을 비롯해 독일과 헝가리, 불가리아 등 전 세계에서 한옥을 선보여왔다.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 20여 일간 '경치를 빌리다– 한옥의 차경借景' 전시를 여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작가는 “한지에 사진을 인쇄하는 방법은 최근 몇 년전부터 시도한 특별한 방식”이라며 “국가무형문화재의 손끝에서 탄생한 문경한지를 사용해 전통 가옥인 한옥이 지구 반대편 전 세계인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사진 32점을 선보이는 전시는 2월10일까지 열린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19
초이앤초이 갤러리는 독일 뒤셀도르프를 거점으로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전원근 작가의 개인전 '식물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오는 2월24일까지 선보인다. 전원근의 작업은 수행이다. 빨강과 노랑, 초록과 파랑 네 개의 색상만을 가지고 완성되는 작품은 지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네 가지 색상 외 특정 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조합과 시도를 거치고, 팔레트가 아닌 캔버스 표면에서 섞이는 색들은 한 획의 붓질이 마르기까지 기다리고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해 이 모든 노고와 기다림이 결정점에 다다를 때쯤 이미 한 해가 지나가기도 한다. 미니멀리즘 또는 기하학적 추상에 기반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말레비치 또는 데 스틸의 철학적인 이상과는 달리 수백 번에 걸친 붓질과 마르기, 닦아내기, 그 위에 또다시 시작되는 붓질은 마치 불교 신도의 삼천 배를 보는 듯해 오랜 수행과 인내심이 중심에 있는 한국의 단색화에 가깝다. 네 가지 색상에 초점을 맞추는 그의 작업은 오방색을 통해 한국적인 모더니즘을 도모했던 김기린 화백을 닮은 구석도 있다. 유럽에서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머물고 있지만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동양적인 것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서사를 담아내는 작가의 작품은 자기 자신의 기억 속 파편의 일부를 색으로 표현하며 시작되고, 이런 기억들은 작가의 유년기를 거슬러 역사의 잔재들로 넘어간다. 작가는 자신의 주기적으로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도시에 남아있는 역사의 흔적들, 그리고 끊임없이 변해가는 대도시의 모습들을 채집하고 작품에 새긴다. 이런 작가의 작품 한 점 한 점은 개인적 경험을 담은 자화상이자 우리의 역사를 담은 기록이며 보는 이를 비추는 거울이다. 기억과 경험을 축적하며 그려지는 전원근의 그림은 따라서 그 과정 또한 결과물만큼이나 중요하다. 언뜻 보기에는 흰색, 붉은색, 푸른색 등 단순히 한 가지 색상만으로 그려진 듯 보이는 작품의 가장자리에도 오랜 시간 여러 겹의 색을 입히며 기다린 작가의 흔적이 다양한 색채로 스며들어 있다. 자리 잡는다. 작가는 창가의 화분에 자리 잡은 식물을 보며 어떤 동질감을 느낀다. 식물은 소리치기보다 색감, 후각과 오감 등 조용하고 여린 언어로 자신을 알린다. 작가의 작업 또한 겉으로 화려하거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닌 꾸준한 노력과 연륜을 기반한다.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고 화분에 물을 주듯 물감을 캔버스에 더하며 그려지는 전원근의 식물은 그 만의 언어로 조용히 말을 건다.
[뉴스1] 김일창 | 2024.01.18
"주어진 시간 동안 남은 힘을 다해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보답하겠다.” 새해 갑진년 청룡의 해 89세의 조각가 김윤신 시대가 활짝 열렸다. 미국 최고 갤러리인 리만머핀과 국내 최고 갤러리인 국제갤러리가 조각가 김윤신과 전속계약을 공동으로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은 "구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부지런히 작업하며 무한히 발전하는 김윤신의 예술 여정을 적극 지원하고 널리 알리는데 힘쓸 것"이라며 "김윤신이 자신의 웅숭깊은 작업세계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나아가 국제 무대에서 작가의 시대적 가치에 대한 재고가 활발히 이어지도록 그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린 '김윤신:더하고 나누며, 하나' 전시로 국내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작가는 한국의 1세대 여성 조각가로 통한다. 조각가 김윤신은 “2023년은 나의 60여 년 예술 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지난 40년간 아르헨티나에 머물며 작업한 것은 내 의지에 의한 결정이었고, 2022년 아흔을 눈 앞에 두고 한국을 방문한 것은 생애 마지막 고국 방문으로 계획된 것이었다. 2023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개인전을 계기로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과 리만머핀의 라쉘 리만(RachelLehmann) 공동 창립자를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두 갤러리의 성원과 격려, 그리고 고국에 계신 분들의 따뜻한 환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김윤신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강원도 원산(현 북한지역)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으로 가족과 서울로 남하했다. 1959년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1960년대 프랑스로 유학 갔다. 1964년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조각 및 석판화를 전공했다.이후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작가는 지난 60여년 간 활발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 아르헨티나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18
"불순함이 순수함을 더욱 강하게 단련하고, 생경스러움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고, 불완전한 상태가 오히려 신비가 된다." 일본 작가 카이토 이츠키(Kaito Itsuki)의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열린다. 역설의 신화를 통해 자기 존재에 대한 심오한 탐구와 존재의 희열을 화폭에 쏟아내는 작가다. 17일부터 펼치는 이번 전시는 2021년 갤러리밈과 인연을 맺은 후 한국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여는 의리 있는 자리다. 1993년 생의 일본 도쿄 대학 출신 작가는 런던, 방콕, 베이징, 홍콩, 취리히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오는 5월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특별전도 기획중이다. 일본 미술전문지 미술수첩이 꼽은 ‘일본작가 100인’(2021), Forbes JAPAN의 ‘차세대를 이끌어갈 30세 미만의 혁신가(‘NEXT UNDER 30’, 2018)’에 선정됐다.
쓰고 닳아진 '비누 조각'을 전시하는 팝업 전시가 열렸다. 롯데갤러리는 신미경 작가 아트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오는 2월6일까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5층 브릿지에서 선보인다. 신미경 작가의 '화장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펼친 이번 전시는 2023년 롯데백화점 44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다. 지난해 5월부산 롯데아트페어에서 신미경의 비누 조각 작품 44점을 특별 전시하고, 전시 이후 문화예술 관계자 및 고객들에게 전달해 직접 사용하게 했다. 신미경 작가는 쉽게 닳는 재료인 ‘비누’를 통해 고대 유물을 재현, 시간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작가다. '화장실 프로젝트'는 작가의 대표 작품으로 화장실에 설치해 놓고 사람들이 이용하게 하는 작품으로 마모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 되는 작품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유승희 코리아나 미술관 관장, 조각가 권오상, 디자이너 이정우, 미하라 야스히로, 가수 어반자카파의 조현아, 뮤지컬배우 정선아, KBS 장애인 앵커 허우령, 아나운서 박윤미, 디지털 크리에이터 수사샤 등 다양한 국내외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또 롯데백화점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신청자를 받아 아트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15
“조각의 목표와 과제는 분절과 결합으로 요약된 자연이다.” 한국 추상 조각 거장 박석원(82)은 '비유비공(非有非空)'의 세계에 다가섰다.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유(有)와 무(無)의 '중도'에서 '축적의 힘'을 전한다. 1980년대 전후로 시작된 ‘적의(積意)’ 시리즈를 중심으로 조각 뿐만 아니라 평면 작업까지 폭넓은 예술 세계를 전한다. 그의 대표 작품인 ‘적(積)'시리즈가 돌이나 쇠(스테인리스), 나무 등을 쌓아 올렸다면 ‘적의(積意)’시리즈는 캔버스 위에 한지의 겹을 쌓았다. 적의'는 영어로 'Mutation-Relation'으로 표기하고 있다. ‘적(積)’이라는 글자가 의미하는 ‘쌓기’ 내지는 ‘축적’이 아니라 관계에 의한 ‘변용’ 내지 ‘변이’를 강조한 것이다. 쌓기까지 내공은 깊다. 1968~1969년 '초토'와 '비우'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 20대 때 한국의 대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 아방가르드 협회(AG)의 창립 맴버로 활동하며 제5회 파리 비엔날레(1966), 제 10회 상파울로 비엔날레(1969)에 참여했다. 1993년부터 2008년까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를 역임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12
갑진년, '청룡의 해'를 기념한 용 그림 전시가 마련됐다. 박물관의 옛날 그림을 빼고 막상 보려면 없는 '용 그림'이다. 서울 인사동 윤갤러리는 오는 15일부터 2024년 청룡의 해에 소선 서영석 작가의 '용, 용 나르샤'개인전을 개최한다. 푸른 용을 주제로 33점을 전시한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11
자세히 보아야 안다. 그냥 색면 추상화가 아니라는 것을. 붓 대신 베틀을, 물감 대신 색실을 이용해 만든 색색의 '직물 회화'를 바느질해 캔버스에 끼웠다. 아시아 작가도 아닌 미국 작가여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단 쿡(40)작가로 2018년 가나아트에서 첫 개인전을 열어 국내에도 알려졌다. 2021년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연다. 가나아트 나인원은 에단 쿡의 개인전 'Passage'를 10일 개막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작가 지속하고 있는 캔버스 작업과 그간의 여정을 풀어낸 작품 10점을 선보인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10
4m가 넘는 대작 '목탄 드로잉'은 강렬한 생의 의지를 뿜어낸다. 작품 제목은 '멧돼지 사냥(Die Eberjagd)'. 마치 세계사의 우화처럼 이국적인 그림은 베를린에서 작업하고 있는 한국 화가 빈우혁(42)의 작품이다. 석회화 건염으로 어깨를 사용하지 못하던 시기 티어가르텐 공원을 산책하면서 눈여겨본 풍경과 동상을 화폭으로 옮겼다. 49장의 드로잉을 결합해 시간의 변화를 보이는 그림은 '멧돼지 사냥'이라는 제목처럼 인간과 동물이 벌이는 긴장의 에너지가 폭발한다. 검은 목탄에도 놀랍도록 거친 생기가 넘치는 건 작가가 거듭한 고민의 결과다. 보이는 정경을 어떻게 이차원 평면에 옮길 것인가, 정경이 품고 있는 비가시적인 정보를 어떻게 거르고 축약할 것인가에 천착했다. 빈우혁 개인전 '멧돼지 사냥'전이 서울 한남동 갤러리 바톤에서 오는 12일 개막한다. 베를린으로 이주한 이후 즐겨 찾던 공원의 정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시리즈로 선보여 왔던 작가가, 뜻하지 않았던 휴식기를 보낸 후 보다 성숙하고 유연해진 태도로 임했던 신작들을 선보인다. 갤러리바톤은 "자연이라는 본질을 화폭에 오롯이 전이할 수 있는지. 그런 점에서 넓게 펼쳐진 정경에 집중하던 그간의 방식에서 선회한 빈우혁의 이번 전시는 수면의 일부, 고목 주변의 이끼 등 미시적인 대상을 추상성이 강조된 화려한 색조로 풀어낸 점이 눈에 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