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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화가' 윤형근(1928~2007)의 반전이다. 그동안 누리끼리하고 검고 묵직한 그림과 달리 '빨노파' 원색의 강렬하고 밝은 작품이 최초 공개됐다. 54년 만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이 그림은 마치 '산 작가' 유영국(1916-2002)의 작품 같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16일 과천관에서 개막하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전에 윤형근의 1960년대 기하학적 추상작 '69-E8'(1969)을 최초로 공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이 작품은 유족이 재작년 윤형근 작업실을 정리하면서 발견했다. 1969년 브라질 살파울로 비엔날레 출품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작품이다. 유족은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사진은 있었으나 그간 소재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기하추상 전시를 계기로 이를 발굴하여 수집 제안하고 심의를 거쳐 소장품 목록에 올렸다.
[뉴시스] 박현주 | 2023.11.15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는 덴마크 회화 작가 마리아 반델(45)의 첫 한국 개인전을 오는 17일부터 한 달간 선보인다. 덴마크 왕립미술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덴마크와 유럽에 이어 최근 일본, 대만 등 아시아로 전시를 확장한 작가는 역동적인 붓놀림과 강렬한 색상으로 수집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2023년 최신작 'Not keeping journal, 일기를 쓰지 않음'시리즈와 2019년에 발표한 'Here once again, 또 다시 여기에'시리즈의 대형 회화 작 20여 점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뉴시스] 박현주 | 2023.11.12
올 들어 세계 미술계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이고 있는 독일 화가 안드레 부처(50)가 한국에도 상륙했다. 이미 프리즈 키아프 등 아트페어에서 인기몰이를 해온 작품이다.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공들여 안드레 부처의 서울 첫 개인전을 마련했다. 2020년 상하이 유즈 미술관 이후 아시아에서는 3년 만에 여는 전시다. 10일 개막한 전시는 5m 대형 회화부터 드로잉 까지 신작 15점을 선보인다. 알록 달록 색감과 만화 캐릭터 같은 인물로 귀여움으로 끌어당기지만 속내는 깊다. 독일의 어두운 과거사가 숨어 있다. 울퉁불퉁 해골을 닮은 '방랑자(Wanderer)'는 독일 나치스의 'SS친위대' 로고를 변형해 만든 얼굴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의 표상이자,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에서 착안했다. 독일의 표현주의와 미국 대중문화를 융합한 작품은 삶과 죽음, 산업화와 대량 소비 등 20세기의 오류를 초월하는 회화적 언어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의 공간에서 두 개의 공간이 열리는 SF영화 한 장면 같은 그림 전시가 열렸다. 서울 소공동 금산갤러리에서 펼친 SINN(김진언)작가의 개인전 '비밀의 정원, 미지의 섬(Secret Garden, Unknown Island)'은 전시 제목 그대로 미지의 신비함을 '환영(幻影)'처럼 보여준다. 시각 예술과 더불어 라이브 음악 공연도 선보이는 시·청각적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전시로, SINN 작가가 지중해 섬에서의 경험과 상상을 토대로 구상한 동화 형식의 작품 세계에 빠지게 한다. 10일 오후 5시 열린 개막식 행사는 작가의 프로젝트 내에서 음악 작업을 담당한 뵨 마티즌(BJÖRN MATTHIESSEN) 의 라이브 공연을 진행했다. 4명의 연주자가 마림바, 실로폰 등 타악기로 연주, 지중해 섬에서 얻은 영감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회화 작품과 또 다른 매력을 전했다.
서울 이태원에 문을 연 독일 화랑 에스더 쉬퍼 서울점은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탈리아 작가 로사 바바(49)의 한국 첫 개인전을 열었다. 8일 'Beginning What and Ending Away'를 주제로 영상 설치 작품과 셀룰로이드를 활용한 3점의 키네틱 조각, 왁스 조각, áWeaversñ 연작, 직조한 필름으로 만든 패널 작품을 선보인다.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작업활동을 하는 로사 바바는영 화 매체를 혁신적으로 활용하고 개념적으로 탐구하는 작가로 동시대 세계 미술시장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전시 경력이 화려하다. 파리 퐁피두 센터(2023), 런던 테이트 모던(2023), 호주 퍼스현대미술관(PICA)(2023), 로마 빌라 메디치(2022), 베를린 신국립미술관(2021-22),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 (2019), 마드리드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토(2017),밀라노 피렐리 안가르 비코카 (2017), 프랑크푸트르 쉬른 쿤스트할레 (2016),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MIT 리스트 시각 예술 센터 (2015)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현재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에서 '공간과 시간의 예술' 프로그램의 담당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12월21일까지.
[뉴시스] 박현주 | 2023.11.09
우글우글 붓질이 폭주하는 그림은 '야성의 부름'에 응답하듯 잠자던 본능을 일깨운다.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모를 굴레의 소용돌이를 휘감으며 원시에서 문명으로 문명에서 원시로 내달리게 한다. 그 한복판을 지배하고 있는 건 인간으로, 현란함과 혼란함을 온몸에 두른 채 볼수록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펼치는 박광수 작가의 개인전 '구리와 손'은 오랜만에 신선하고 독특한 회화의 맛을 전한다. 우글거리는 화려한 색채와 필치에도 선들이 생동하는 '골법용필(骨法用筆)’ 드로잉이 돋보인다. 화면을 가득 채운 현란한 채색과 기운 넘치는 속도감, 짜임새와 무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전 아크릴 작업에서 벗어나 유화로 그려진 작품은 작가의 말처럼 "기름기가 더해져" 진득하고 담백해졌다. 평면속에서도 입체감을 전하는 그림은 작가가 만든 붓놀림 기법이 만든 흔적이다. 물감을 더하고 지워내 동서양 회화의 장점을 압축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3.11.08
이화익갤러리는 오는 28일까지 이기영 작가의 개인전 '두 번째 답변'(Subsequent answer)을 개최한다. 이기영은 동양화 전통 재료인 먹의 물성에 많은 관심을 두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그만의 특징적인 현대 수묵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한지 위에 엷게 바른 소석회, 그 위에 먹으로 수없이 그리고 지우고 닦아내고를 반복한 흔적이 화면에 담겨있다. 최근 들어서는 그 화면 위에 선을 긋고 깎아낸 후 상감해 다양한 색을 선보이고 있다. 이기영의 작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공허함과 관련된 행위와 예민하고 긴장된 상황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세계'다. 이전부터 그는 작가로서 작업을 하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 '감독'이 되어 상황을 '연출'하여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제는 자신이 '배우'가 되어 '표현'하는 과정을 담아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가령 그의 작업 세계의 근간이 되는 '공허함'이라는 감정을 그리기 위해 예전의 기억을 끄집어내어서 그리고 지우고 닦아내는 행위로 상황을 연출해 보기도 하고, 선을 긋는 작업을 통해 예민하고 긴장되는 '현실'의 상황을 표현해 보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비로소 뭉클한 풍경이 완성되었을 때 가장 만족감을 느낀다고 작가는 말한다. 전시명은 그가 지속해서 전시를 선보이며 하는 그다음, 차후의,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결과물(답변)에 대한 은유적이고 중의적인 표현이다. 이기영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자신만의 화법을 구축하며 전업 작가의 길을 꾸준히 걸어오다 2014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 전공 교수로 부임해 더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뉴스1] 김일창 | 2023.11.08
화가 이기영은 이번 개인전 전시 제목이자 작품 제목을 ‘두 번째 답변’ 영어로는 ‘Subsequent(그 다음의, 차후의) answer’로 정했다. "늘 제목 자체에 큰 의미나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아 ‘무제’ 혹은 화면에 담긴 형태 자체의 ‘직관적인 제목’을 지었는데, 어느 순간 그가 그동안 작가로서 작업 활동을 이어오며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질문이 없는 답변만 계속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두 번째 답변' 전시는 지속적으로 전시를 선보이며 하고 있는 그 다음, 차후의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결과물(답변)에 대한 은유적이고 중유적인 표현인 셈이다. 오는 8일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펼치는 이번 전시에는 회화 20여점을 선보인다. 이기영 작가는 동양화 전통 재료인 먹의 물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그만의 특징적인 현대 수묵 작업을 해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자신만의 화법을 구축하며 전업 작가의 길을 꾸준히 걸어오다 2014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 전공 교수로 부임하여 활동하고 있다. 한지 위에 엷게 바른 소석회 위에 먹으로 수없이 그리고 지우고 닦아내고를 반복한 흔적이 화면에 담겨있다. 최근 들어 그 화면 위에 선을 긋고 깎아낸 후 상감하여 다양한 색을 선보이고 있다.
전소정의 신작 영상 '오버톤(overtone)'은 소리를 따라 남북을 가로질러 이동했던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의 여정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한·중·일 아시아의 금(琴) 연주그룹 고토히메(KOTOHIME)와 이들의 연주를 위해 한국과 독일, 과테말라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세 명의 작곡가가 모여 ‘세 개의 악장, 음악의 길이, 템포’만을 합의한 채 각각 가야금, 고토, 고쟁을 위한 곡을 만들어낸다.
보이지 않는 이상향의 추구, 전통의 산수화가 산을 통해 유토피아를 지향했다면 유혜경 작가는 그 관념에서 자유롭다. 장지에 채색화 전통 재료에 설치물을 만들기도 하고 선조들이 보여 주었던 예술성, 가치관을 구체적으로 선보여 왔다. 평면을 벗어난 부조의 산은 입체적인 면모로 드러나 재미와 신선함을 선사한다.
[뉴시스] 박현주 | 202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