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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뿌리들이 거미줄처럼 공간을 점령했다. 6m가 넘는 뿌리 줄기 위쪽은 하늘로 향하고 작은 뿌리들이 바닥에 뻗어 나가 꿈틀대는 생명의 에너지를 전한다. 이른바 '생명의 그물망'이다. '소나무 작가'로 알려진 조각가 이길래의 개인전이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 새해 첫 전시 문을 열었다. 금강송(金剛松)을 차용해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을 표현한 '소나무 연작'을 해온 작가의 작품 세계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25일부터 '늘 푸른 생명의 원천에 뿌리를 내리다'를 타이틀로 펼치는 전시는 소나무 뿌리와 돌의 결합, 자연물과 인체가 융합된 형태의 신작들을 대거 선보인다. 특히 한국 적송(Korean red pine)의 뿌리와 돌을 대비 시킨 거대한 설치 조각을 주요 작품으로 등장 시켜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제공한다. 작가는 뿌리를 통해 연결된 생태계 시스템을 강조하기 위해 설치 방식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전시장 2, 3층을 관통하는 공간 특성을 활용했다. 2층에서 뿌리 줄기를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거나 3층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게 배치해 땅속에서 꿈틀대는 생명의 에너지가 뿌리에서 흡수되어 줄기를 타고 위로 뻗어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요 뿌리에서 여러 개의 작은 뿌리들이 갈라져 뻗어 나가는 사이에는 크고 작은 돌덩어리들이 흩어져 놓여 있다. 작가는 "돌은 수세기 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고요한 불변의 물질로써 시간에 저항하는 강인한 특성을 지녔다"며 "뿌리와 돌이라는 대립적인 속성 간의 결합은 생명과 불변, 변화와 안정, 유기체와 무기체 등의 상반된 요소들이 연결되어 함께 존재할 때 자연은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24
"책임 심의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그렇게 하도록 해야 되는 거예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확대기관장회의에서 다시 한번 '책임심의제' 도입을 위한 기관의 노력을 촉구했다. 이날 유 장관은 "직원들이 훈련이 돼야 몇 년 안에 제도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며 기관장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책임심의제'는 문화예술계를 지원하는 산하 기관 직원들이 심의 결과를 평생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다. 유 장관이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김범훈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직무대리, 박영정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 공공기관과 유관기관 기관장 15명이 참석해 올해 주요 현안과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는 지난해 유 장관이 주문한 예술가에 대한 '간접지원'과 내부 전문가가 심사를 도맡는 '책임심의제'에 부합하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정병국 위원장은 "장관이 강조하신 책임 심의제와 동일한 전담 심의제를 (기관에서) 시행한다"며 "추가로 올해부터 수시 공모하는 7개 분야에 대해서 전담 심의관을 선발하고 3월 이후에 투입될 예정이다. 시범적으로 시행한 후 이를 보완해 내년에는 모든 분야에 전담 심의관을 직원 중에 선발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범훈 대표 직무대리는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예술 지원 방식 개선과 책임 심의관제 시범 도입을 두 개의 방향으로 설정해 시행하고자 한다"며 "간접 지원의 경우 지난해 개관한 아트코리아랩 내 예술인, 단체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홍보 마케팅과 법률 컨설팅을 상시 제공하는 비즈센터를 올해 3월 개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신재우 | 2024.01.24
전원근의 작품은 '식물성'이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색이 씨앗이다. 수백 번의 붓질과 마르기, 닦아내기, 또 붓질로 거듭된 색들은 스미고 스며들어 몰아일체 경지에 이르렀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활동하는 전원근 작가는 유럽에서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머물고 있지만 자신의 작업이 동양적인 것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미니멀리즘 또는 기하학적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뭔가 오묘한 에너지가 흐르는 작품의 배경이다. 초이앤초이 갤러리가 새해 첫 전시로 선정한 전원근 개인전이 오는 2월24일까지 열린다. 개인적인 서사를 담아내는 작가의 작품은 자기 자신의 기억 속 파편의 일부를 색으로 표현한다. 그림 한 점 한 점은 개인적 경험을 담은 자화상이자 우리의 역사를 담은 기록이며 보는 이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창가의 화분에 자리 잡은 식물을 보며 어떤 동질감을 느낀다"는 작가의 이번 개인전 제목은 '식물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소리치기보다 색감, 후각과 오감 등 조용하고 여린 언어로 자신을 알리는 식물처럼" 그의 작업도 겉으로 화려하거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닌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고 화분에 물을 주듯 물감을 캔버스에 더하며 꾸준하게 그리고 있다고 했다. 초이앤초이갤러리 최선희 대표는 "작가의 붓질은 마치 불교 신도의 삼천 배를 보는 듯하다. 오랜 시간 여러 겹의 색을 입히며 기다린 작가의 흔적이 다양한 색채로 스며들어 있다"며 "전원근 작품은 수행과 인내심이 중심에 있는 한국의 단색화에 가깝다"고 소개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23
'시간 속에 짓고 싶었던 한 채의 집, 한옥'이 프랑스 파리를 홀린다. 사진가 이동춘(62)이 안동 '후조당' 등 한국의 고택과 서원을 한지에 인화한 '한옥 사진'전이 오는 30일부터 프랑스 파리 오&송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의 첫 해외 상업갤러리 전시다. 가로 1m, 세로 1.8m에 산수유 꽃과 설경, 녹음 등 사계절을 골고루 담은 대형 사진 작품이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한국의 서원’으로 등재된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의 모습도 담아 한국 문화유산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이동춘 작가는 지난 2005년부터 전국 곳곳의 종가 등 고택을 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미국 LA한국문화원을 비롯해 독일과 헝가리, 불가리아 등 전 세계에서 한옥을 선보여왔다.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 20여 일간 '경치를 빌리다– 한옥의 차경借景' 전시를 여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작가는 “한지에 사진을 인쇄하는 방법은 최근 몇 년전부터 시도한 특별한 방식”이라며 “국가무형문화재의 손끝에서 탄생한 문경한지를 사용해 전통 가옥인 한옥이 지구 반대편 전 세계인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사진 32점을 선보이는 전시는 2월10일까지 열린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19
초이앤초이 갤러리는 독일 뒤셀도르프를 거점으로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전원근 작가의 개인전 '식물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오는 2월24일까지 선보인다. 전원근의 작업은 수행이다. 빨강과 노랑, 초록과 파랑 네 개의 색상만을 가지고 완성되는 작품은 지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네 가지 색상 외 특정 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조합과 시도를 거치고, 팔레트가 아닌 캔버스 표면에서 섞이는 색들은 한 획의 붓질이 마르기까지 기다리고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해 이 모든 노고와 기다림이 결정점에 다다를 때쯤 이미 한 해가 지나가기도 한다. 미니멀리즘 또는 기하학적 추상에 기반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말레비치 또는 데 스틸의 철학적인 이상과는 달리 수백 번에 걸친 붓질과 마르기, 닦아내기, 그 위에 또다시 시작되는 붓질은 마치 불교 신도의 삼천 배를 보는 듯해 오랜 수행과 인내심이 중심에 있는 한국의 단색화에 가깝다. 네 가지 색상에 초점을 맞추는 그의 작업은 오방색을 통해 한국적인 모더니즘을 도모했던 김기린 화백을 닮은 구석도 있다. 유럽에서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머물고 있지만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동양적인 것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서사를 담아내는 작가의 작품은 자기 자신의 기억 속 파편의 일부를 색으로 표현하며 시작되고, 이런 기억들은 작가의 유년기를 거슬러 역사의 잔재들로 넘어간다. 작가는 자신의 주기적으로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도시에 남아있는 역사의 흔적들, 그리고 끊임없이 변해가는 대도시의 모습들을 채집하고 작품에 새긴다. 이런 작가의 작품 한 점 한 점은 개인적 경험을 담은 자화상이자 우리의 역사를 담은 기록이며 보는 이를 비추는 거울이다. 기억과 경험을 축적하며 그려지는 전원근의 그림은 따라서 그 과정 또한 결과물만큼이나 중요하다. 언뜻 보기에는 흰색, 붉은색, 푸른색 등 단순히 한 가지 색상만으로 그려진 듯 보이는 작품의 가장자리에도 오랜 시간 여러 겹의 색을 입히며 기다린 작가의 흔적이 다양한 색채로 스며들어 있다. 자리 잡는다. 작가는 창가의 화분에 자리 잡은 식물을 보며 어떤 동질감을 느낀다. 식물은 소리치기보다 색감, 후각과 오감 등 조용하고 여린 언어로 자신을 알린다. 작가의 작업 또한 겉으로 화려하거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닌 꾸준한 노력과 연륜을 기반한다.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고 화분에 물을 주듯 물감을 캔버스에 더하며 그려지는 전원근의 식물은 그 만의 언어로 조용히 말을 건다.
[뉴스1] 김일창 | 2024.01.18
"주어진 시간 동안 남은 힘을 다해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보답하겠다.” 새해 갑진년 청룡의 해 89세의 조각가 김윤신 시대가 활짝 열렸다. 미국 최고 갤러리인 리만머핀과 국내 최고 갤러리인 국제갤러리가 조각가 김윤신과 전속계약을 공동으로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은 "구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부지런히 작업하며 무한히 발전하는 김윤신의 예술 여정을 적극 지원하고 널리 알리는데 힘쓸 것"이라며 "김윤신이 자신의 웅숭깊은 작업세계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나아가 국제 무대에서 작가의 시대적 가치에 대한 재고가 활발히 이어지도록 그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린 '김윤신:더하고 나누며, 하나' 전시로 국내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작가는 한국의 1세대 여성 조각가로 통한다. 조각가 김윤신은 “2023년은 나의 60여 년 예술 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지난 40년간 아르헨티나에 머물며 작업한 것은 내 의지에 의한 결정이었고, 2022년 아흔을 눈 앞에 두고 한국을 방문한 것은 생애 마지막 고국 방문으로 계획된 것이었다. 2023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개인전을 계기로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과 리만머핀의 라쉘 리만(RachelLehmann) 공동 창립자를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두 갤러리의 성원과 격려, 그리고 고국에 계신 분들의 따뜻한 환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김윤신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강원도 원산(현 북한지역)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으로 가족과 서울로 남하했다. 1959년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1960년대 프랑스로 유학 갔다. 1964년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조각 및 석판화를 전공했다.이후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작가는 지난 60여년 간 활발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 아르헨티나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18
"불순함이 순수함을 더욱 강하게 단련하고, 생경스러움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고, 불완전한 상태가 오히려 신비가 된다." 일본 작가 카이토 이츠키(Kaito Itsuki)의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열린다. 역설의 신화를 통해 자기 존재에 대한 심오한 탐구와 존재의 희열을 화폭에 쏟아내는 작가다. 17일부터 펼치는 이번 전시는 2021년 갤러리밈과 인연을 맺은 후 한국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여는 의리 있는 자리다. 1993년 생의 일본 도쿄 대학 출신 작가는 런던, 방콕, 베이징, 홍콩, 취리히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오는 5월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특별전도 기획중이다. 일본 미술전문지 미술수첩이 꼽은 ‘일본작가 100인’(2021), Forbes JAPAN의 ‘차세대를 이끌어갈 30세 미만의 혁신가(‘NEXT UNDER 30’, 2018)’에 선정됐다.
쓰고 닳아진 '비누 조각'을 전시하는 팝업 전시가 열렸다. 롯데갤러리는 신미경 작가 아트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오는 2월6일까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5층 브릿지에서 선보인다. 신미경 작가의 '화장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펼친 이번 전시는 2023년 롯데백화점 44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다. 지난해 5월부산 롯데아트페어에서 신미경의 비누 조각 작품 44점을 특별 전시하고, 전시 이후 문화예술 관계자 및 고객들에게 전달해 직접 사용하게 했다. 신미경 작가는 쉽게 닳는 재료인 ‘비누’를 통해 고대 유물을 재현, 시간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작가다. '화장실 프로젝트'는 작가의 대표 작품으로 화장실에 설치해 놓고 사람들이 이용하게 하는 작품으로 마모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 되는 작품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유승희 코리아나 미술관 관장, 조각가 권오상, 디자이너 이정우, 미하라 야스히로, 가수 어반자카파의 조현아, 뮤지컬배우 정선아, KBS 장애인 앵커 허우령, 아나운서 박윤미, 디지털 크리에이터 수사샤 등 다양한 국내외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또 롯데백화점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신청자를 받아 아트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15
“조각의 목표와 과제는 분절과 결합으로 요약된 자연이다.” 한국 추상 조각 거장 박석원(82)은 '비유비공(非有非空)'의 세계에 다가섰다.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유(有)와 무(無)의 '중도'에서 '축적의 힘'을 전한다. 1980년대 전후로 시작된 ‘적의(積意)’ 시리즈를 중심으로 조각 뿐만 아니라 평면 작업까지 폭넓은 예술 세계를 전한다. 그의 대표 작품인 ‘적(積)'시리즈가 돌이나 쇠(스테인리스), 나무 등을 쌓아 올렸다면 ‘적의(積意)’시리즈는 캔버스 위에 한지의 겹을 쌓았다. 적의'는 영어로 'Mutation-Relation'으로 표기하고 있다. ‘적(積)’이라는 글자가 의미하는 ‘쌓기’ 내지는 ‘축적’이 아니라 관계에 의한 ‘변용’ 내지 ‘변이’를 강조한 것이다. 쌓기까지 내공은 깊다. 1968~1969년 '초토'와 '비우'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 20대 때 한국의 대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 아방가르드 협회(AG)의 창립 맴버로 활동하며 제5회 파리 비엔날레(1966), 제 10회 상파울로 비엔날레(1969)에 참여했다. 1993년부터 2008년까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를 역임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12
갑진년, '청룡의 해'를 기념한 용 그림 전시가 마련됐다. 박물관의 옛날 그림을 빼고 막상 보려면 없는 '용 그림'이다. 서울 인사동 윤갤러리는 오는 15일부터 2024년 청룡의 해에 소선 서영석 작가의 '용, 용 나르샤'개인전을 개최한다. 푸른 용을 주제로 33점을 전시한다.
[뉴시스] 박현주 | 2024.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