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담는 그릇
[L\'Officiel Hommes Korea] L\'Officiel Hommes Korea | 2019.03.04
공간도 하나의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증폭한다. 예술을 담는 그릇인 미술관은 건축물 그 자체로 작품과 예술적 역할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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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스톤 뮤지엄 GLENSTONE MUSEUM
워싱턴 DC 외곽, 메릴랜드주 포토맥에 자리한 글렌스톤 뮤지엄은 세계에서 가장 큰 프라이빗 미술관 중 하나가 아닐까. 글렌스톤의 광대한 부지에 새로 지은 파빌리온이 10월 4일 문을 열기 때문이다. 총면적 약 4600㎡의 전시 공간을 갖춘 파빌리온의 증축은 토머스 파이퍼 & 파트너스가 디자인을 담당했다. 파빌리온이 완성됨에 따라 글렌스톤 뮤지엄은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로스앤젤레스의 더 브로드 미술관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게 되었다.
브리들 트레일을 따라 흐르는 포토맥강의 지류인 그린배리어천 주변과 큰 연못, 작은 백합 연못 등 독특한 수생 생태계를 품고 있는 글렌스톤 뮤지엄. 넓은 구역에 드문드문 설치된 야외 조각품 컬렉션은 예술, 건축, 풍경을 완벽하게 통합한다. 호숫가 물안개 너머로는 엘즈워스 켈리의 높이 14m짜리 스틸 기둥이 우뚝 솟아 있고,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설치물은 하늘을 비추는 두 개의 웅덩이와도 같다. 미로 혹은 분계선처럼 자리한 리처드 세라의 <실베스터(Sylvester)>(2001)와 <컨투어 290(Contour 290)>(2004)도 눈길을 끈다. 글렌스톤 뮤지엄은 건축과 예술이 조우하는 4만㎡ 이상의 풍경을 선사한다. 숲, 산책로, 개울과 목초지, 야외 조각품 등이 평화로이 어우러지는 풍경이다. 이곳에서 건축은 예술 작품, 아름다운 녹음만큼이나 필수적이며, 컬렉션과 방문객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최소한의 디자인을 지향한다.
글렌스톤 뮤지엄의 설립자이자 억만장자인 미첼 롤스와 그의 아내인 미술사학자 에밀리 롤스는 글렌스톤 뮤지엄이 뉴욕 예술 산업의 선구자였던 프리크 미술관의 현대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글렌스톤 뮤지엄의 제2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파빌리온을 증축하기 위해 롤스 부부는 전 세계의 50여 개 박물관을 방문했고, 코펜하겐 외곽의 루이지애나 박물관, 스위스 바젤의 베일러 재단 미술관, 텍사스 휴스턴의 메닐 컬렉션 미술관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2006년에 개관한 본관 갤러리는 과스미 시겔 &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의 건축가 찰스 과스미가 설계를 맡았다. 그는 널찍한 전시 공간과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를 만들고, 화강암과 스테인리스 스틸, 티크 등 제한된 재료를 이용해 건축물이 주변 풍경 및 그것이 수용하는 예술과 조화를 이루며 존재하도록 디자인했다. 현재 본관에서는 지난 5월 10일부터 2020년 1월까지 이어지는 전시회 <루이스 부르주아: 고통을 해소하기(Louise Bourgeois: To Unravel a Torment)>가 열리고 있다. 프랑스 태생의 미국인 예술가 루이스 부르주아가 50여 년간 보여준 선구적 작품 활동을 담은 전시다. 글렌스톤 뮤지엄의 소장품인 <아버지의 파괴(The Destruction of the Father)>(1974) 등 그녀의 작품 30여 점을 함께 볼 수 있다.
이번에 증축된 파빌리온은 변화무쌍한 전시 공간과 특정 예술가를 위한 전용관 여덟 개 등 총 열두 개의 방으로 이뤄진다. 각 방은 모두 작품을 독특한 비율로 전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모든 방은 유리로 덮인 통로로 연결되며, 통로 주변으로 계절마다 변화하는 수생식물이 자라는 6만㎡ 규모의 워터 코트가 바라보인다. 조명은 커다란 창문과 천장으로 쏟아지는 자연광을 이용한다. 여덟 개의 전용관은 찰스 레이, 로니 혼, 브라이스 마든, 마이클 하이저, 마틴 퓨리어, 사이 톰블리 등의 작품만을 전시한다.
방문객은 파빌리온에 도달하기 위해 10분 동안 초원을 가로질러 걸어가야 하는데, 그 시간은 마치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자연에 빠져드는 고요한 체험을 위해 떠나는 여행처럼 느껴질 것이다. 족히 대여섯 시간은 잡아야 둘러볼 수 있는 방대한 풍경과 예술 그리고 건축은 모두 무료로 개방된다. 미첼은 1990년대부터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으며, 1998년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지에서 살아난 후 그토록 공을 들인 글렌스톤 컬렉션을 무료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온 후 자기 삶의 우선순위를 돌이켜보고 가족에게 중요한 유산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이들 롤스 부부의 컬렉션은 부부의 사후에도 컬렉션에 포함된 예술가의 작품을 위주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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