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들판이 펼쳐지는가 하면, 지평선을 물들인 노을이 붉게 타오른다. 색동저고리를 곱게 차려 입은 여인의 마음도 보이고, 때론 산티아고 순례길을 따르는 나그네의 지고지순과 묵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색의 조화를 통해 유토피아를 그리고자 하는 작가 지젤박의 작품이다. 모더니즘에 대한 동경에서 출발한 그의 회화는 구상에서 출발해 점차 추상화가 됐다. 들녘에 나무를 그리고 구름을 표현하던 그의 작업은 이제 보는 이의 상상 속에서 더욱 더 풍부하게 펼쳐진다.
사실 그의 작품은 보자마자 딱 떠오르는 화가가 있다. 마크 로스코.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로 ‘색면 추상’을 구현해낸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다.
로스코가 오버랩 됐다고 하자 작가는 이내 표정이 환해진다. “그렇죠? 제가 로스코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그 신비로운 색감에 반했어요”
좋아하는 화가의 영향을 듬뿍 받은 그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색감’이라고 말한다. “들판, 하늘, 강물, 바다, 초원, 그렇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더라고요. 저의 작업은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결국은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거든요”
작가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고, 입시교육을 받아 처음부터 처음부터 미대에 진학한것도 아니다. 대학에 갔지만 결코 해소되지 않는 갑갑함이 느껴졌고 우울증도 찾아왔다. 누구든 자신만의 지옥이 있기 마련. 어떻게든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우연히 붓을 잡았고, 그리다 보니 제대로 배우고 싶어졌다.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비로소 위로를 얻고 안정을 찾게 되더라고요. 제가 살아갈 방법을 찾은 거죠.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뉴시스] 이언주 문화칼럼리스트 | 201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