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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게 뭐냐'고 묻지마라 '그런 그림'이다"…안두진 '이마쿼크 페인팅'

2016.10.19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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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18일 안두진 작가가 이화익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닮은 것과 닮은 꼴'의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16-10-18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그릴수가 없었다. 잘 못그린다는 콤플렉스가 컸다"

서양화가 안두진(41)은 "학교 친구들이 오빠가 화가가 될 줄은 몰랐다고 농담같은 진담을 한다"며 스스로도 "10년 넘게 오래 그림을 그릴줄 몰랐다"고 했다.

화가가 된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원래는 국문학도였다. 홍익대학 국어교육학과에 입학해 학교에 다니는데 미대생들의 그림을 보면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1년만인, 1997년 홍대 회화과를 들어갔다. 주변에서는 '기적같은 일'이라고 하지만, 작가는 그때 '수능 50, 데생 50'으로 입학제도가 바뀐 때여서 가능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미대에서 먼저 맛본 건 좌절감이었다. 학교 친구들은 어떻게 저렇게 그릴수가 있을까 할 정도로 빨리 그리고 독특한 표현도 보였다. '잘 못그린다'는 콤플렉스는 미술사 공부하면서 조금 해소가 됐다. 이전 그림들을 보면서 새로운 게 없다는 걸 실감했고, "잘 그리는 문제가 힘들었지만, 잘 그리는게 중요하지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서울=뉴시스】 안두진, 닮은 것과 닮은 꼴(Twins of nature and figures) 140x30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6 16-10-18

"새롭고 새로운걸 해야하는데 새로운걸 할수 없는 세계가 된 거죠. 뭘해도… . 당시 학교다닐때 그런 말이 있었어요. 피카소 아저씨와, 뒤샹, 백남준 저 셋만 없었어도, 우리가 편하게 풍경그리고 꽃그리면서 즐겁게 그림 그릴텐데, 저 세명의 아저씨들 때문에 할게 없다고….하하하"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해볼까?'라는 오기가 생겼다. 청개구리 심보였다. 전통적인 기법을 벗어나려고 했다. 일반적으로 색감을 밀면서 그리는데, "전통적인 그리기 방식이 싫어서 앞으로 끌고 나오는 그림을 그렸다." 물감을 뒤로 주르륵 놓고 짚이는대로 색칠도 하며 그림에 반항했다. 학부때 교수는 "싸질러놓은 그림같다"고 했다.

새로울게 없다면, 회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최소단위로 만들어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의지가 '이마 쿼크'를 만들어냈다.

【서울=뉴시스】안두진, 파도 Wave, 70x7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6 16-10-18

이마쿼크(Imaquark)는 이미지의 Ima와 물질 최소단위인 Quark를 합성한 조어'로 물리용어 같은 명칭은 안두진의 브랜드가 됐다.

"새로운 걸 하려고 하다 보니,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하게 된거죠. 1호 붓으로 그린다는지, 원색 물감으로 그린다는지, 좌우로 나열하고, 어느 시점에서 풍경이 되는지를 보는 겁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도형과 패턴들이 치밀해졌고 화폭속에서 풍경 아닌 풍경화로 꿈틀거렸다. 또 붓질의 흔적으로 물감과 만난 화면은 우주 폭발이나 우주 공간같은 입체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도 풍긴다.

【서울=뉴시스】 안두진, 오렌지 스톤 Orange stone, 140x13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6 16-10-18

안두진 작가는 "그림에 돌 나무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어떤 메세지가 있는게 아니다"고 설명했다."있는 그대로 그 자체가 되기를 원해서 방법론을 연구하는 과정이 나온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그림을 '이마 쿼크로 만들어진 페인팅'이라고 단정짓는 작가는 "'이게 뭐냐'고 묻지마라. 자연물에 가까운 그냥 그림인데, 대명사적인 명칭을 붙여서 그냥 '그런 그림'으로 정했다"면서 "이 말은 모호하지만 정확한 표현"이라고며 과학자같은 면모를 보였다.

'그림을 그리는 방법에 관한 것'을 10여년째 모색하고 있는 작업은 더디지만, 이제 평면회화를 넘어 설치, 벽화 등 다양한 형태로도 발전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안두진,먼 곳과 가까운 곳 Far _ Close, 116.8x91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6 16-10-18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소와 같은 최소 단위의 복잡한 배열을 통해서 만들어지 듯이 "미술이라는 장르도 최소단위인 이마쿼크의 조합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기발하고 독특한 생각을 그림으로 만나 볼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19일부터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3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안두진의 그림은 한층 더 풍성해지고 입체적인 공간감을 탑재한채 돌아왔다. 신작 150호 이상의 대형작품 3점등 200여점이 전시된다. 이미지에 세뇌된 현대인들의 뇌구조를 흔드는 작품이다.

형광색의 현란함과 강력한 에너지를 뿜는 '닮은 것과 닮은 꼴'의 제목을 달았다. 산, 바위, 구름, 무지개, 운석, 물길, 별이라고 한정지으면 안된다. 패턴과 형태로 '스스로 그림이 된' '이마쿼크 페인팅'은 보면 볼수록 달리 보이는 마법을 부린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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