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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언주의 숨은그림찾기]달달하고 고기좋아하는 '슈가미트'의 일러스트

2016.10.18

[뉴시스] 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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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슈가미트_카드 보드지로 구성한 아트토이_스케치데크. 16-10-18

“딱 봤을 때 예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직관적인 게 중요하거든요!”

젊은 디자이너의 거침없는 한마디가 솔직하면서도 분명하다.

‘한눈에 쏙, 느낌이 확!’

공동작업 하는 두 명의 아트디렉터 이찬행(33) 지원재(31)가 추구하는 바다. 이들은 ‘슈가미트’라는 이름으로 드로잉, 일러스트를 비롯한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주로 한다. 두 사람이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이름이기도 하다.

“저는 달달한 걸 좋아하고, 형은 고기를 좋아해서 저희의 식성을 딴 이름을 짓게 됐어요. ‘슈가’(sugar)와 ‘미트’(meat)인 거죠.”(지원재)

부르기 좋고 직접적이며 두 사람의 성향이 잘 반영된 이름이다. 올해로 6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들은 호서대 시각디자인과 재학시절, 조용히 서로를 알아봤다.

【서울=뉴시스】슈가미트_2015 아트1쇼 전시장 전경 16-10-18

“학교 다닐 땐, ‘저 친구 작업 마음에 드는데? 스타일 괜찮은데?’하는 정도였어요.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상대방 옷 입는 스타일만 봐도 느낌이 딱 오거든요. 하지만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눈여겨 보기만 했죠. 졸업 후에 취직해서 회사 다니던 중에 어느 날 전화를 받았어요. 같이 일해보자고.”(이찬행, meat)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디자이너들이 많이 그만두는 바람에 입사 3개월 만에 팀장을 맡았고, 끝도 없이 일을 하던 중이었어요. 새벽 4시에 세수를 하다가 문득,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죠. 일주일 후에 전화를 걸었어요. 우리 같이 일하자!” (지원재, sugar)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호흡이 척척 맞는 두 사람. 언뜻 ‘브로맨스’의 기운마저 느껴지는 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묘하게 어울린다. 가벼우면서도 섬세함이 살아있고, 키치적이면서도 세련된 감성을 놓치지 않는다. 애써 심각하려 들지 않고, 즐겁고 유쾌한 드로잉에 위트로 양념을 한다.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뉴욕에 갔을 때 길거리 문화에 반했어요. 스케이트보드, 힙합, 벽을 장식한 낙서와 그래피티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속에 담아두거나 남들이 알아줄 것이라 생각만 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현 하잖아요. 그런 표현 방식이 정말 좋았어요.”

【서울=뉴시스】슈가미트 아디다스 프로젝트 16-10-18

【서울=뉴시스】슈가미트_동대문 DDP 디자인샵_2016년 병신년 이벤트 붉은 원숭이_구조물 전시 기획 및 디자인 16-10-18

하지만 운동신경이 발달하지 않아서 보드를 직접 타지는 못한다는 슈가미트. 민망할 일도 아닌데, 괜히 조심스럽게 말을 잇는다.

“스케이트보드 모양에 그래픽 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타면서 즐기진 못해도 보드를 캔버스라 생각하고 그림을 그린거죠. 뉴욕의 벽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요. 벽에 그림을 그리고, 포스터를 붙였다 떼고 그 위에 또 다시 붙이기를 반복하는 동안 쌓이는 흔적이요. 저희는 그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슈가미트가 추구하는 직접적인 표현, 만화적인 드로잉 기법, 빈티지 패턴, 소시지나 감자칩 등 음식을 전면에 드러낸 작업은 젊은 감성의 눈길을 끈다. 아디다스나 키엘 등 유명 브랜드에서 아트디렉터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으며, 대중가수의 앨범 자켓 디자인, 찰리채플린 영화제 '스마일어게인' 포스터 작업을 비롯해 서울 대학로 라이브 재즈클럽 ‘천년동안도’의 로고 작업을 하기도 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세대와 문화를 이해하고, 그 문화의 뿌리를 탐색해 슈가미트만의 스타일로 그려내는 것, 이것이 두 사람이 추구하는 작업 방식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표현하고 드러내며 살아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특히 지원재 작가는 예술가의 삶을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성장했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성향을 더 명확하게 파악하게 됐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알게 됐다고 설명한다.

“아버지가 지용주 화백이세요. 어머니도 그림을 그리셨던 분이라 제게 그림 그리는 일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하지만 나만의 길을 걸으며 깊은 철학과 예술을 담는 것 보단, 보여주고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다수가 좋아하는 걸 만들고 디자인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싶거든요.”

이 같은 생각이 ‘슈가미트’의 작업 반경을 계속 넓히고 있다. 각종 브랜드 MD상품을 만드는가 하면, 프로젝트의 규모에 상관없이 디자인이 닿을 수 있는 곳이면 그게 무엇이든 열어놓고 브레인스토밍 한다. 기업의 의뢰를 받아 진행하는 디자인 작업 외에 순수미술을 하는 작가들처럼 전시를 열기도 한다.

끊임 없이 자신들을 알리고, 대중과 소통하며 ‘슈가미트’ 하면 떠오르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것.

“우리의 작업이 좋아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는 게 목표에요. 브랜드의 가치를 디자인으로 풀어내고,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게 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많더라고요.”

이들의 작업은 현재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뒷편에 자리한 ‘스페이스 아트1’에서 열리고 있는 ‘필동 아트마켓 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아트1 플랫폼 작가 40팀의 회화부터 사진, 일러스트 디자인 작품 300여점을 전시 판매하며 11월11일까지 이어진다.

◆ 작가 슈가미트(SUGARMEAT, 이찬행 지원재)=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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