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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작가&작가] 3만원짜리 국자로 美를 논하다

2016.04.04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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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수 작가가 스페이스xx에서 선보인 설치 작품 '북두칠성'. /사진제공=최두수

<2> '최선'이 말하는 '최두수'…값싼 공산품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다

"값싼 공산품을 아름다운 무엇인가로 재탄생시킵니다.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읽게 하는 작품들로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습니다."

현대미술작가 최선(43)은 자신이 인정하는 동시대 작가인 최두수(44)에 대해 이 같이 표현했다. 최두수는 최선으로부터 미술 운동에 대한 이해와 조형성을 겸비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국공립 미술관과 상업 화랑 전시를 경험한 그가 지금 작품을 선보인 곳은 서울 문래동 공장지대의 40평 남짓한 지하전시장. '쾌삭강', '스테인리스강' 등을 판매하는 금속 업체와 철판 절단·절곡 업체를 사이에 둔 '스페이스xx'다.

1m70cm 남짓한 마이크 스탠드 위에 마이크 대신 광택 처리된 국자를 꽂아 놓은 설치 작품이 바로 그의 작품인 '북두칠성'. 노란색 테이프로 얼기설기 이어 붙인 바닥 위에서 열린 '25인 단체전', 'In case of fire'(화재발생시) 출품작이다.

"'북두칠성'을 보는 관객은 눈높이 상 마이크 스탠드에 꽂힌 국자를 마주하게 되겠지요. 그러면 광택 처리로 반짝이는 국자에 반사된 관객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작품이 무엇인가를 품고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온 이들이 자기 자신을 대면하는 각성의 순간을 맞는 셈이지요." 해골바가지에 고인 물로 깨달음에 도달한 '원효대사'를 존경한다는 최두수의 말이다.

최두수 작가. /사진=김지훈 기자

그는 거대 자본을 들여 기념비적인 대작 제작에 열중하는 '기업형 설치예술가'들과 대척점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작 제작 관행을 비튼 듯 저렴함을 앞세운 작품들을 통해 사유를 이끌어낸다는 평가를 받는 것. 유리잔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어 층층이 쌓은 작품이나 국자, 솥 등을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저처럼 값싼 공산품을 사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예술적 발견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고 '끝낸다'(완성)는 태도는 미술을 하는 우리 세대에게 있어 진정 가치란 무엇이냐, 자본이나 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고민에 맞닿습니다."

'북두칠성' 제작을 위해 황학동 재래시장에서 산 국자 값이 약 3만원, 문래동 소공인에게 국자의 '폴리싱'(광태)처리를 맡긴 비용이 7000원이다. 마이크 스탠드는 대여한 물품.

군 시절 휴전선 철책을 거대한 벽처럼 느꼈다는 그는, 우리 사회에 쳐진 많은 인식의 벽들을 깨는 노력에도 나섰다.

최두수를 만나 지난 3월 30일 밤 8시에도 3명의 인근 소공인이 작업복 차림으로 전시장에 찾아와 그와 미술에 대해 허물없이 얘기를 나눴다. 잔뜩 폼 잡고 찾아가야만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전시장의 벽은 이곳에 없다. 최두수가 대표로 이름을 올린 스페이스xx는 문래동 입주 작가 등 예술인들과 소공인 간 상생과 교류를 위한 공간이 되고 있다.

1972년생인 최두수는 1998년 서울시립대 예술대 환경조학과를 마친 이후 영국으로 떠나 첼시 칼리지 예술대에서 1년만에 조각 전공으로 석사를 마쳤다. 갤러리현대, 스페이스 오뉴월 등에서 개인전을 했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을 했다.


편집자주: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갖고 있는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현대미술 작가들이 인정한 동시대의 남 다른 작가 이야기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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