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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올해도 또 설레게하는 '봄의 기운'...청작화랑 오용길展

2019.03.25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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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25일 오용길 화백이 노랗게 물든 산수유 그림앞에서 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꽃샘 추위도 미세먼지도 물리치는 '봄의 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이번 봄, 한국화 오용길(73)화백이 누구보다 더 먼저 봄 맞이를 했다.

"꽃이 필때가 행복하다. 봄의 꽃은 아~ 너무 아름답다."

25일 서울 강남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노랗게 물든 산수유·개나리와 흐드러진 벚꽃 나무들이 가득한 산수 풍경화 20점을 걸었다.

"나는 봄이 되면 늘 걱정이야. 이게 며칠있으면 떨어질텐데..."

활짝 핀 꽃들로 봄의 기운이 진동하는 전시장에서 그는 "봄의 꽃은 막 덜 피었을때가 좋아. 그런데 조금 있으면 지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된다"면서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그렇다고 '봄을 잡아두겠다'는 심산으로 봄 꽃 풍경을 그린 것은 아니다. "근사하면 다 그리고 싶다"는 오 화백은 "푸근하고 조화된 풍경을 그린다"면서 "그림도 삶도 복잡하게 생각 안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오용길, 봄의 기운-산동,58x73cm,화선지에 먹과 채색,2019년

화가로 50여년째. '본다'는 것은 몸이 먼저 반응 한다. "탁 보면 엇!, 오~이것, 이거...그림이 될 만하게 확 온다. 직업정신이 발휘된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낫다. 이전에는 그 장면을 놓치면 다시 찾아가서 스케치를 했다."

실경 산수화가로 유명한 그는 '서양화같은 산수화'로 전통 한국화를 혁신했다. 작가도 자신의 그림을 "전통적인 수묵 산수화가 아니라 지필묵채로 이룩된 풍경화"라 명명한다. 원근과 소실점의 원리를 응용하여 보다 객관적인 실경(實景)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15부터 20호등 대작보다 소품이 주를 이룬다. 부담스럽지 않게 마주한 작은 그림은 툭툭툭 치고 나간 탄탄한 붓질과 점점점 몰려드는 봄 기운을 치밀하게 장악한 솜씨를 파악할수 있다. "소폭이 대폭 보다 야무진 밀도를 요구한다."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수 있다.

오용길 화백의 그림은 새해 청와대 본관 로비에 걸려 주목받았다. 대형 촛불집회 그림을 떼어내고 오 화백의 '서울-인왕산(2005)' 그림으로 교체됐기 때문. 청와대는 "주기적으로 청와대 내 그림을 바꾼다. 특별한 배경은 없다"고 했지만 '2019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비쳐 화제가 됐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떠올리게 하지만 현대적인 수묵화다. 서울 종로의 옛 한국일보사에서 인왕산을 바라본 모습으로 경복궁 마당과 인근 주택가 모습이 묘사돼 있다. 2005년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선보인 500호짜리 대작으로,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입했다. 청와대에는 이 작품 외에도 DJ 정부때 구입한 200호 '복숭아밭'을 그린 작품도 걸려있다.

【서울=뉴시스】오용길, 성하-만휴정,58x73cm,화선지에 먹과 채색,2018년

서울예고, 서울대 출신으로 국내 최고의 수묵담채화가로 꼽힌다. 27세에 1973년 국전에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아 주목받은 후 월전미술상·의재 허백련 예술상·이당미술상·동아미술상 등 주요 상이란 상은 휩쓸며 '스타 작가'가 됐다.

1990년대부터 서양화에 밀린 한국화의 침체에도 굳건히 버티어 왔다. 이화여대에서 교수로 정년퇴임했다. "그림에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며 "어려서부터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해 주변 일에 휩쓸리지 않았다."

【서울=뉴시스】오용길, 봄의 기운-인왕산,53x65cm,화선지에 먹과 채색,2019년

"유명하다고 하지만 나는 실감 못한다. 화가는 연예인이 아니다. 인생이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가 하고 싶은 그림 그리면서, 또 대학교수로 제자들과 함께 했다"면서, 오 화백은 "나 만큼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작품 제목은 모두 '봄의 기운'. '행복한 화가'가 쏟아낸 작품이어서일까? 노란 불이 난 듯 흐드러지게 핀 봄 풍경이 웅성웅성 소란스럽다. 그 '봄의 기운'이 올해도 또 설레게 한다. 전시는 4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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