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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최종태 "반가사유상의 발과 내 작품의 발이 닮았어"

2021.11.17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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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인체조각 전념한 원로조각가
'최종태, 구순(九旬)을 사는 이야기’전
김종영미술관, 드로잉 조각 등 77점 전시

[서울=뉴시스]김종영미술관, 최종태 개인전 전시 전경.

“삶의 고통에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세상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중학생 때 '레미제라블'을 읽으면서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러 인간상에 충격을 받았다. 혼돈 속에서도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인간의 숙명, 그 인간 존재를 성찰했다. 원로 조각가 최종태(89·서울대 명예교수)가 평생 인체 조각에 전념해온 배경이다.

그는 조각가가 되어 ‘20세기 그림에는 자연도 없어지고, 인간이 사라졌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일까. 최종태의 인물상들은 덤덤하고 조용하다. 삶 속에서 맞닥뜨린 희로애락을 무던하게 감내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연민을 작품으로 승화시킥 각고의 산물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원로작가 최종태(조각가) 선생이 16일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서 초대전 '구순(九旬)을 사는 이야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2021.11.16. [email protected]

그는 불상을 만든 가톨릭 조각가로도 유명하다. 길상사에 세워진 '관음보살상'을 그가 조각했다. 2000년 길상사 설법전 앞에 세워진 '관음보살상'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화제였다. 부처상을 순진무구한 여인으로, 관음상과 성모상을 하나로 합체시킨 작품이다. 종교간 화해의 염원이 담긴 작품은 그야말로 금기의 벽을 허물었다. 개원법회 때 고 김수환 추기경이 개원축사를 했고, 승려와 수녀가 만드는 음악회가 열리며 종교를 초월한 화합과 만남의 장이 됐다.

성모상 같은데 머리에 화관을 쓴 '여자 부처'. 여섯 개의 봉우리가 솟은 관을 쓰고 있는 '관음보살상'은 국보 제83호 삼산관반가사유상과 이미지가 비슷하다. "인물 조각과 종교 조각은 별개가 아니다"는 그의 철학엔 ‘연민’과 ‘자비심’이 깊이 배어 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원로작가 최종태(조각가) 선생의 초대전 '구순(九旬)을 사는 이야기'기자간담회가 열리는 16일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2021.11.16. [email protected]

구순을 바라보는 그는 여전히 작업하고 있다.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최종태, 구순(九旬)을 사는 이야기’전이 열렸다. 드로잉, 조각(목조, 브론즈), 판화 등 총 77점을 선보인다.

미술평론가 최태만은 "평생 반가사유상의 아름다움을 천착해 온 최종태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을 압축한다면 ‘무심의 여백’이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무심하기 때문에 텅 빈 것이 아니라 고뇌로 가득 찬 생각을 놓음으로써 자유로운 상태를 지향한 결과라고 했다.

최 평론가는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점의 반가사유상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최종태 선생이 '반가사유상의 발과 내 작품의 발하고 닮았어'라고 말했는다"면서 "사실 최종태의 작품에서 반가사유상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상당히 많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무릎을 굽히고 앉아 한 손으로 턱을 괸 모습을 표현한 작품은 반가사유상은 물론 미켈란젤로가 줄리아노 메디치의 상과 함께 제작한 로렌초 메디치의 초상조각,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그의 영원한 스승인 김종영이 턱을 괴고 상념에 잠긴 인물을 표현한 작품과도 겹쳐진다."

세부묘사를 생략한 조각은 천진한 자연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정면을 보며 동세가 거의 없는게 특징인데 종교적 숭고함과 초월적인 신비함을 전한다.

그의 인체상은 해부학적 비례로부터 자유롭다. 원(구체)과 직사각형(입방체)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런 특징은 그가 팔순 이후부터 제작한 작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나무로 형태를 만들고 표면에 토분을 발라 언뜻 테라코타처럼 보이는 '앉아있는 사람'(2018)의 경우 평면으로 처리한 둥근 얼굴을 입방체 위에 올려놓았다. '성모상'조차 기본 형태는 구와 입방체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등신대보다 조금 큰 크기로 제작한 명동성당의 '예수 성심상'(1987년)과 길상사 '관음상'(2000년)과 같은 종교조각에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기본 형태 역시 원과 직사각형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원로작가 최종태(조각가) 선생의 초대전 '구순(九旬)을 사는 이야기'기자간담회가 열리는 16일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2021.11.16. [email protected]

아흔을 기념한 이번 전시의 표지 작품인 '성모상'(2013년)을 보자. 마치 컴파스로 그린 듯한 정원(正圓)의 얼굴을 받치고 있는 신체는 긴 직사각형이다. 단정하게 모은 두 손만 입체감을 지니고 있을 뿐 두께가 얇은 신체는 거의 평면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작업의 흔적이 남아있는 표면의 질감을 확인해야만 이 작품의 재질이 나무임을 알 수 있다.

"재료의 물성을 노출하는 대신 그는 색채를 선택했다. 맑고 투명하며 어떤 작품에서는 오방색이나 색동을 연상시키는 그의 색채는 조각을 스테인드글라스 속의 형태를 떼어낸 것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그가 매일 꾸준하게 그리고 있는 파스텔화를 연상하게 만든다."(최태만 미술평론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원로작가 최종태(조각가) 선생이 16일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서 초대전 '구순(九旬)을 사는 이야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2021.11.16. [email protected]

최종태는 "마음이 평화로워지면서 구순이란 나이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른 새벽에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것으로 시작해 순식간에 몰입한다고 한다. 날마다 늘어나는 엄청난 작업량과 부지런함의 원동력은 "마음의 자유로부터 비롯한 것"이라는 것이다.

최종태는 어릴 적부터 문학적 감수성이 탁월하여 한때 문학도를 꿈꿨다. 1953년 '문학세계'에 게재된 김종영의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 국제조각 콩쿠르 입상 작품 '여인 나상(裸像)'을 접하고 그 충격과 감동으로 조각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195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했으니 조각가로 활동한 것이 어느덧 67년이 되었다.

[서울=뉴시스]최종태, 기도하는 여인, 21x30x89cm, 나무에 채색, 2018

전시를 기획한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최종태 선생의 작업 여정에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예술의 근본임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같은 무심한 작품, 보면 볼수록 마음이 순해지는 묘한 조각이다. 전시는 12월31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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