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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르포]반지하 공간이 '주민 사랑방'으로…SH의 특별한 실험

2020.07.13

[뉴스1]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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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다가구 반지하 개선사업…지역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6곳 리모델링…청년건축가에게 설계·시공 멘토링도

지난 8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 '동네정원, 이너가든'에서 지역 주민들이 화분에 식물과 흙을 담고 있다. 2020.7.1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주민센터에서 홍보 책자를 보고 처음 왔어요. 이런 곳이 생길줄 몰랐죠."(서울 양천구 주민 A씨)

지난 8일 <뉴스1>이 방문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 현관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세대 안으로 들어가니 싱그러운 녹색 식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세대 주택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작은 카페 느낌이다. 이 공간은 '동네정원, 이너가든'이다.


내부를 구경하고 있을 때 주민 두명이 들어왔다. 각자 손에 화분을 하나씩 들고 다육종 식물을 넣은 후 흙을 채웠다. 주민 B씨는 "이렇게 식물도 주고 흙도 함께 퍼갈 수 있으니 매우 좋다"며 "조금만 더 알려지면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 살기 힘든 반지하, 커뮤니티 공간 재탄생…'주민 개방'

이곳은 지하철 9호선 염창역 인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보유한 한 다세대 주택이다. 주변 주택들 역시 대부분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들어서 있다.

SH공사는 보유하고 있는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반지하 공간에 거주하는 세대를 지상층으로 옮기고, 빈 반지하 공간을 주민들을 위해 개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목동 동네정원도 이전까지는 입주민이 살고 있었지만, 반지하의 특징인 누수·결로·곰팡이때문에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오랫동안 비워뒀던 곳이다.

거주민이 이주한 후 SH공사는 지난해 이 공간을 개조할 'SH 청년건축가'를 공모전을 진행해 대상자를 선발했다. 이후 4개월 간의 교육 및 기획·설계 과정을 진행해 14명의 청년건축가가 과정을 수료했다.

목동 공간을 꾸민 숭실대학교 대학원생 양지원씨(25)와 대학생 한선용씨(25)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이 공간에 대한 리모델링 설계안을 만들고 올해 3월 공사를 완료했다. 5월부터는 매주 화요일 주민들에게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다가구·다세대 반지하 공간을 개선해 주민들 커뮤니티 공간, 청년 창업 공간, 동네 사랑방 용도로 이용하고 있다. 사진은 취미개발, 휴식공간인 '이너가든'을 운영중인 SH서울도시주택공사 청년건축가 공채움팀의(왼쪽부터) 양지원씨, 현선용씨. 2020.7.1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현선용씨는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어둠'이었다"며 "빛의 그림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곰팡이로 공간이 어두워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간을 기획하면서 주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해보니 식물을 키우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며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재료를 얻으면서 동네 주민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청년건축가는 올해 말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이 공간을 직접 개방·운영하면서 자신들이 설계한 곳을 관리하게 된다.

양지원씨는 "학생으로 경험이 부족했지만, SH공사와 전문가 멘토들의 도움으로 공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며 "당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렵겠지만, 향후 주민 파티나 영화제, 게릴라 가드닝 등 처음에 계획했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다가구·다세대 반지하 공간을 개조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전시공간 '십삼월'(사진제공 이재성 작가). © 뉴스1

◇올해 6곳 개방…반지하 주민공간 더 늘린다.

SH공사는 서울에서 이같은 반지하 개조 공간을 총 6곳 운영하고 있다. 구로구, 양천구, 성북구에 각각 두 곳이다. 앞서 소개한 목동 정원을 비롯해 구로구 개봉동에는 새내기 주부를 위한 자기계발 공간을 제공한다.

또 오류동에선 주민들을 모아 건축과정 강좌를 열고 주민 스스로 마을 재생을 이끌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정릉동 반지하 공간은 배밭골을 기반으로 한 아카이빙 활동 공간으로 쓰이고 종암동 반지하는 공유주방이 들어섰다.

양천구 신월동에서는 작가 2명이 주민들을 위한 미술작품 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와 함께 향후 동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미술 강의 역시 진행될 예정이다.

신월동 전시공간 '십삼월'을 건축한 청년건축가 서경택씨는 "전시 기간에는 주 4일 오후에 문을 여니 많은 주민이 방문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작가 2명을 위한 작은 작업공간도 구성했으며 상주 작가들이 직접 방문하시는 주민들을 맞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6곳의 지하공간을 설계한 청년건축가들은 올해 말까지 자신들이 만든 공간을 직접 운영할 예정이다. SH공사도 지하공간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SH공사 공간복지전략실 관계자는 "비거주 반지하 공간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높은 습도와 일조량 및 환기 부족으로 누수와 결로, 곰팡이 등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며 "또 오랫동안 비어있는 공간은 주변 지역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전문 건축사와 시공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은 청년들이 건축 경험을 쌓는 소중한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며 "새롭게 단장한 반지하 공간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계속 활용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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