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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단독]천경자 차녀 대리인 "위조범 발언 번복은 음모"

2016.03.08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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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고 천경자 화백의 유족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인 차녀 김정희 씨가 입장 발표문을 읽는 도중 울음을 참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 천경자 화백의 장남 이남훈 팀-쓰리 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회장, 차녀 김정희 미국 메릴란드주 몽고메리 칼리지 미술과 교수, 둘째 사위 문범감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차남 고 김종우의 처 서재란씨가 참석해 별세한 천 화백의 추모식행사를 서울시가 적극 나서달라고 밝혔다. 2015.10.27. [email protected] 15-10-

"권춘식이 그렸다고 하든 아니든, 그것은 사건의 본질과는 관계 없다".

천경자의 차녀로 알려진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미술학과)교수가 최근 위조범 권춘식이 "위작논란인 '미인도'는 내가 그린 그림 아니다"라고 번복한 것과 관련 "그 말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미인도는 아마추어가 짧은시간에 그린 '위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뉴시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김정희 교수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에 위작 논란의 화살을 돌렸다. 김 교수는 "최근 방영된 SBS 스페셜 '소문과 거짓말' 에서 추적했듯이, 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가 이 위작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 거짓을 유포하는 방법으로 작가의 혼을 짓밟고 국민을 오도한 사실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권춘식씨가 어떤 배경에서 입장을 번복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위조범 권 씨가 "내가 그린 그림이 맞다"에서 "내가 그린 그림 아니다"의 말 바꿈은 김 교수의 입장에서 '위작'의 근거 하나가 사라진셈이다. 때문에 국내 미술계에서는 '진품이 맞다'는 화랑협회쪽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유리한 방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게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작가(천경자)나 유족은 이제까지 위작범에 대해 어떤 측면에서도 비중을 둔 일이 없다"며 '미인도는 위작'이며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것"임을 재차 밝혔다.

이와관련, 7일 김정희 교수의 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해인법률사무소 대표)는 "고소가 들어가려고 하자, (화랑계의)조직적인 방해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미인도를 위조했다고 스스로 양심 선언한 권춘식씨의 증언인 “당시 천 화백은 눈동자에 금분을쓰는데 나는 싼 노란 물감으로 채색했다"를 뒷받침해 주는 시각자료. 미인도가 그려진 1977년 천 화백은 정식 채색을 통해 완성한 많은 여인상에 금분 눈빛을 입혔다. 오랫동안 색채를 입히는 천 화백의 창작과정을 염두에 둘 때 미인도가 진품이라면 금분이 칠해져 있을 확률이 거의 절대적이다. 이런 학술적인 연구가 감정과정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위작이 진품으로 판결이 나고 말았다. <배금자 변호사 제공> 15-11-09

배 변호사는 "권씨를 말을 번복한 기사가 터지기 전인 2월 28일 만났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권씨는 내가 그린게 확실하다. 고소들어가면 돕겠다. 위작 규명위원회가 결성되면 위원으로 넣어달라는 말을 했어요"

이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3월 2일 M일보에 '미인도', 내가 그린게 아니다'는 기사가 보도된 것. 배 변호사는 그날 바로 권 씨를 또 종로3가에서 직접 만났다고 했다. 배 변호사는 "권씨가 (화랑계)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면서 "3일만에 마음이 갑자기 돌변한 것은 분명 뭔가 조직적인 음모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변호사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권씨를 감정위원으로 참여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잡범수준의 위조범의 말에 미술계가 놀아나고 있다"고 목소리 톤을 높이기도 했다.

'위조범' 권춘식은 7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소송도 진행된다하고 유족 측과 화랑계, 미술관의 중간에서 왔다갔가 회자되기싫고, 일단 빠지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위조범'이라는 소리를 등에 지고 사는데 벗어나고 싶었다.소송이 발전하다 보니까. 중간에 껴서 다시 생각해보니 확신도 없었다".

마음이 돌변한 것은 SBS스페셜 방송이후였다고 했다. "내가 초라해 보이고, 주위사람들 이야기하는 것도 들어보니 '쓰잘데' 없는 사람같은 자괴감이 들었다"면서 "경솔했다"고 얼버무렸다

권씨는 이같은 번복에 "화랑계의 압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쪽편도, 저쪽편도 아닌 중립적이다"는 말을 반복했다."난 차라리 잘된 것 같다. 화랑협회나 국립현대미술관편에도 들수 없고, 유족 편에 들수도 없고, 원본을 안본 상태니까. 최종적으로 결론은 못나왔다고 볼수 있다".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故 천경자 화백 추도식이 열린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천 화백의 작품들이 보여지고 있다. 2015.10.30. [email protected] 15-10-30

권 씨는 M일보에 '위작 번복'기사가 나오기까지 직접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라는 글을 써 C일보와 D일보에 독자투고로 보냈지만 묵살됐다고 했다.

배 변호사는 "'권씨가 압박이 심했다'고 말한 내용이 녹음되어 있다"면서 "독자투고 또한 권씨가 혼자 할수는 없고, 누군가의 압박으로 이뤄진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씨는 "몇차례 방송에 나가 말하면서도 그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확신이 없었다"고 했다. "인쇄된 복사본을 가지고 그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SBS 방송때는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가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는데, 다시 검토해보니 그린 것 같기도 해서 촬영을 다시 진행했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문제는 원본을 못봤기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본을 본다면 그때는 확신할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국회도 ‘천경자 미인도의 재감정 요청의 건’이 국회를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증인으로 나오라면 나가서 원본을 보고 다시 말하겠다고 했다.

'원본을 보면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고 번복한 것처럼 또 달라질수도 있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는 "원본을 안본상태니까, 최종적으로 결론은 못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제 위작이냐 보다, 이제 내가 그렸나, 안그렸냐가 중요해진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부산=뉴시스】하경민 기자 =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가 11일 오후 부산 남구 부경대 대연캠퍼스 동원장보고관 3층 리더십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 화백의 작품(1000여점)과 개인 소장품 등 총 4000여 점을 부경대에 기증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부경대는 2020년까지 60억원을 투입해 '천경자 기념미술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사진 오른쪽부터 이혜선 씨, 윤광운 명예교수, 김영섭 총장, 이상호 기획처장. 2015.12.11. (사진=부경대 제공) [email protected] 15-12-11

그는 "원본을 보지않고 '내가 그린게 맞다'고 고백을 한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 "미인도가 김재규씨 소유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 시대상으로 보면 (김씨 집에)위작이 들어갈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나는 미인도 처럼 작은 그림(4호)은 그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배 변호사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그림과 출처를 자체적으로 숨기고 있다"면서 "그림이 도대체 누구한테 나왔는지가 핵심인데, 이는 기부자와의 관계가 있다"며 '미인도'는 '권력의 문제'라며 "유족측은 짐작하는 데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규의 압류품이라면 밝히면 되는데 왜 공개를 못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배 변호사는 지난달 제기한 김정희씨의 친생자 확인 소송은 이달중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천경자 화백이 둘째딸인 김교수를 그린 작품도 많고 증거는 충분해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천 화백은 생전에 네 명의 자녀를 뒀다. 첫 남편 고 이형식씨와의 사이에서 장녀 이혜선씨와 장남 이남훈씨를 낳았고, 이혼 뒤 김남중씨와 만나 정희씨와 정우씨를 낳았다. 김 교수는 이후 유족으로서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 '미인도'작품을 소장한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배 변호사는 김 교수가 뒤늦게 친생자 소송을 진행하는 것과 관련 '그림 상속'때문이라는 항간의 소문을 배제하지 않았다. 배 변호사는 "김 교수는 어머니의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상속권 확보는 돈을 목표로 하는게 아니라, 어머니의 유품을 유지에 맞게 기증해야 하는 문제 등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최근 '위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 변호사는 "큰딸인 이혜선씨가 혼자 부산의 모 대학에 1000여점을 기부하겠다고 한 것은 무효"라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그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 않냐"면서 "천경자 화백의 사후 기부는 상속인 간의 협의에 의해 이뤄져야한다"고 말해 천 화백의 '그림'은 '위작 논란'에서 다시 형제간 '상속 문제'로의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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