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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신영복 유작' 내팽개친 경기도의회…미술품 관리 엉망

2017.03.14

[뉴시스]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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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이승호 기자 = 12일 경기도의회 청사 1층 창고에 고(故) 신영복 교수의 유작인 '사람중심 민생중심 의회구현' 글씨가 방치돼 있다. 도의회는 현판 글씨체를 고인에게 요청해 그가 별세하기 2개월 전인 2015년 10월 이 글씨를 받았다.2017.03.12. [email protected]

유명 미술품 먼지 쌓인 채 창고 방치…의장실 '백두 사진'은 없어져
'내 미술품 버리고 새것 교체 급급…공유재산 관리 주먹구구 지적


경기도의회의 미술품 관리가 엉망이다.

보유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청사 내 창고에 방치하면서 일부 미술품은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12일 도의회 청사 지하 1층 창고(문서고)에는 사무처가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전체 미술품 39점 가운데 절반 가까운 16점(41.0%)이 방치돼 있었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내구연한이 지나 아무렇게나 쌓인 책걸상과 각종 종이상자 틈 사이에 사진과 그림, 도자기 등의 미술품이 놓여 있었다.

한국화 명인 설봉 기노철 화백이 2008년 6월 기증한 가로세로 370㎝×140㎝짜리의 산수화 '청산청아 목류수정아이'는 돌돌 말린 채 의자 위에 올려져 있었다.

이를 펼치자 수묵 산수화의 웅장함이 드러났지만, 색이 바랜 채 곳곳이 찢겨 있었다.

'처음처럼' 글씨체(쇠귀체)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고(故) 신영복 교수의 유작 '사람중심 민생중심 의회구현'도 한쪽에 내팽개쳐 있었다.

이 작품은 고인이 암 투병 와중인 2015년 10월 도의회가 첫 현판 글씨 작성을 요청해 쓴 것으로, 그는 이를 마지막으로 2개월 뒤 숨을 거뒀다.

도의회는 고인이 건넨 2개의 글씨 가운데 하나를 첫 현판으로 제작하고 원본을 의장실에 걸었지만, 또 다른 하나는 창고 의자 틈에 방치했다.

도의회가 고 신 교수에게 글씨를 요청하기 전 한국서예협회 경기지회에 먼저 부탁해 기증받은 현판 글씨 4점의 관리는 이보다 더했다. 겹겹이 접힌 상태로 쇼핑백에 담긴 채 창고 바닥을 나뒹굴렷다.

【수원=뉴시스】이승호 기자 = 12일 경기도의회 청사 지하1층 창고(문서고)에 10년 전 한국화 명인 설봉 기노철 화백이 기증한 가로세로 370㎝×140㎝짜리의 산수화 '청산청아 목류수정아이'가 방치돼 있다. 이 작품은 돌돌 말린 채 의자 위에 올려져 있었으며, 펼치자 색이 바라고 곳곳이 찢겨 있었다.2017.03.12. [email protected]

유명 작가로부터 기증받은 백자·청자 등의 도자기 6점도 별도 보관 없이 철제 선반 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 도의회의 상징인 의장 접견실 한쪽 벽면을 차지했던 대형 백두산 사진은 아예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전임 의장이 지난해 7월 퇴임하면서 이 사진의 행방을 찾았지만, 사무처 직원들은 해가 바뀌도록 행방은 물론 애초 이 사진을 기증받은 것인지, 구매한 것인지 출처조차도 확인하지 못했다.

윤화섭(민·안산5) 전 의장은 "백두산 사진은 최소 7대 의회 때부터 최근 9대 전반기까지 의장실에 걸렸던 작품"이라며 "누가 가져갔는지, 폐기했는지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적했다.

도의회 사무처의 이런 미술품 방치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련 법령 위반이다. 의회 사무처는 관련 규정에 따라 매년 미술품 장부를 작성하고 망실이나 훼손되면 경위서를 작성해 보고한 뒤 변상 책임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없었다. 사무처는 8일 김종석(민·부천6) 의원에게 미술품 현황 자료를 제출했지만, 이틀 전인 6일까지만 해도 39점이 아닌 37점으로 기재된 장부를 갖고 있었다.

자료 요청을 받고 제출 전날에서야 긴급히 전수 조사에 나서 2점이 추가로 확인되자, 수량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도의회는 이렇게 보유 미술품은 내버려 두고는 청사 1~4층 복도에 민간 미술관에서 돈을 주고 대여한 그림과 사진 21점을 지난해부터 전시하고 있다. 제 것은 버려두고 혈세를 들여 남의 것을 빌려다 쓰는 셈이다.

이 미술품은 2~12월 전시하며, 도청 것(60점)과 합해 매년 5000만원이나 내고 있다.

도의회 총무과 관계자는 "의원과 직원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도 예산으로 민간 미술품을 대여해 전시하고 있다"며 "보유 미술품은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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