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빅뱅 탑이 반한 그림…'스퀴지'로 그린 제여란의 추상

2016.08.22

[뉴시스] 박현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서울=뉴시스】usquam nusquam, 112.2x145.5cm, Oil on canvas, 2016 2016-08-21

■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서 14회 개인전

붓이 아닌 '스퀴지'(squeegee) 로 그린 그림, 자유로운 리듬감이 출렁이며 색과 색이 꿈틀댄다.

작품은 "서예에서 말하는 '기세'의 미학적 핵심을 탁월하게 포착해 색의 경계와 물감 덩어리로 운율과 구도, 구조와 형태를 구성한다."(황두·중국 미술평론가)

30여년간 '스퀴지'로 작업하는 화가 제여란(56)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낯선 이름인 작가는 스퀴지로 추상과 구상회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경기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관장 홍지웅)에서 제여란의 14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그리기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펼친 전시는 형태가 없는 형태로 완성된 '스퀴지'로 그려낸 추상회화전이다.

【서울=뉴시스】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제여란 개인전. 2016-08-21

'스퀴지'는 이미지를 종이에 인쇄하기 위해 물감을 밀어내는 도구다. 수직과 수평으로 내리긋는 작업은 주제와 배경이 구분되지 않는다.

사실, 붓 아닌 도구로 작업하는 작가들은 이제 일상다반사다. 이미 1947년 잭슨 폴록의 네 번째 개인전을 본 후, 그린버그는 '이제 이젤 회화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은 자신만의 완전한 세계를 거대한 캔버스에 창조하고자 했다. 물감을 뿌리거나 붓는 드리핑 기법도 이제 낡은 장치가 된지 오래다. 국내에서도 붓을 버리고 손가락으로만 그려 성공한 작가(오치균)도 있다.

하지만 주변 도구였던 '스퀴지'를 온전히 붓처럼 사용하는 작가는 처음이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업은 "제여란은 시대의 유행을 뒤쫓기보다 자신의 미감을 열정적으로 완성시켜 온 화가"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제여란 작업실에서, 2016 2016-08-21

1985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1988년 동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윤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꾸준히 전시를 열어왔다. 198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한 '앙데팡당'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 싱가포르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토탈미술관에서의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루드비히파운데이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포스코센터, 토탈미술관, 코오롱, 바이엘, 인당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제여란은 완전한 형태의 세계가 아닌, 생명이 태어나고 변화하는 '기우뚱'한 자연들에 관심을 갖는다. 형태는 없지만 강렬한 느낌이 있는 화면에는 흙, 바람, 벌레, 나무와 같이 움직이고 사라지는 모든 삶에 깃든 혼돈과 떨림이 담겼다.

"붓은 너무 뻔하게 형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거부한다"는 작가는 "몸은 둥글지만 스퀴지는 직선적인 도구인데 거기서 나오는 묘한 불편함과 엇나가면서 오는 긴장이 자극적이고 괜찮은 작업이 된다"고 했다.

작가는 과감하다. 거대한 캔버스에 거침없이 스퀴지를 돌리고 멈추기를 반복한다. 그녀는 "추상회화와 구상회화의 구분은 그 의미를 잃었고, 완전한 추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화가의 머릿속 이미지를 개념화하여 캔버스에 담는 행위 자체가 추상의 영역에 있다는 생각이다.

【서울=뉴시스】제여란,usquam nusquam-182x227cm-Oil on Canvas-2015 2016-08-21

지난 10년간 제여란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블랙 회화에서 벗어나, 화려한 색상들이 극적 대비를 이루는 회화들을 완성시켰다.

스퀴지와 한몸이 된 작가는 캔버스의 팽팽한 사각형 안을 즉흥적으로 움직여 강렬한 색들을 뒤엉키게 한다. 화면은 관객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로 파고든다.

작품에 매료된 YG의 빅뱅 탑(최승현)은 "여러 감정과 다양한 선의 방향, 깊고 두터운 텍스처에 가끔 저항할 수 없는 공포감이 느껴진다"고 했고 "또 그 안에 따뜻한 자연의 색채와 수많은 계절에 위로 받고 치유되며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게 되고 마음에 반항심은 사라진다"고도 했다. 의자컬렉터이자 그림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탑은 이 그림을 우연히 본후 작업실에 찾아와 직접 작품을 감상했다고 한다.

뭔지 모를 그림, 추상회화의 매력이다. 작가는 관객들에게 '뭐 처럼 보여요?'라고 묻기도 한다"면서 "어떤 때는 우주적 기상이 연상된다고도 하고, 키스하는 장면이, 또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이발소에 갔다가 봤던 칼 가는 장면이 떠오른다고도 하는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소개했다. 그래서 작가는 "예술은 무한하게 다양한 방식이 공존하기 때문에 인간적이고,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 031-955-4100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