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박현주
People천근성 "문래동 먼지 모아 전시합니다"
2016.08.22
서울 문래동 신생 문화공간 ‘스페이스 엑스엑스(Space XX)’에서 천근성 작가(33)의 개인전 '인 더스트 리얼(In Dust Real)'전이 22~26일까지 열린다.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의 문래창작촌 지원 프로젝트인 '미트(MEET)'의 2016년 선정작 전시다.
이번 전시는 문래동을 중심으로 작가가 직접 수거한 ‘먼지’가 주제다. 문래동을 중심으로 한 공장에서부터 주택과 상가, 작가 작업실 등에서 얻은 먼지들을 설치작품으로 전시하고, 작업과정을 영상으로 선보인다.
작가는 ‘소음분진에 고통 받고 있는 ㅇㅇ아파트 주민일동’, ‘ㅇㅇ철강 전입 반대’ 등 길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에서 이번 전시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어단어 ‘industry’(산업)와 ‘dust’(먼지)에서 착안한 전시 제목 ‘In-dust-real’은 군소 철공소들로 둘러싸인 문래동에서 소음과 분진이 이 지역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천착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5년간 이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경험을 이번 작품에 풀어냈다.
철공소와 예술가 작업실뿐 아니라 테크노빌딩과 고층아파트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혼재돼 있는 문래동의 특성상 각자의 위치에 따라 이익관계와 서로에 대한 요구 사항이 혼재된 지역이다.
지난 7월부터 철공소가 문을 닫는 오후 6시면 청소기를 메고 공장 주변 청소에 나서는 한편, 8월에는 ‘먼지를 수거해 드립니다’라는 포스터를 만들어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해 방문 청소 신청을 받았다. 여기에는 문래동은 물론 영등포 일대, 강남구, 인천시에서까지도 먼지 수거 신청이 들어왔다.
한 달 반 동안 모은 대략 60여리터의 먼지는, ‘카오틱 닷(chaotic dots)’으로 된 프렉탈 구조로 전시장 바닥에 설치된다. 또 청소기에 매단 카메라로 촬영한 세상은 영상으로 재구성된다.
먼지들의 무질서 속에서 또 다른 질서의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 이번 전시 관람의 묘미로, 먼지들의 패턴을 통해서 ‘먼지 피해자’이자 동시에 ‘먼지 유발자’인 인류의 관계성을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한 때는 나 스스로도 ‘먼지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철공소에서 나오는 먼지들과 대기의 분진들 때문에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고 느꼈다”며 “하지만 현수막들을 보며 ‘나 역시도 먼지 유발자였구나’ 깨닫고, 내가 발생시킨 먼지를 다시 수거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 이 전시를 통해 사실은 모두 ‘먼지 피해자’이자 동시에 ‘먼지 유발자’라는 사실에 공감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동국대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2011년부터 ‘임대료가 저렴하고, 늦은 밤에 공구를 사용해도 되고, 여러 장르의 다양한 작가들과 교류가 가능한’ 문래창작촌에 작업실에서 작업해왔다.
한편, 문래예술공장이 문래창작촌 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미트(MEET)'의 2016년 선정작은 전시 7편, 공연 2편, 영화 1편을 비롯해 3건의 서적발간, 1건의 문학행사, 3건의 예술축제 등 총 17개 작품이다. 6월 10일부터 시작되어 12월 31일까지 6개월 동안 문래예술공장을 비롯한 17개의 문래동 소재 문화공간에서 진행된다.
천근성 작가의 '인 더스트 리얼'전 다음으로는 9월 24일부터 10월 2일까지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안가영 작가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게임과 미디어아트가 결합한 관객참여형 전시 '헤르메스의 상자'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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