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이언주의 숨은그림찾기] 유리잔속 물고기로 본 장현규의 '희로애락 칵테일'

2016.10.04

[뉴시스] 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칵테일 잔에 담긴 물고기, 물 속에서 확산되는 강렬한 색 덩어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물감을 탄 컵 안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는 모습은 생소하면서도 아름답게 보인다. 튀어 오르는 물고기의 미끈한 동작과 함께 퍼져 나온 물방울엔 힘찬 에너지마저 느껴진다. 유리잔 속 작은 물고기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금붕어, 열대어, 비단잉어... 빛깔이 아름답고 무늬가 다채로워 관상어로 불리는 물고기다. 보는 이의 마음의 위안과 즐거움을 주고, 인테리어 소품으로 공간에 생기를 더하기도 한다.

그런데 ‘관상어’라는 말 자체에 모순이 담겨 있다는 의구심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가 있다. 관상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모양의 유리잔과 색감을 활용해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장현규 작가(20)다.

“관상어를 직접 기르고 관찰하면서, 사람들에겐 눈요깃감일 수 있지만 물고기들도 나름대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마치 치열한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모습 같았습니다. 각자의 삶을 살면서 감정표현에 소극적이고, 무언가 감춰야 하는 상황이 닮았다고 느꼈죠.”

타인을 의식하며 살 수 밖에 없는 현실과 고립된 영역에서 살아가는 고독한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을까. 물고기가 바다나 연못, 심지어 어항도 아닌 물잔 속에 갇혀있는 갑갑하고 모순된 상황을 작가는 끊임없이 우리네 삶과 연관시켰다.

내성적인 성격의 그는 어릴 때부터 곤충 채집과 물고기를 좋아해서 직접 잡아 기르곤 했다. 어항 속 물고기의 움직임과 패턴을 자세히 관찰하는 동안 안정과 평화를 느꼈단다.

“고3은 입시 준비로 불안하기도 하고, 또 성인이 되기 전에 성장통을 겪는 시기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어릴 적 보면서 안정을 느꼈던 관상어를 주제로 포트폴리오 준비를 하게 됐습니다. 제 작업은 보는 사람들이 사진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하기보다는 미적 요소를 강조해 직관적으로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그 포트폴리오로 지난해 대학에 입학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같은 작업을 하며 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인 ‘2015 아시아프(ASYAAF)’에 참가했다. 곧이어 ‘제3회 싱가포르 뱅크아트페어’에서도 작품을 선보이며 신진작가로서 빠르게 주목 받게 됐다.

“기분이 정말 좋지만 아직은 얼떨떨하고 부담도 많이 느낍니다. 다른 새로운 작업을 시작해야 할까 싶다가도, 이 작업은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어떻게 하면 유리잔 속에 풀어낸 색감으로 더 강렬하고 분명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의 ‘감정(Emotion)’ 시리즈 작업에 붙은 제목은 간단하면서 직접적이다. 사랑, 평화, 분노, 우울 등 흔히 느끼는 희로애락의 단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개성과 가치를 지닌 하나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곤 한다. 작가는 스스로를 객체로 전락시키는 사람들에게 반성을 촉구하고 용기를 주고 싶었을 테다. 이는 누군가에게 하는 이야기이자 작가 스스로에게도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얼마 전 군입대한 그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작가이자 책임감을 짊어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고민이 많다. 당분간은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하기는 힘들어졌다. 다만 틈만 나면 스케치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지난 며칠 간의 휴가 때는 다음달 있을 단체전 준비로 분주했다.

“전시 오픈할 때 부대에 있어야 해서 직접 가볼 수가 없어 아쉬워요. 하지만 좋은 작가분들과 함께 전시할 수 있고, 다양한 분들이 제 사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다시 열려서 기쁩니다.”

10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로 ‘스페이스 아트1’에서 열리는 '필동아트마켓'에서 장 작가의 이모션(Emotion)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 작가 장현규= △안양예술고등학교 사진영상과 졸업(2015) △서울예술대학교 디자인학부 사진전공 재학중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