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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가상과 실제가 섞인 낯선 낯익음…정소연 '어떤 풍경'

2016.11.25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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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소연, 안압지 1, 150x120cm, oil on canvas, 2016 16-11-24

전시 타이틀 '어떤 풍경'이 그림을 읽는 열쇠다.

안압지와 건축물등은 진짜가 아니다. 모형이다. 아니, 그러니까 진짜 풍경, 건축물을 보고 그린것이 아니라, 그 모형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비현실적인 건축모형을 이용한 '유사(類似)풍경(pseudo-landscape)'으로서 풍경(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23일 화가 정소연(49)은 "이번 신작은 실재하는 풍경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기존의 풍경화를 감상하는 방식과 달리 '전지적 관찰자 시점'을 제안하는 그림"이라며 “실재와 가상이 접목된 세계에 대한 다층적인 해석을 하게끔했다"고 말했다.

2014년 개인전 이후 2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 24일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문을 열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정소연, some landscape 10, 90.9x72.7cm, oil on canvas, 2016 16-11-24

'어떤 풍경 (Some Landscape)'을 타이틀로 회화 드로잉등 20여점을 선보인다.

이전에 도감책에 있는 동식물 이미지를 그려낸 작품과 달리, 이번에는 가상과 실제가 합쳐졌다.

작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 풍경(Virtual Landscape)과 실제로 존재하는 특정 지역의 원본 모형을 본 뜬 의사(擬似)풍경 (Pseudo Landscape)이다.

전자는 특정 지역의 건축 모형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가지 건축 모형을 혼합하여 새로운 가상의 풍경을 만들어 낸 것이며, 후자는 예를 들면 '안압지'에서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경주 ‘안압지’의 모형을 화면 위에 그린 것이다.

【서울=뉴시스】 정소연, some landscape 11, D105cm, oil on canvas, 2016 16-11-24

가상과 실제가 혼합된 작품은 그래서 낯익으면서도 낯설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는 앞으로 나올 작품을 예견하는 두개의 실험작업도 보여준다. 지름 12cm의 원형 캔버스 위에 풍경을 담은 '포스트-네버랜드'시리즈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독일 출신 작가의 건축적 공간 작업을 차용한 '토비아스의 카페(Tobias’ Café)'다.

'포스트-네버랜드'는 지난 개인전에 발표되었던 '네버랜드'시리즈의 흐름과 발전단계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유리구슬(Cristal Ball)’ 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원형 캔버스 작품에는 기존의 작업에 등장하는 동·식물의 이미지와 이번에 선보이는 건축 모형의 이미지가 각각 들어 있다. 작가는 유리구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크리스탈 글로스 바니쉬(Cristal Gloss vanish)로 표면을 처리했다. 이때문에 화면 속 공간은 시각 차원의 착시를 넘어 심리적 차원의 착각 영역으로 보는 이들을 안내하고 있다.

'토비아스의 카페'는 캔버스 중앙에 뚫린 사각의 창 너머로 펼쳐진 공간을 묘사한 작품이다. ‘위장무늬(camouflage patterns)’를 이용한 작업으로 새로운 건축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가 베니스에 만든 카페의 한 부분을 작품의 소재로 차용했다.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외부공간을 내부로 끌어들여서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내부와 외부를 결합시키고 일상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작업”이다.

【서울=뉴시스】정소연, Tobias_ Cafe 2, 150x120cm, oil on canvas, 2016 16-11-24

작가는 예고와 미대 출신으로, 특히 대학에서 '그림을 가장 잘 그린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풍경이나 정물을 그대로 그리는 일'은 작가에게 '식은 죽 먹기'다.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공과대학 Communication Arts 전공 석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공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 그가 이토록 어렵게 작업을 하는 이유는 그리기보다 개념에 있다. 이미지가 실제보다 익숙한 세상에서 '디지털 이미징'을 통해 회화의 본성에 대해 다시 의문을 제기하며, 색다른 감상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호 미술평론가는 "정소연의 회화작업에는 불교에서 갈구하는 이상향으로써 ‘니르바나(Nirvana)’의 세계가 숨 쉬고 있다"며 "현실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존재의 실체를 깨닫는 것이 니르바나의 세계다. 그것은 가상과 실재의 틈을 직시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자연의 상태에 두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자유의지를 의미하며 정소연의 작품에서 그러한 자유의지를 발견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일일 것"이라고 전했다. 12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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