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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40년전 어머니가 준 면장갑이 이끈 예술의 길

2016.11.21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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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연 홍익대 교수가 현대화랑에서 29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 출품한 블랙홀 08-64. /사진제공=현대화랑

현대화랑 29일까지 정경연 개인전.

정경연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여·61)는 미국 유학(메사츄세츠 컬리지 오브 아트) 시절이던 1976년, 고국에서 어머니가 보낸 소포로 감흥에 젖었다. 소포 안에는 딸의 손이 틀세라 어머니가 보내준 면장갑이 들어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보내준 장갑을 받아들면서 가족이 그리웠다”며 “이와 함께 무수한 이미지가 뇌리를 스쳤다”고 회고했다.

그는 “장갑을 끼고 일을 하는 쭈글쭈글한 할머니 손의 ‘표정’부터 면장갑을 끼고 새벽에 바삐 일하는 사람들의 손,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손 등 수많은 손의 이미지들”이라고 설명했다.

어머니가 보낸 면장갑은 정 교수가 지금까지 손과 장갑에 대한 작업에 몰두하게 한 단초가 됐다. 생활 속의 도구이자 손을 보호하는 목적의 이 물체가 가장 인간적인 체취를 지녔다고 봤다. 고국에서 면장갑을 받은 것을 계기로 장갑과 관련한 예술 작업에 힘 쏟았다.

정경연 홍익대 교수. /사진제공=현대화랑

그는 한 장을 4개 혹은 5개 영역으로 나눠 각각 염색하거나 물감으로 채색한다. 그런 다음 말리고, 찌고, 다림질해 캔버스에 고정하는 어려운 과정을 반복해 작품을 완성한다. 염색을 마친 면장갑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올을 풀고 다시 캔버스에 붙일 때도 있다. 장갑으로 만드는 작품은 그에게 수행과 같다. 이런 그에게 붙은 별명이 ‘장갑 작가’다.

정 교수는 삼청동 현대화랑에서 그 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열었다. 2000년대 초반 단색조(모노톤) 작업뿐 아니라 1990년대의 설치와 비디오 작업, 근작을 망라한 전시로 ‘일상적인 오브제의 조형화’라는 주제를 풀어냈다. 출품작은 회화 및 설치작품, 비디오 작품 등 총 30여 점으로 구성된다.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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