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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신년 특별 기고] 미술이 우리 삶 속에 스며들 때

2017.01.03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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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바르토메우 마리국립현대미술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서 취임한 지 1년.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의 시간은 유럽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단지 몇 번 숨을 골랐을 뿐인데,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투명한 물처럼 사계절이 지나갔다. 특히, 2016년은 특별한 일들로 가득 찬 한 해였고, 어떤 사건들은 많은 이들에게 걱정을 안기기도 했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이 선사한 가장 강력한 도구를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상상력을 동원하여 미래를 향한 희망을 펼치고, 이를 통해 아름다움과 선(善)이라는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다.

미술은 소통의 도구일 뿐만 아니라 교류를 위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미술이야말로 상상력을 아주 훌륭한 도구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재료이다. 미술관은 작품을 거는 공간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미술과의 조우를 만끽하는 장소이다. 몇몇 작가들은 미술관을 21세기의 성당이나 사원, 즉 공동체가 서로 만나 평범한 아이디어가 최대의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만드는 장소로 비교하기도 했다. 미술관에서 우리는 서로 경쟁하지 않고, 모두 함께 즐긴다. 배우고 발견하며 기억하고, 때로 두려워하며 의심하고 상상한다.

미술관은 역사를 현재 속에 존재하게 하고 역사의 스펙트럼 속에 현재를 놓기도 한다. 또한 과거와 현재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원동력이 되어 세상이 이상적일 수 있고, 아름다움과 선(善)이 법칙이 될 수 있도록 느끼게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 미술관이 존재하고, 미술과 함께 우리는 더욱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2017년 유럽은 특별한 방식으로 예술 세계의 중심에 설 것이다. 그 중 카셀도큐멘타 (Kassel Documenta), 베니스 비엔날레 (Venezia Biennale),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Skulptur Projekte Münster) 등이 전 세계 미술애호가를 유럽으로 불러들일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창조적 에너지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훌륭한 기회와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독보적인 근대사와 경험들은 가장 복잡하고 섬세한 현대 미술 현장의 근원이 될 것이다. 우리 한국 사회는 이를 알고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도 이제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세계미술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는 활기찬 역할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문화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며, 미술관과 같은 기관은 이를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동시에 모든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문화는 교류와 공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다른 사람들과 살을 맞대었을 때 살아있으며, 우리는 다른 이들을 통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미술의 힘은 다른 맥락, 다른 예술가, 다른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한국을 중요한 글로벌 내러티브의 일부로 만드는 것은, 다시 말해, 경쟁의 문제가 아니며 수출의 문제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담론에 있어 생동감 있는 참신한 목소리이다. 우리가 참여하고자 하는 대화는 자유 속에서 발전한 것이며, 그 대화의 자연스러운 상태는 다른 의견의 공존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비평적인 자세와 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 미술이 더욱 더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비판적으로 세상을 인지하고 개인으로 혹은 집단으로 이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은 민주주의와 서로 교류하는 삶의 중요한 조건이다. 자유와 평등은 서로를 존중하는 우애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 모두에게 삶의 가장 중심에 즐거움과 배움, 향상의 수단으로써 예술을 둘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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