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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마리 관장 "뤼미에르? 유럽에서 들어본 적 없다"

2016.12.26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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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2.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첫 외국인 국립현대미술관장 취임 1주년 인터뷰
"미인도는 공공 컬렉션…유족 동의 없어도 공개"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요? 글쎄요. 유럽에서 오래 일했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의 감정 방식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네요."

지난 22일,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뉴스1과 만나 최근 검찰의 미인도 수사 과정에 참여했던 프랑스 감정기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미인도 소송과 관련 "전 세계에서 유족이 미술관 소장품을 '가짜'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건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진품' 결론을 내린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그간 미술관이 축적해 온 모든 자료와 연구 결과들은 미인도가 천경자 화백의 진품임을 말해주고 있다"면서 "전문가들도 실수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의견을 믿고 지지하는 것이 관장으로서의 의무"라며 검찰 수사 결과를 비롯해 미술관 학예사들, 국내 감정 전문가들의 의견에 신뢰를 보냈다.

첫 외국인 수장으로 국내 유일의 국립현대미술관을 이끈지 1년, 마리 관장이 국내 미술계의 '혹독한 검증 터널'을 막 통과했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으며 취임했지만 이내 '미인도 소송'에 휘말렸고,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제대로 보여준 게 없었다'는 혹평도 받아야만 했다.

스페인 출신의 마리 관장은 지난 30여년 간 벨기에 브뤼셀 현대건축박물관 큐레이터, 네덜란드 비테 데 비트 현대미술센터 예술감독,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관장 등을 거친 '유럽 미술통'이다.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스페인관 큐레이터를 맡았고, 2014년부터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시맘, CIMAM) 회장을 역임했다.

관장으로 선임되기 전 크리스 더컨 전 영국 테이트모던 관장은 그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very serious) 매우 진보적이고(very progressive) 매우 헌신적인(very dedicated) 큐레이터이자 미술관 관장'이라고 추켜 세웠고,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았던 이숙경 큐레이터는 "시맘 회장을 맡을 정도로 세계 미술계에서 탁월한 기획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한 바 있다.

기획자 출신의 관장인 그에 대한 국내 미술계의 기대와 우려는 여전하다. 서울대-홍대 간 고질적인 학연 다툼이 사라진 것만 해도 큰 성과가 아니냐는 쪽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한국어가 서투른 것에 대한 질책도 있고, '어디 제대로 하는지 두고보자'는 식의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다.

'미인도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소송을 건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는 프랑스 감정팀과 함께 오는 27일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국내에서 가질 예정이다.

다음은 마리 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2.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미인도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오래 끌어왔던 미인도 진위 논란이 검찰 수사로 일단락됐다. 관장도 피소 당사자였는데, 수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의 '진품' 판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respect completely). 검찰의 발표 내용은 논리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고, 이는 그동안 미술관이 취해 온 입장과 일치하는 결과였다. 검찰의 이번 판정으로 오랜 기간의 논란이 종식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유족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쉽게 종식될 것 같지 않은데.

▶향후 미술관이 취할 수 있는 것은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그간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작품의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이 결국 법적인 절차로 번진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다.

-유족들의 입장을 존중해 작품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도 유지한다는 건가.

▶그동안 유족들의 요청으로 작품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가까운 미래에 미인도를 공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앞으로도 유족이 작품 공개를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건가.

▶미인도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이자 '공공자산'(Public collection)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공개를 위해 꼭 유족의 동의가 필요한 건 아니다. 그동안은 미술관이 유족을 존중해왔기에 미인도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공개 여부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미인도를 공개하고자 한다. 동시에 작품 공개에 관해 유족의 이해가 있기를 바란다. 분명한 건 대중은 이 작품을 볼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2.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장녀 이혜선 씨는 미술관에 미인도 비공개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후 5월 미술관이 작품 공개를 추진하면서 다시 의사를 물었을 때에는 '미인도는 천 화백이 이미 1991년에 본인 그림이 아니라고 했는데,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무 설명 없이 어머니의 가짜 사인이 있는 그림을 걸겠다는 것인가'라며 공개를 반대하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다. 내가 2015년 12월 미술관에 부임했을 때 미인도와 관련된 모든 보고를 받았고, 당시에도 천 화백의 두 딸 모두 미인도 공개를 반대했다고 들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 이러한 것들이 해결되길 바란다.

-마리 관장은 유럽 각지에서 미술관 관장을 맡아온 경험이 있다. 해외에서도 미인도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나.

▶세계적으로 미술 작품의 진위 논란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미인도의 경우처럼 작품의 진위 여부를 두고 작가의 유족이 미술관을 상대로 법적소송을 건 사례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미인도 사건의 경우,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인 작품을 '가짜'라고 천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 유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하지만 미술관이 축적해 온 모든 자료과 연구 결과들은 미인도가 천경자의 진품임을 말해주고 있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전 세계에 있는 나의 미술계 동료들에게도 미인도 소송과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물어봤다. 그들도 똑같이 '모른다'고 답했다. 작품의 진위 여부에 대해 보통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가장 높은 권위를 갖는다. 여기에 독립된 외부 전문가의 판단이 진위 여부를 가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어떤 전문가를 말하나.

▶미술사에서 특정 작가, 특정 장르, 특정 시기에 대한 전문가를 말한다. 과학적인 기술과 자료들은 항상 그 작가, 시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미술사학자, 미술비평가 그리고 학예사들에 의해 해석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관장으로서 나의 의무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나온 의견을 취합한 미술관 학예사들의 의견을 믿고 지원하는 것이다.

-미인도 감정에 참여한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에 대해 알고 있나. 유럽에서 재직할 당시 그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감정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맹세컨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전혀 없다. 그들의 작업 방식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뤼미에르는 프랑스 국립 루브르박물관과 협업할 만큼 권위 있는 감정기관이라고 하던데.

▶루브르가 협업하는 기관들은 수백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럽에는 특정 권위를 가진 감정기관이 없다. 국립이나 주요 대학 박물관, 미술관들은 주로 자체 연구소(Lab)를 갖추고 있어 미술품 감정을 비롯한 연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2.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처음으로 한국의 국립미술관이라는 낯선 곳에서 관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

▶미술계에 발을 디딘지 벌써 30년이다. 그 동안 벨기에,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외국인 관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처음이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전보다는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다. 한국 미술은 굉장히 놀랍고 흥미롭고 신선하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국제 미술계에 소개하고 풀어나갈지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담론(local story)들을 한국 내에서만 소비되지 않도록 국제적인 맥락으로 연결해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오늘 아침, 미국 뉴욕의 브룩클린 뮤지엄 관장인 앤 패스터넷(Anne Pasternak)과 조찬 미팅을 가졌다. 그리고 한국 근·현대미술에 대한 나의 생각과 비전을 이야기했는데, 그녀가 '당신의 비전대로 전시를 만든다면 그 전시를 우리 미술관에서도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의외로 서구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와 소장품도 아직은 국내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이는 세계미술사라는 하나의 '심장'과 한국미술이라는 '피'의 움직임으로 설명해볼 수 있다. 피가 심장으로 들어가고 다시 전체로 퍼져 나오는 것처럼, 한국미술이 세계 미술사의 맥락 속에서 연결되는 것이다. 나는 한국 미술의 전문가인 척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는 폭넓은 관점에서 미술 전문가이고, 내가 잘 하는 것을 해야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한국 미술을 국제 미술계에 안착시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를 광고·마케팅 에이전시로 생각하면 안 된다.(웃음)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등 과거 일했던 미술관에서도 그러한 역할을 했었나.

▶물론이다. 그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다. 내 역할은 네덜란드 노트르담에서는 네덜란드 미술을, 스페인 바로셀로나 마크바(MACBA)에서도 카탈루니아(이베리아 반도 북동부에 위치한 스페인 지역)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그러나 자국의 미술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인의 삶 속에서 한국 근·현대 미술의 가치와 자산을 소중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미술관은 그러한 교육을 담당하는 역할도 있다.

-임기 1주년을 앞둔 지난 12월 초 한 미술전문 매체에서 마리 관장에게 조기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외국인 관장이라 그러한 요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판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또 그것이 내가 미술관에서 일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건설적인 비판을 받아들여 내일의 토양으로 삼고, 그렇지 않은 비판은 한 귀로 흘려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웃음)

-현재 한국은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사태'로 유례없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때문인지 미술계 일각에서는 마리 관장 역시 비선실세로 지목된 차은택 씨의 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연결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나는 단언컨대 2015년 12월14일 취임식 이전에 단 한 번도 김 전 장관을 만난 적이 없다. 그 이후에도 업무 보고 때문에 두 번 만났을 뿐이다. 그가 나를 임명하기 위해 첫 관장 공모를 무산시키고 재공모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이는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나는 이플럭스(e-flux) 사이트에서 관장 공모를 보고 국립현대미술관장직에 지원했고, 여러 면접위원들의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한 의혹은 정말 근거 없는 이야기다. 나는 2004년부터 주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해왔다. 그러나 교류했던 사람들은 모두 미술계 인사들이었지 한국의 행정 관료들과 따로 만난 적은 없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2.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017년은 기획자 출신 관장의 전시를 보여주는 본격 시험대다. 2017년 전시를 계획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유일의 국립미술관이다. 무엇보다도 공공기관으로서 전시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관람객과 효율적으로 소통(Communication)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한국 미술의 세계화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들이 1~2년 만에 바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가시화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국내 다양한 연령층의 작가들을 하나의 전시 안에서 연결하고 소통하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미술관에서는 개인전이 상대적으로 많이 열렸다. 이는 작가의 고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는 신진작가, 중견작가, 원로작가가 하나의 전시 안에서 소통하고, 결국 전 연령의 관람객에게 통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려고 한다. 또 기존 레지던시 프로그램 외에도 'MMCA 퓨처(Future)' 같은 기획을 통해 신진 작가 양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세 번째로 '또 다른 모더니티'(other modernity)를 조명할 예정이다. 그동안 서구 모더니즘 중심의 역사에서 특정한 예술 운동만 조명돼 왔는데, 우리는 이 외의 또 다른 모더니티에 관심을 갖고 미술계를 더 풍부하게 만들 예정이다. 네 번째는 어떻게 하면 한국 작가를 주류 미술계에 편승시킬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한국 미술의 고유한 정체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되, 국제 무대에서 호흡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했다.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아시아 미술의 맥락을 제대로 집어 줄 수 있는 미술관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아시아 미술의 맥락과 예술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전시 라인업에 해외 순회전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몇 개 있다. 예산도 크게 늘었는데 이미 해외에서 기획된 전시를 가지고 오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우 좋은 질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야기 할 것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미술관 예산이다. 해외 미술관의 경우, 보통 세계적인 거장의 전시의 예산은 10억원, 주요한 전시의 경우 20억~50억원, 아주 수준 높은 전시의 경우 무려 100억원을 쓰기도 한다. 전시 비용은 주로 해외 운송비과 보험료에 따라 좌우된다. 이에 비하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예산은 결코 많은 것은 아니다. 해외 순회전을 가져오는 건 적은 예산으로 질 좋은 전시를 빨리 보여주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물론 전년대비 예산이 높은 수준으로 증가된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고,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1년동안 한국 작가를 많이 만났다고 들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작가들이 있다면.

▶아주 많다. 하지만 내가 작가의 실명을 거론하면 '공공의 적'(General enermy)을 만들 수 있으니 '노코멘트'하겠다.(웃음) 앞으로 미술관에서 진행될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작가들을 주목하는지) 보여주겠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2.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동시대 미술관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술관은 작가들이 하는 작업을 늘 지켜본다. 작가들은 각각의 가치들을 담아낸다. 21세기는 고정된 가치들이 없이 사람들의 가치관이 매일 급변하고, 미술 현장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미술관의 역할은 시류에 휩쓸리고 않으면서 이러한 현장을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다. 우리가 빠른 일상에서 미쳐 보기 어려운 것들을 조망하고, 이를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미술관이 해야 할 역할이다.

-외국인 관장인 탓에 3년 임기가 끝나고 한국을 떠나버리면 그만이라는 말들도 있다. 혹시 연임에 대한 생각이나 임기 이후 한국 미술계를 위해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나.

▶물론이다. 가능하다면 연임해서 3년 이상 오래 일하고 싶다. 미술관은 '연속성'이 중요한데, 중요한 중장기 프로젝트를 지속하려면 관장 임기 3년은 굉장히 짧다. 또 임기가 끝난다 하더라도 나는 한국 미술계 관계자들, 작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전시를 기획해 나갈 것이다. 벨기에에서 5년, 네덜란드에서 6년을 보내고 난 후 나는 '반 쯤은 벨기에인, 반 쯤은 네덜란드인'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한국에서 수 년간 임기를 마치고 난 후에도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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