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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명화 한 점 없이 명화 전시하는 남자

2017.01.04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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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욱 미디어앤아트 대표 © News1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등 서양 거장들의 명화 원화 한 점 없이 명화 전시를 여는 기획자, 그를 '아트 파워'라고 할 수 있을까. '미디어아트 명화 전시'라는 새 시장을 개척한 그는 현재 관객몰이와 투자수익 회수 측면에서 가장 성공한 전시 기획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성욱 미디어앤아트 대표(46)의 이야기다.

2014년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었던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은 전시 기간 4개월 남짓에 관람객 25만명을 기록했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 연간 관람객이 100만명이었다는 것과 대조하면 단일 전시로는 괄목할 만한 수치다.

2016년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284에서 연 '반 고흐 인사이드'전은 석 달 전시에 15만명이 들었다. 문화역서울 최초의 대형 전시이자, 장기간 전시, 최다 관람객 동원 전시로 기록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성수동 공장지대에 위치한 S팩토리에서 시작한 '클림트 인사이드' 전은 전시 오픈 한 달 전부터 인터파크 얼리버드 예매로 티켓 3만장이 나갔다. 지 대표에 따르면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프랑스 명화 원화 전시보다도 3배 쯤 많은 수치다.

수익률 면에서도 이례적인 기록들을 세웠다. 대부분의 미술 전시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바쁜 가운데, 반 고흐 인사이드 전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탈들은 전시 3개월만에 빠른 엑시트에 성공하며 투자자본수익률(ROI) 25%를 챙기는 데 성공했다. 이 전시에 들어간 투자금은 17억원 규모였다.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이 성공하자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명화 전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것도 이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다.

기록과 수치가 말해주는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는 순수미술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한다. 저작권료 한 푼 내지 않아도 되는 서양 명화로 명화를 망치는 명화전을 연다는 것이 비난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건 그가 여는 전시마다 관람객들은 긴 대기줄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 등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그의 전시장 앞에서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지난 3일 클림트 전시가 열리고 있는 S팩토리에서 지 대표를 만나 그의 전시 기획 철학과 성공 노하우를 들어 봤다.

클림트 인사이드 전시 전경. (이하 사진제공 미디어앤아트) © News1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미술 전시로

"저희 전시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자본을 VC(벤처캐피탈)들이 투자해요. 수익률에 까다로운 VC들이 투자하는 몇 안 되는 전시예요. 제 자랑거리죠." 지성욱 대표는 "드라마, 영화판보다 규모도 작고 열악한 공연·전시 분야에서 인터파크가 선금투자하는 몇 안 되는 전시"라는 자랑도 덧붙였다.

지 대표는 공학도 출신이다. 건국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에서 언론정보 석사를 마쳤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엔니지어로 사회생활 첫 발을 뗀 그는 2000년대부터 콘텐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디지털콘텐츠기업 '다날'에서 음반 펀드 만드는 일을 했고, 2005년부터는 KT 전략투자실과 미디어사업본부를 거치며 콘텐츠 투자조합 운영, 제작 및 수급 관련 경력을 쌓았다.

2010년부터는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했다. 배우 고현정, 조인성이 소속된 IOK컴퍼니를 이끌었다. '여왕의 교실', '마녀보감' 등 드라마 제작 노하우도 그 때 익혔다. 미디어아트 명화 전시를 준비한 건 2013년부터다. IOK와 함께 본다빈치, 애니플러스 3개 주주사가 공동으로 '미디어앤아트'를 만들어 기획한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을 2014년 10월 처음 세상에 내 놨다.

"당시 전쟁기념관 관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베이비 아트페어, 어린이 캐릭터전 같은 게 주를 이루던 곳이었는데 반 고흐 전으로 기록을 다시 썼다고. 그 이후에 비슷한 전시를 하는 기획사들이 많이 나타났죠."

지난달 31일 클림트 인사이드 전을 열고 있는 성수동 S팩토리 입구에 관람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 News1

지난달 31일 클림트 관련 아트상품을 파는 전시장 1층 매장 풍경. © News1

◇점점 과열되는 미디어아트 명화전…"우리는 다르다"

지 대표의 성공은 곧장 '아류 회사'들의 등장을 불렀다. 반 고흐 전을 함께 기획했지만 지금은 경쟁사가 된 미디어앤아트의 주주사 한 곳은 이후 반 고흐 전에 대한 공동저작권을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 대표는 "유명인의 2차 저작권에 대해서는 특정인의 저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재판부 판결이 나왔다"며 "경쟁사가 항소까지 했지만 결국 패소했다"고 말했다.

미디어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도와 더불어 미디어 기술을 접목한 전시에 대한 관람객의 눈높이도 빠르게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 그렇기에 지 대표는 "매번 다른 전시를 보여줘야만 '롱런'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존의 전시들을 보니 기획사 대표가 전시 콘셉트를 잡고 공간 배치를 한 다음 인테리어 회사를 불러 작품을 걸더라"며 "그렇게 기획사 대표의 마인드로 전시를 만들면 매번 똑같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저희는 감독 체제에서 팀 단위로 움직입니다. 총연출을 맡은 감독과 함께, 음악감독, 음향감독, 영상감독이 다 따로 있죠. 드라마 만드는 미술팀, 뮤직비디오 감독이 투입됐고, 전시 스토리텔링을 맡은 작가도 2명 이상 있고요. 영상이 바뀌면 음악이 바뀌고, 음악이 바뀌면 LED 조명이 그에 맞게 달라져요. 영화나 드라마 만들 듯이 전시를 만드는 겁니다."

이미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그는 벌써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초까지 상하이, 심천, 광저우, 충칭 등 중국 4개 도시에서 '신인상모네'라는 주제로 순회전을 열고 있다. '소청보'라는 중국 전시공연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전시 관련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실 이 분야에 있어서 해외시장은 아직까지도 무주공산이에요. 우리나라처럼 IT 기술이 발달한 나라가 만드는 미디어아트 전시는 전세계 어디에 가져다 놔도 최고 수준이죠. 지금은 글로벌한 아이템이 필요해서 고흐나 모네전을 하고 있지만, 차차 우리나라 작가들 작품도 가져오면 되고요. 그렇게 우리 미술을 알리는 것도 국위선양의 한 방법 아닐까요."

클림트 인사이드 전시 전경. (이하 사진제공 미디어앤아트) © News1

◇순수미술과의 협업은 계속된다

사실 미디어아트 명화전을 만든 게 지 대표가 처음은 아니다. 그 역시 2010년 초반쯤 호주의 한 전시 기획사가 연 고흐 미디어아트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100개 도시 순회전을 했는데 1000만 관람객이 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자동차 명품 브랜드 캐딜락이 전액 스폰서를 했고요. 그림을 디지털로 옮겨서 프로젝션으로 쏴 주는 수준에 불과했는데 관객들이 너무 신기해하면서 보는 거에요."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같은 3차원 콘텐츠 기술을 도입했다. 또 이번 클림트 전에서는 이전 전시와는 다른 영역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바로 명화에 대한 '재해석'이다.

"기존의 원화를 있는 그대로 프로젝션으로 쏴 주는 건 더 이상 의미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를 생각했죠. 클림트의 그림 한 장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전시 한 편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들을 쫓아갈 수 있도록 한 거죠."

미술 애호가들로부터 양 극단의 평가를 받는 그지만, "앞으로도 기존 미술과의 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박수근미술관과도 협업을 추진 중이에요. 미술관 측에서 먼저 요청이 왔고요. 현재 양구군에 필요한 예산을 요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도 대중이 알아야 가치를 인정받는 거잖아요. 그 툴(Tool)은 결국 미디어아트라는 거죠."

클림트 인사이드 전시 전경. © News1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다…이젠 편집의 시대일 뿐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다"고 했다. "창조는 편집이며, 기존에 있는 것에서 모티브를 얻고, 여기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하면 된다"는 것이다.

"금세 떴다가 금세 질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기에 기술은 뒤로 숨어야 한다"고 답했다. "전시로 보여주는 건 아날로그적이어야 해요. 원화가 갖는 아우라를 해치지 않아야 하죠.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이제 어떤 관점으로 보여주느냐의 문제인거죠. 3D 티비가 대세가 되면 극장이 망할거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공간마다 느껴지는 감성이 다르듯, 전시 역시 주는 방식에 따라 감흥이 달라집니다."

"원화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에 대한 질문에도 그의 대답은 확고했다. "원화를 보고 싶은 사람은 원화전을 보러 가면 된다"는 것이다. "미술관 문턱을 작정하고 낮춘 이 전시에는 이미 원화는 없어요. 그런데 한식집에서 양식을 달랄 수는 없잖아요. 이 전시에서는 원화에서 느끼는 깊은 감동, 울림과는 다른 접근을 해야 해요. 몰랐던 것을 아는 것, 그런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이 전시의 역할 중 하나죠."

전시인가 공연인가를 구분하는 게 더 이상 의미없다고 말하는 이 기획자의 마지막 말은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12월31일 하루 동안 4000명의 관객이 전시장을 찾아왔어요. 성수동 3번 출구로 나오는 사람들은 다 이 전시장으로 온다고 보면 되요. 그게 콘텐츠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림트 인사이드 전시 전경. © News1

클림트 인사이드 전시 전경. © News1

클림트 인사이드 전시 전경. © News1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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