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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서공임 '새 날을 밝히는 새 그림' …'닭그림' 민화전

2017.01.05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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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먼 풍습이 되었지만, 새해가 되면 전통적으로 호랑이 그림과 닭 그림을 그려 집안에 붙였다. 정초에 그 해의 불행을 막고 복을 비는 벽사초복의 뜻으로 닭이나 호랑이 그림을 직접 그리거나 목판으로 찍어서 대문이나 병풍 등 집안 곳곳에 부쳐 쓰이면서 세화의 일종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동서고금을 통해 사람들은 밤이란 긴 어둠 속에서 닭 울음소리를 들으면 동이 트고, 새벽이 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둠과 함께 몰려든 귀신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닭은 집에서 기르면서 식용으로도 쓰이지만 잡귀를 쫓는 영험한 동물로 상징되기도 했다. 서양도 예외는 아니어서, 성경에 새벽에 울었던 닭 울음소리는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에게 회개와 각성의 울음은 닭에 대한 대표적이다.

민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서공임 작가가 새해, 닭을 주제로한 민화전을 연다. 6일부터 서울 롯데갤러리 영등포점(백화점10층)에서 '새 날을 밝히는 새 그림'을 주제로 닭그림 민화 40점을 전시한다.

전통 닭그림 민화와 배겟자수(구봉침, 신계침)등에 쓰인 각종 닭 문양을 화폭으로 옮기는 등 현대적 민화로 재해석된 다양한 닭 들을 만나볼수 있다.

민화가 서공임은 "전통적인 민화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강렬한 전통 색감을 바탕 삼아 서공임 작가만의 창조적으로 재해석된 민화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의 이러한 재창조 과정은 민화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연중무휴, 하루 16시간을 꼬박 그림만 그리는데 투자했던 열정과 노력의 산물이다..

완벽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스스로 고생을 자처하는 일도 많다. 민화의 특성상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그릴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많다. 완제품 형태의 물감을 사서 바로 쓸 수 있는 서양화와는 달리, 민화는 필요한 색가루를 직접 빻고 다시 체로 걸러내는 등 여러 번거로운 단계를 거쳐가며 최대한 곱게 분말을 만들어 이를 아교와 섞어 써야 한다. 우유처럼 곱게 개어져야만 발색이 좋아진다. 가루를 아교와 섞어서 개는 일까지 모두 손으로 직접 하는데, 그러다보면 손이 다 튼다.

어느 날엔 하루종일 물감만 개는 날도 있고, 어떨 땐 화공약품 도료를 써보려다가 신나 때문에 혼이 난 경험도 있다. 프레스코처럼 석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릴 때는 손으로 석회반죽을 개다가 거기서 발생한 열로 손이 데인 적도 있다. 연중무휴, 하루 평균 16시간 작업이 기본이었던 작가는 최근 몇 년간 직업병(관절염 등)으로 작품에 거의 손을 못대기도 했다.

작가는 이번 닭 그림을 작업하면서 "닭의 의미를 동양만의 의미로 국한시키지 않으려 애썼다"고 했다.

그녀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소리는 자유를 향한 외침"이라며 "브레멘 음악대 수탉의 노래는 함께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용기의 메시지이자, 마당을 나온 암탉의 울음소리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피카소의 수탉은 전쟁의 아픔과 분노를 치유하는 평화의 상징”이라며 민화의 틀을 다양하게 확장했다.

날카로운 닭의 발톱처럼 단호하고, 앞으로 쭉 내밀어 편 닭의 가슴처럼 당당하고, 소박해 보이면서도 화려한 닭의 꼬리처럼 넉넉한 인생에 대한 바램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그리고 새벽이면 어김없이 새로운 세상을 알리는 믿음을 담았다.

한 마리의 수탉이 다섯 마리의 병아리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도 있다. 수탉이 병아리와 둥우리에 올라 놀고 있는 형태로 그리는 것은 등과(登窠)가 되고 이는 곧 등과(登科)가 되어 ‘과거에 급제했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닭과 맨드라미를 함께 그리기도 한다. 맨드라미가 닭 머리에 볏(벼슬)과 흡사해 계관화(鷄冠花)라고 부르는 데서 연유된다. 닭과 맨드라미가 합치면 관상가관(冠上加冠)이 된다. 즉 ‘관 위에 관’이 있다는 뜻으로 되어 높은 벼슬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닭과 모란을 함께 그린 경우는 수탉이 하늘을 향해 크게 우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부귀공명(富貴功名)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수탉을 한자로 공계(公鷄)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공(公)자와 운다는 뜻의 명(鳴)은 ‘功名’과 읽는 음이 같아 ‘공을 세워 이름을 널리 알린다’는 뜻으로 쓰인다. 여기에다 부의 상징인 모란꽃을 더하면 ‘부귀공명’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민화가 서공임은 "고리타분하다는 민화의 전통 틀을 깨고 새롭고 세련되게 탈바꿈한 이번 전시를 통해 ‘닭해’를 맞은 현대인들이 밝고 희망찬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2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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