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프랑스 '피악' 디렉터 "키아프 잘 되려면 갤러리부터 엄선해야"

2017.02.16

[뉴스1] 김아미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제니퍼 프레이 프랑스 피악 디렉터. 2017.2.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아트페어가 단순히 소수 이익집단의 이익을 지키는 데 치중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잘 되려면 갤러리 선정부터 엄격해야 합니다. 그 시대의 대표성을 갖는 갤러리를 선정해야 하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가 주관하는 '2016 프로젝트 비아 결과공유 세미나: 비아 살롱(ViA Salon)' 참석차 방한한 제니퍼 프레이 프랑스 피악(FIAC) 디렉터가 1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뉴스1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쇠락의 길을 걷던 프랑스 대표 아트페어 피악의 재도약을 이끈 장본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번이 세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프레이 디렉터는 "키아프 방문을 해 본 적은 없지만, 현재 키아프가 직면해 있는 도전이 피악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피악에 합류한 이후 갤러리 선정위원회부터 개혁하고 참여 갤러리들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했던 것처럼, 한국의 키아프도 그러한 부분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키아프는 한국화랑협회 주도로 열리는 행사다. 화랑협회 소속 갤러리들이 주축이 되는 탓에 키아프가 그들이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한국화랑협회는 최근 이화익 이화익갤러리 대표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하면서 협회의 재정비는 물론 키아프의 쇄신 등 과제에 직면해 있다.

스위스 바젤, 미국 시카고 아트페어 등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며 빠르게 성장했던 피악은 1993년 유럽에 불어닥친 경제위기와 함께 페어 전시장이었던 그랑팔레가 리노베이션에 들어가면서 파리 외곽으로 밀려났다. 여기에 영국 런던 프리즈(Freize) 아트페어 등 신생 페어가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상대적으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피악 주최 측은 2003년 예술감독으로 아트딜러이자 갤러리스트였던 제니퍼 프레이를 섭외했다. 피악에 합류한 프레이는 프랑스 내 갤러리들과 파리의 유명 미술관과 협력하며 페어의 옛 명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2010년 프레이는 피악 총감독으로 승진했고, 현재 피악은 세계 미술 시장을 선도하는 국제적인 페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피악을 성공적으로 재건한 공을 인정받아 프레이는 2012년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 훈장과 2015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글로벌 미술매체 '아트 리뷰'가 선정한 '파워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니퍼 프레이 프랑스 피악 디렉터. 2017.2.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미술사와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니스대학교에서 현대미술을 공부한 프레이 디렉터는 아트딜러이자 갤러리스트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예술을 학문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사람으로서 갤러리는 예술가를 착취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카트린느 이세르(Catherine Issert), 다니엘 템플롱(Daniel Templon), 지슬랜느 위스노(Ghislaine Hussenot) 등 파리의 명문 갤러리들을 거치며 키스 해링, 장 미셸 바스키아,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세계적인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갤러리스트가 예술가를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지난 13년 정도 운영하기도 했다.

2003년 11월 피악에 합류한 프레이 대표는 "지금까지의 피악은 모두 버려야 한다"고 했단다. 이를 위해 맨 처음 한 일은 갤러리 선정 과정을 개혁하는 일이었다. 피악의 운영 주체인 세계 최대 전시 기획사 '리드 익시비션스'(Reed Exhibitions)가 FIAC조직위원회(COFIAC)에 재정 지원을 끊고 자체적으로 참여 갤러리를 선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은 친한 갤러리들을 알음알음 참여시키는 방식이었어요. 더 나은 갤러리를 선보이기 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데 치중했던 거죠.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코피악 없이 리드 익시비션스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새롭게 구성된 선정위원회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만들었다. 프랑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세대, 다양한 장르 전문가들 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은 2년 임기로 최대 4년까지 활동할 수 있게 했다. 심사위원단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공정성을 높였다.

그 결과 2003년 이전까지 피악에 참여했던 갤러리의 20%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물갈이'됐다. 피악을 떠났던 명문 갤러리들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페어 참여 갤러리들의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 2006년 다시 그랑팔레로 돌아온 피악은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제니퍼 프레이 프랑스 피악 디렉터. 2017.2.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프레이 디렉터는 "매출도 확연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매출이 공식 집계되지는 않지만 지난해 약 940만유로(약 113억9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5~2016년 2년간 세계 미술시장 규모가 25%나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피악에서 바스키아 작품 등 500만~1000만유로 짜리 고가 작품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트페어의 성공을 위해 갤러리 수준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갤러리 리스트를 발표할 때마다 프랑스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그는 "엄중하고 힘든 결정을 통해 페어의 수준을 높였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매년 피악에 참여하겠다는 갤러리들의 제안서가 550여 개 정도 들어옵니다. 그 중에서 약 185개의 갤러리를 선정하죠.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대표성을 갖는 갤러리들을 폭넓게 선정하려고 노력합니다."

미술시장의 헤게모니가 유럽 등 서구권에서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와 중동권으로 옮겨가고 있는 분위기 역시 새로운 도전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권력 이동이 아닌 권력의 균형 상태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 피악, 바젤 등 국제 행사들이 서구권에만 집중돼 있었는데, 이제 아시아, 중동, 남미 등에서도 지역적이면서도 수준 높은 아트페어들이 열리고 있는 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프레이 디렉터는 한국의 다양한 갤러리들이 피악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현재 피악에 참여하는 한국 갤러리는 국제갤러리, PKM갤러리 2곳 정도다.

"아트페어가 국제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43년 역사의 피악은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당당하게 고개를 들 수 있는 입지에 있죠. 신진 아티스트들을 대변하는 프로그램을 갖츤 한국 갤러리들이 피악에 더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amigo@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