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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언주의 숨은그림찾기]길거리·다리밑이 전시장…강덕현 작가

2017.02.27

[뉴시스] 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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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5th street solo exhibit '삐딱선' 2016년 7월14~15일 부산대 온천천

“전시 기간엔 집에 못 가죠. 돗자리 깔아 놓고 그림 옆에서 밤을 새워요. 무조건 상주해야 하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림 지키느라 밤에도 집에 못 간다하니, 이쯤대면 전시장이 어딘지, 모험심 강한 작가는 또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부산에서 ‘거리 전시’로 잘 알려진 강덕현 작가(26)다. 2014년부터 다섯 차례 전시를 했는데, 모두 길거리나 다리 밑에 그림을 펼쳤다. 전시 규모도 작지 않다. 지난해 7월에는 한자리에서 페인팅 작업 60점을 선보였다.

오가는 사람들도 많은 길거리에서 그 많은 그림을 어떻게 전시할까.

【서울=뉴시스】Men, 2016, Paint on canvas 116.8x91.0 cm

강 작가는 먼저 장소를 사전답사 한다. 울퉁불퉁한 벽면이 있는 다리 밑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면 전시장으로 안성맞춤. 벽에 공사의 흔적으로 철재가 삐죽 튀어나와 있거나, 녹슨 못이 그대로 박혀 있기라도 하면 반갑기만 하다.

“꼭 테트리스 하는 것 같아요. 벽면을 잘 보면 군데군데 못도 있고, 움푹 패인 곳도 있어 그림 얹어 놓기 좋거든요. 캔버스가 제 자리를 찾아 딱딱 들어 앉으면 기분 좋죠.”

게임을 즐기는 어린아이 같다. 실제 그의 작업은 천진난만 동심이 가득하다. 팔이 기다란 마이클조단, 양팔을 힘차게 내밀고 하늘을 나는 아톰, 배트맨 등 어린 시절 영웅으로 삼았던 캐릭터들을 흘러내리듯 자유로운 선으로 묘사했다.

【서울=뉴시스】강덕현 작가, 4th street solo exhibit '5th world' 2016년 2월 17~20일 송정폐선부지

익살스럽고 때론 무섭기까지 한 인물의 표정은 꾸밈 없고 솔직하다. 그림을 배운 적 없는 어린 아이가 크레파스를 움켜쥐고 마구 그린 듯, 거칠고도 순수하다. 의외의 장소에 펼쳐진 수십 점의 그림은 자연스레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하다 서양화과로 전과한 후, 아크릴 작업을 하던 중에 답답함을 느꼈다. 펜 드로잉만큼 자유롭지 않았고, 붓질이 마음처럼 뻗어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든 그림을 덮어버리려고 무심하게 흰색과 검정색 페인트를 칠했는데, 얼마동안 세워 둔 캔버스에서 묘한 반응이 일어났다. 페인트가 흘러내리는 중에 번지고 굳어지면서 유화나 아크릴 작업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형태가 그려진 것. 완전한 추상도 아니고, 분명한 형태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마블링 효과가 나타났다.

“느낌이 특이했고 마음에 들었어요. 그때부터 학교에서 친구들이 버린 캔버스를 찾아서 페인트 작업을 시작했죠. 깨끗한 새 캔버스가 필요 없어졌고, 붓도 의미가 없어진 거죠. 어차피 페인트칠하며 딱딱하게 굳어버리니까 막대기로 작업해요.”

【서울=뉴시스】Astro Boy, 2016, Paint on canvas 53.0 × 45.5 cm

핸드폰을 열어 작품을 보여주며 작업 과정을 설명하는 강 작가의 눈빛은 신이 났다. 우연히 발견한 새롭고 기발한 작업,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캐릭터들에 대한 자부심도 보였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카인 스트레스 코믹’(Kein Stress Comic)이란 제목을 붙였다. 독일어로 ‘스트레스 없는 만화’라는 의미다. 만화나 동화 같은 작업을 하되, 말 그대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재미있고 신나는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작업은 제가 재미있어서 하죠. 하지만 작가의 생각을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다 알겠어요? 제가 바라는 건 하는 사람, 보는 사람, 다 같이 재미있게 즐기는 거에요.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 캐릭터 이야기 하면서 가볍게 다가가는 거죠.”

【서울=뉴시스】Michael Jordan, 2016, Paint on canvas 90.9x72.7 cm

그는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더한다. 평면 작업에 조명을 삽입하거나 기타나 스케이트보드 같은 사물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지금까진 사람이나 동물, 만화 캐릭터 등 주로 인물을 그리곤 했지만 앞으론 풍경이나 사물도 다룰 생각이다. 많이 그리고 많이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앞선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림과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거리 전시에서 관심 있게 보시는 분들에게 ‘이전에도 미술전시를 본적 있는지’ 꼭 물어봐요. 그럼 10명 중에 9명은 전시장 가본적 없다고 하세요. 막상 전시 보러 가는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저는 그런 분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알려드리고 싶어요. 예술은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걸요.”

거리에서 주로 만나던 강덕현 작가의 작품을 이번엔 천장이 높은 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부산 이연주갤러리에서 오는 7월20일부터 8월17일까지 초대전으로 작가의 첫 개인전이 열리게 된 것이다.

“천고가 3m50cm쯤 되고, 공간 자체의 웅장함이 있더라고요. 한 200점을 걸어 사방을 가득 채우려고 합니다. 원래 첫 개인전에서 500점을 선보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전시기회가 빨리 왔어요. 좋은 갤러리에서 전시하게 돼서 정말 기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거리 전시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그림을 즐길 수 있도록 거리전시는 계속 할 생각이에요. 소통하는 작업을 계속 할 겁니다.”

◆ 작가 강덕현 = △동의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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