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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공간 드로잉 속으로 들어오세요"…유현미 작가 '수의 시선'전

2017.03.08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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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미 작가가 7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 전시장 1층에서 포즈를 취했다. 공간과 공간 속 모델이 어우러져 하나의 캔버스가 됐다. © News1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유현미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에서 열렸다. 8일부터 4월7일까지 '유현미 : 수(數)의 시선'이라는 주제로 사진, 설치, 영상 등 작품 18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 10여 년 동안 공간과 사물을 캔버스 삼은 회화를 다시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상적인 공간 속에 사물, 혹은 인물들을 배치해 전체적인 '덩어리'를 만들고, 이 3차원의 공간을 캔버스 삼아 그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린다.

작업의 최종 결과물은 사진이다. 설치와 회화는 사라지고 사진만 남는다. 그러나 회화인지 사진인지 분간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호퍼의 회화 속 공간들처럼, 화면 속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들은 독특한 미감으로 시선을 붙든다. 유현미 작가는 "여러가지 재료를 넣었을 때 나는, 뭐라 딱히 정의할 수 없는 국물 맛"이라고 비유했다.

248,120x180cm,inkjet print,2014 (이하 사비나미술관 제공) © News1

작업 과정을 담은 수백 장의 사진들을 '스톱 애니메이션' 형태의 영상물이나 영화('그림이 된 남자', 2009)로 만들기도 한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입체가 갖는 조형성과 회화의 감성적인 표현력, 여기에 사진이나 영상 매체의 기록성을 더한 작업이다. 조각, 회화, 사진의 장점을 흡수한 이른바 '융·복합' 작업이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작가에게 작업의 기반이 되는 공간 설치는 문학이다. 이번 전시는 일본 소설가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2004)에서 영감을 받았다. 수학자의 눈을 통해 바라 본 공간을 상상하고 재해석했다.

미술관 1층 화이트큐브 전시장을 흰 캔버스 삼아 검은 선으로 드로잉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학자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수학의 세계는 굉장히 아름다울 것 같다"는 작가적 상상력이 추상적인 공간 드로잉으로 펼쳐졌다. 자유롭게 사진 촬영이 가능한 이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드로잉 속으로 직접 들어가 '수의 시선'을 체험할 수 있다.

Drawing for 1, 190x126cm, inkjet-print, 2017 © News1

Drawing for 433, 190x126cm, inkjet-print, 2017 © News1

지하 전시장에 벽면에 새겨진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한 구절이 눈길을 끈다.

"(…) 그는 소수를 아끼고 어루만지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 존경했다. 때로는 애무도 하고 때로는 무릎을 꿇기도 하면서 한시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유현미 작가는 숫자에 '인격'을 부여했다. "숫자는 번역이 필요 없는 전 세계 공통언어예요. 제가 조각가이다보니 숫자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는데, 6·25, 365, 1984 같은 숫자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잖아요. 숫자만으로 대화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1984, mixmedia, 가변사이즈, 2017 © News1

작가는 특히 숫자의 '이중성'에 집중했다. 그는 "예를 들어 1이라는 숫자는 최고를 뜻하지만 나머지를 모두 '패배자'로 만드는 이기적인 숫자"라고 했다. 또 "2는 2인자를 뜻하고, 왠지 여자나 엄마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 집안에서 최고 '권력자'는 엄마"라고도 했다.

"숫자는 모든 언어 중 가장 육체적인 동시에 정신적"이라는 유 작가는 "우리 눈에 보여지는 세상의 이면에서는 이진법에 의해 모든 정보가 통제되고 있다"며 "작품 속에는 그에 대한 두려움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난 유현미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 미국 뉴욕대학에서 창작미술을 전공했다. 2012년 '제3회 일우사진상' 출판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예술가 가계도도 눈길을 끈다. 남편은 설치미술가 김범 씨이고, 시어머니는 김남조, 시아버지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고 김세중 조각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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