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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아트1 아티스타-40] 얇은 종이가 단단해질 때까지...권봄이 작가

2019.07.03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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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아티커버리’ TOP 1 선정

【서울=뉴시스】권봄이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종이말이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얇은 색종이를 하나하나 겹겹이 말아 단단한 종이 봉이 될 때까지 손을 멈추지 않는다. 이윽고 수 일이 지나고 나서야 그 봉들은 서로를 지지대로 삼아 뭉치고 촘촘히 끼워져 더욱 견고한 하나의 시간으로 완성된다.

“너무 진부한 생각일 수 있지만, 미술 작업은 일단 손이 많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는 그게 옳다고 생각하고 작업하고 있어요.” 물론, 쉽게 쓰여지는 글이나 그림은 없다지만, 권봄이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딱 봐도 ‘손 많이 가는 작품’ 인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렇게 수백 장의 종이를 말아 딱딱한 나무 기둥으로 만들어지기까지 그가 보여준 ‘원형에 대한 강박’은 매우 사소한 습관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종이말이 작업 중인 권봄이 작가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어느 순간 제가 영수증이나 티슈를 말고 찢고 있더라고요. 대화에서 겉돌거나 긴장감을 느낄 때 주로 종이를 말았던 것 같아요.” 작가는 어쩌면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소외감을 견딜 수 있는 단단하고 견고한 내면을 가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작가에게 힘없는 얇은 종이를 겹겹이 마는 행위의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평면이면서 얇고, 가벼우면서 힘이 없어 보이는 종이를 강하게 만들고자 했던 욕구가 있었다"고 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했지만, 매번 무겁고 딱딱한 재료들을 깎고 자르거나 덩어리를 덧붙이는 과정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천이나 종이 같은 약한 물성의 존재들이 단단해지거나 투박해지는 것에 더욱 집중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권봄이, Circulation(27), 2019, 종이, 80×80×5cm(detail)

습관으로 시작된 종이말이는 어느덧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넘어,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하나의 수행 과정과도 같은 행위가 된다. 수십 개의 종이 기둥의 단면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온갖 잡념은 사라지고 철저히 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반복되는 말기 작업 중에도 이미지에 대한 구상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우연의 효과보다, 계획된 이미지를 계속해서 떠올리면서 말곤 해요. 특히 단면을 배치하고 구성할 때면 이런 집요한 성격 때문에 스스로 너무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행위에 몰입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도 용납 못 하는 조형 요소가 있다. 바로 “원형들 사이에 보이는 빈틈과 느슨하게 말린 종이 단면”. 실제로 그의 작품을 보면 빈틈없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 크고 작은 원형과 팽팽하게 말린 종이의 긴장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작가의 집착과도 같은 근성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서울=뉴시스】권봄이, Circulation(26)와 Circulation(27), 2019, 종이, 80×80×5cm (each)

무념무상과 몰입, 기계적 반복과 창작이라는 서로 다른 태도가 치열하게 반복되는 작업 과정이지만, 작업의 결과물은 하나의 커다란 흐름을 보여준다. 연작의 제목이자 작업의 키워드이기도 한 ‘순환(Circulation)’은 한 장의 종이가 돌돌 말린 형태, 종이 개체가 모여 만드는 원형이라는 하나의 흐름, 의식과 무의식의 반복 등 모든 종류의 순환을 내포하고 있다. 납작하고 매끈한 종이의 지면 대신, 쓰이지 않고 외면당하는 측면을 선택하게 된 이유 역시 “말려진 모습을 통해 무한의 순환과도 같은 움직임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최근 국내 온라인 작가발굴프로그램인 ‘2019 아티커버리’에서 당당히 TOP 1으로 선정됐다. 온, 오프라인을 통해 대중에게 “꾀부리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권봄이 작가

작가 권봄이는 대진대학교 환경 조각을 전공했고,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 전공 석사 졸업했다. 아르세 갤러리, H.아트브릿지, 아티온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KOSA space, 갤러리 연우, 아트스페이스 등에서 열린 단체전을 통해 작품이 소개되었다. 아트1(http://art1.com)의 신규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 온라인 마켓'에서 볼 수 있다. ■글 아트1 전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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