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아트1 아티스타-43] '코스메틱 덕후'가 그리는 화장품...유재희 작가

2019.07.31

[뉴시스] 박현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서울=뉴시스】아트1 유재희, Ninaricci, 2017, pen on canvas, 112x112cm

유재희 작가는 지독한 ‘코덕(코스메틱 덕후)’이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SNS에서 화장품을 찾아보고 이미지를 사진첩에 저장했다. 사진첩에만 쌓여 있는 수백 장의 화장품 이미지들을 하나 둘 캔버스에 옮겼다. 그렇게 휴대폰 사진첩에서 화폭으로 이동한 그림은 '코스메틱 시리즈'로 탄생했다.

“매일같이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을 모두 소유할 수 없어 괴로워하죠.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예쁘고 새것 같은 이미지를 그리는 것은 소유에 대한 폭발적이고 일시적인 첫 정서에 불과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는 소비와 소유 그 다음에 오는 것들에 주목했어요.”

【서울=뉴시스】아트1 유재희, collect 1, 2018, 캔버스에 펜, 50×50×7cm

유재희는 화장품을 깔끔한 새것으로 묘사하지도, 그럴 듯하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정밀묘사처럼 보이는 그의 회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상 실루엣만 남은 화장품 이미지이며, 이 마저도 상표가 지워지고 시간이 흘러 광택을 잃은 모습이 역력하다. 대량생산 되는 공장의 속도를 염두에 두지 않고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화장품의 짧은 유통기한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지점이다.

작가는 소비로도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무분별한 소비를 자극하는 시장 구조 그 자체를 지적한다.

“우리는 하루아침에도 몇만 개씩 빠르게 출시되는 새 제품들과 그것들에 기계적으로 그리고 자동으로 반응하고 있죠. 이제는 물건이 인간을 앞서가는 시대라고 할까요? 인간에게 소유가 중요한 일이 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제 화장품 더미는 시류의 한 단면을 반영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것들의 무덤 같은 거죠.”

예쁜 것에 대한 본능적 소유욕라는 솔직한 표현에서 시작한 그의 작업은 ‘아름다운 것들의 무덤’이라는 자조 섞인 자기성찰의 단계로 이르렀다. 파우치에 담기지 못하고 쏟아져 나온 화장품 더미처럼, 그의 그림은 결코 충족할 수 없는 욕망의 씁쓸한 말로일지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화장품은 욕망을 나타내는 대리물일 뿐, 우리의 욕망은 언제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뉴시스】유재희, #make up 시리즈 설치 전경

현재 그의 관심은 ‘개인의 욕망’에서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으로 옮겨갔다. 울산 창작스튜디오 131에 입주하며,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속박과 친밀함, 애정과 애증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름다운 것이나 추한 것이나, 일상적인 것이나 거시적인 것이나, 뜨거운 것이나 차가운 것이나 각자가 가진 미덕과 의미가 있죠. 그런 것들을 발견해 새로운 의미로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거창하지 않지만,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일상을 제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어요.” ■글 아트1 전시팀.

【서울=뉴시스】 아트1 유재희 작가

▲유재희 작가는 충북대학교 조형예술학과와 동 대학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다. 청주 신미술관과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대전 문화공간 주차, 창작스튜디오131, BNK갤러리에서 작품이 소개됐다. 2017 아트청주 신인 미술상을 수상했고, 2019 아티커버리 TOP 9로 선정되었으며, 현재 울산 창작스튜디오131에 입주 중이다. 아트1(http://art1.com)의 신규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 온라인 마켓'에서 볼 수 있다.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