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리만머핀' 라이자 루 "끔찍한 일상,그래서 아름다움 더 필요"

2019.09.26

[뉴시스] 박현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30년간 깨알같은 구슬로 작업...휘트니미술관 소장 작가
리만머핀 서울-송원아트센터서 서울 첫 개인전 26일 개막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5일 서울 삼청동 송원아트센터에 작품을 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내한한 작가 라이자 루(Liza Lou)가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

"환경 재앙등 우리 일상이 너무 끔찍함으로 넘쳐나는 시대에, 계속 예술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예술 작품이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했다"

25일 서울 송원아트센터 전시장에서 만난 라이자 루(51)는 진지했다.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30 년 이상 구슬(glass beads)을 주재료로 작업을 해오고 있다. 부엌 전체를 구슬로 덮어씌운 작품, 'Kitchen'이 휘트니미술관에 소장되면서 현대미술작가로 급부상했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5년에 걸쳐 작가가 혼자서 완성한 작품이다.

특히 세계적인 화랑 미국 뉴욕 리만 머핀 소속 작가로, 예술성과 상업성을 인정받은 작가가 '왜 예술을 하는가?'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이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의 말 처럼, 혼종과 혼융으로 혼란한 이 시대에 예술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녀는 "결국 일상이 끔찍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이 더 필요하다"면서 자신이 혹독한 작업 과정을 거쳐 나온 작품에 대해 "정말 사랑과 애정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라이자 루는 "이번 전시 타이틀을 '강과 뗏목'으로 지은 것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왜 예술을 하는가?에 대해, 또 예술이란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 다시 한번 짚어보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품은 알고보면 '아름다움은 고통속에 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LIZA LOUDesire Lines, 2019oil paint on woven glass beads and thread on canvas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and Seoul.Photo: Josh White

멀리서 보면 그냥 네모난 천을 겹쳐 붙인 것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실상은 지난한 노동속에 탄생했다. 레이스같은 천에 하얀 구슬이 깨알처럼 박혀있다. 그 천들을 덧대거나 자연스럽게 구멍을 내 변주를 보인다.

작가는 "일일이 바늘과 실을 꿰어 작업 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아름다움의 중요성에 대해 아름다움의 의미에 대해 되새길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 라이자 루(Liza Lou)의 첫 번째 서울 개인전이 리만머핀 서울과 송원아트센터에서 동시에 열린다.

'강과 뗏목'을 주제로 두 전시공간에 예술 행위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나온 회화와 조각을 선보인다.

타이틀 강과 뗏목은 불교 경전에서 따왔다. 그 책에 나오는 우화로, 자신이 건너야 하는 강 앞에 선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배 한 척도, 건널 수 있는 다리도찾지 못한 남자는 뗏목을 만든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알맞은 모양을 잡고 밧줄로 나뭇가지들을 하나로 묶은 그는 자신이안전하게 강을 건널 수 있을 때까지 거듭해서 모형을 시험해본다. 맞은 편 강둑에 다다르자, 남자는 안전하게 그 여정을 성공할수 있게 한 도구였던 자신의 창작물로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 당황하게 된다. 여기서 질문이 뒤따른다. 그는 그를 번거롭게 하고전진을 느리게 만든다고 할지라도 뗏목을 계속 가지고 가야 할까?"

이 이야기는 우리가 추구했던 일을 위해 들였던 공과시간의 가치를 놓는 일에 관한 교훈이다. 그 상실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홀가분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라이자 루는 수십 년간 구슬로 하는 작업에 내재된 도전에 맞서면서 순수예술의 재료로는 비전통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구슬의 한계를넘어섰다. 루의 작업은 과정, 노동, 아름다움의 예술적 여정에 상생의 꽃을 피워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부의 콰줄루나탈(KwaZulu-Natal)에 위치한 스튜디오를 마련, 2005년부터 줄루족 장인들과의 협업을시작했다.

대부분의 작가 조수들이 ‘드러나지 않게’ 작가를 돕는 것과는달리, 루의 조력자들은 그들의 손에서 나온 기름이 묻어 구슬이 물들거나, 조금씩 차이가 나는 직조 방식을 통해 말 그대로자신들의 ‘자국’을 작품에 남긴다. 이런 팀과 일하면서 완성한 기념비적인 작품 The Waves(2016)는 마치 하얀 천처럼 보이는 구슬로 만들어진 1000 개의 시트로 구성된 것으로, 제작과정과 이를 만든 이들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할 수있다.

이 작품을 필두로 작가는 미니멀리즘적 접근법의 잠재력을 수년간 연구하고, 궁극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시각 요소 (색, 빛,선, 부피, 질감)로 복귀해 구슬을 물감처럼 다시 주조하고, 섞어서 캔버스에 결합시켰다.

루의 서울 전시를 추진한 리만머핀 손엠마 대표는 "루는 자신의 작업 과정과 매체를 가능한 한계의 끝까지 밀어붙인다"면서 "최근 'The Waves' 를 완성하면서 더욱 밀도 높고 다층적인 배열로 구슬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겹쳐 놓고 깨트리고 꿰매는등 특유의 비정통적인 작품 제작 방식을 지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세계적인 화랑인 리만머핀 전속작가인 라이자 루(Liza Lou)의 한국 첫 개인전이 리만머핀서울과 송원아트센터에서 동시에 열린다.

루의 작품은 평면적인 동시에 3 차원적인 공간을 보여준다. 작품 'Psalm 51'(2019)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구슬은 섬세한 레이스 모양의패턴으로 활용되는데 각각의 천에는 문을 연상시키는 구멍이 남겨져 있고, 그 사이로 형형색색의 유화가 노출된다. 또 자유롭게 걸려있는 듯하면서 덮개처럼 겹쳐진 천이 군데군데 찢어져 그 아래로 흡사 멍든 모양으로 보이는 물감이 발라져 있다.

이런 추상적인 접근은 두꺼운 임파스토(impasto 물감을 두껍게 칠해 질감을 강조)기법의 유화가 특징인 신작 시리즈 전반에서 두드러진다.

라이자 루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재료를 관찰하고 작업하면서 자유는 오히려 한계 안에서발견될 수 있다"고 깨달았다면 "하나의 재료에 집중하고 선택한 나의 작업은 미니멀리즘의 진수”라고 묘사했다.

벽 위에 펼쳐 엮어진 작품들은 편안하고 고요하게, 갓 세탁한 빨래가 줄에 널려있는 것처럼 미적으로 충만한 느낌을 준다. 전시는 11월9일까지.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