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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김원 “나는 동광원의 사진사입니다”

2019.09.25

[뉴시스]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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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나는 동광원의 사진사입니다”

동광원은 경기도 벽제에 있는 기독교 수녀원이다. 맨발의 성자 이현필 선생을 따르는 기독교 신자들이 세운 수도회로 1957년부터 독신 여신도들이 기도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세 명만 남았다. 평생 노동과 기도로 자급자족하며 수도원을 지키고 있다.

김원(53) 작가는 열네 번의 봄을 동광원에서 보냈다. 그의 직업은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이다. 30년 동안 홍수 가뭄 물관리 등 강(하천)을 연구하며 30년 가까이 일하고 있다. 그런 그가 14년 동안 300-400번이나 동광원에 드나들었다.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그런데도 갈 때마다 매번 새로웠다고 말한다. 해마다 흙집은 나이 들어가고 가마솥은 일손을 놓았다. 밭벼는 줄어들고 산에서 내려오는 고라니는 늘어났다. 동광원에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조금씩 바뀌었다.

ⓒ김원

김 작가가 그동안 기록한 동광원의 사진들을 모아 28일부터 서울 중구 필동 갤러리 꽃피다에서 전시한다.

ⓒ김원

“어르신들은 ‘늙은이들 사진 찍어 뭐 하냐’고 손사래 치며 ‘꽃이나 찍으라’ 하십니다. 하지만 한 해 동안 찍은 사진책을 보고 소녀처럼 웃으십니다. ‘돈 들어가니 내년에는 만들지 말라’는 얘기는 매년 되풀이하십니다.”

ⓒ김원

그 사이에 열권이 넘는 사진집이 쌓였다. 작년에는 ‘피안의 사계’(눈빛)라는 사진집도 발간했다.

ⓒ김원

김 작가는 동광원에 드나들게 된 사연을 털어놓는다. “시작은 우연이었습니다. 지인의 주말농장에 갔다가 인근의 동광원에 가게 됐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알게 됐습니다. 그곳에 가는 이유는 사진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은 내 삶의 에너지였고 카메라에 담은 사진은 그분들의 사랑이었습니다. 가지 않을 수 없었고 찍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진은 더 이상 사진이 아니었습니다. 그분들 사랑으로 인해 동광원은 늘 봄이었습니다. 2019년 가을, 동광원은 여전히 봄입니다.”

그가 묵은 사진을 한 장 꺼낸다. “모든 것이 그대로 입니다만 한 분이 계시지 않습니다. 박공순 원장님. 평생을 동광원에 사시며 맨 손으로 모든 것을 일구신 분입니다. 2년 전 여름, 곡기를 끊으시고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가셨습니다. 모든 기력을 잃으신 후에도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 손짓하던 모습만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살아계셨으면 ‘늙은이 사진 뭐 볼 게 있냐’고 하시겠지만 내게는 최고의 사진입니다. 원장님을 사진으로 기억하는 일이 내가 받은 사랑과 에너지를 갚는 길입니다. 지금은 계시지 않는 원장님과 동광원 식구들에게 전시를 바칩니다.”

개막식은 28일 오후 5시, 전시는 10월 11일까지다. 일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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