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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한국 미술경매 낙찰총액 1880억원 전년대비 2배 껑충…호황인가 버블인가

2016.01.25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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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미술시가감정협회

세계 경기침체속 미술시장 '견고'…"시장이 허상' 비판속, 한국은 견고한 성장 전망도.

한국을 비롯한 서구 주요 미술품이 중국발 경기 둔화 역풍에도 가격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시세 버블(거품)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미술 시장의 순항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세계적 미술시장 정보업체 아트프라이스는 최근 '2015 글로벌 아트마켓 리포트' 사전 공개분에서 지난해 1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전 세계 미술품의 연간 수익률이 12~15%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고가 미술품 수요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거장들의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고가 미술품이 전 세계 금융·경제 혼란의 도피처가 된 셈이다.

미국 뉴욕증시의 대표지수인 S&500지수의 수익률이 2014년 11%에서 2015년 마이너스(-) 0.7%로 꺾이고, 한국 코스피지수 수익률 역시 2.4% 수준에 그친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비정상적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서구권 기준 낙찰 총액이 112억 달러 선으로 전년 대비 동일했다. 중국의 급격한 경기 냉각으로 주요 자산시장이 투매 압력에 직면한 가운데 전 세계 미술 시장은 일단 방어전에 성공한 셈이다. 중국의 지난해 연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6.9%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3일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을 포함한 주요 경매사들의 연간 경매 낙찰총액은 18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그러나 미술시장 버블론에 주목했다. 최근 룩셈부르크 경영대학원이 유명 학술지 ‘임피리컬 파이낸스 저널'에 게재한 논문이 버블론의 불씨가 됐다.

룩셈부르크 경영대학원 소속 로만 크라우슬 등 3인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1970년부터 2014년까지 100만 건 이상의 경매 기록들을 분석한 결과 현재 미술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전 세계 미술품 가운데 역대 최고가에 낙찰된 파블로 피카소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

특히 전후(戰後)·컨템포러리(현대), 전근대 거장들의 작품 시세에 대한 '상당폭의 조정' 또는 폭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컨템포러리 계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낙찰가가 2배로 올랐는데 이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영국 미술시장 분석업체 아트택틱의 앤더스 페터슨 사장은 가디언과의 회견에서 "특정 섹터인 전후, 컨템포러리 부문은 버블의 영역에 진입했다"며 "가장 큰 질문은 버블이 언제 꺼지느냐"라고 봤다.

버블론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의 '진기록'과 함께 제기됐다. 지난해 파블로 피카소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전 세계 정규 거래시장 사상 최고가인 1억 7930만 달러에 낙찰됐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년)의 유화 ‘누워있는 나부’도 뉴욕 크리스티에서 1억 7040만 달러에 팔려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신고가 행진은 시장이 건전하다는 허상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은 서울옥션의 홍콩경매에서 국내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년)의 유화 '19-Ⅶ-71 #209'가 46억 7201만 원에 팔려 국내 작가 기준 역대 최고가 작품에 올랐다. 단일 작품 낙찰가를 기준으로는 현대 미술의 ‘대모’ 루이스 브루즈아(1911~2010년)의 조각 ‘콰란타니아’가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54억 2556 만원에 낙찰돼 1위에 올랐다.

김환기와 이우환·박서보·하종현·윤형근·정상화 등의 단색화 가격은 최근 2, 3년 사이 최고 20배 이상 치솟았다. 경매시장 일각에서 "'선생님' 그림이 너무 빨리 오른다"는 위기의 평가도 터져 나왔다. 더이상 기존 소장가 본인의 자금 여력으로 작품을 구매하기 어려울 만큼 가격 상승 폭이 크다는 뜻이다. 해외 미술관, 콜렉터들이 국내 단색화 매입에 나서면서 경합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해 국내 작가 미술품 가운데 역대 최고가에 낙찰된 김환기 화백의 유화 '19-Ⅶ-71 #209'.

가격이 고공행진을 달리자, 국내 미술 시장에서도 버블론이 제기됐다. 장준영 한국미술품가격 인덱스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경매 시장을 두고 "단색화로 끌어들인 기존 블루칩 작가의 가격만 거품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술 시장이 활황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미술시장의 자금 탄력성은 2007년 미술시장 거품 시기에 나타난 현상과 부분적으로 상당히 비슷하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미술 시장이 활기를 띤 것은 단색화 작가들에 대한 막연한 투자심리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현희 서울옥션 경매사는 "단색화 열풍이 일시적인 것은 아니며 해외 시장에선 가격이 형성되는 추세였다"며 "해외에서 보면 단색화 등 한국 미술이 가격으로나 내용으로나 저평가되었다는 시각이 높다"고 했다.

서진수 강남대 교수 겸 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은 "미술 시장이 급격하게 회복된 측면이 있지만 2006~2007년 한국 미술의 호황이 국내 중심이라면 2015년 호황은 글로벌화와 동반한 것"이라며 "한국은 아직 2000억 원 미만의 작은 시장으로, 이 시장이 해외의 주목을 받아 앞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김환기의 작품이 50억 원 정도로 지난해 거래됐지만 아직 너무 낮다는 의견이 많다"며 "세계적 경기 둔화라면 단색화의 주변부작가들까지 주목받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거장들의 작품이 이제 막 주목받았다는 사실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영석 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미술 시장은 올해도 견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단색화를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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