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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뱀을 닮은 슬픈 전설의 화가...천경자 '탱고가 흐르는 황혼'

2019.12.30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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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전 선보여
전시 도록 표지 작품...서울옥션서 8억원 낙찰

[서울=뉴시스] 천경자, 탱고가 흐르는 황혼, 1978, 종이에 채색, 46.5x42.5cm. 사진=갤러리현대 제공. 서울특별시제공.2019.12.30. [email protected]

이토록 시크하고 고독할수 있을까?

1978년, 41년 전 나온 이 그림은 시대를 앞서간 여인의 위대한 초상이다.

보랏빛 셔츠에 푸른 장미를 꽂고 틀어올린 머리는 만개한 꽃같기도 하고 똬리를 튼 뱀 같기도 하다. 푸른색 네일아트를 한 가느다란 손가락에 보랏빛 담배가 물렸다. 허공에 뜬 듯 피어난 한송이 노란 장미꽃을 감싼 푸른 담배 연기도 뱀을 닮았다.

'뱀'. 뱀은 천경자(1924∼2015)의 트레이드 마크다. '뱀'을 그리는 여자 화가로 일약 스타 작가가 됐다. 1952년 부산서 연 개인전에 35마리의 독사가 꿈틀거리는 '생태'를 선보이면서다.

모두가 징그러워하는 뱀. 왜 뱀을 그렸을까?

훗날 천경자는 "나는 무섭고 징그러워 뱀을 참 싫어한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가난, 동생의 죽음, 불안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친 듯이 뱀을 그렸다. 징그러워 몸서리치며 뱀집 앞에서 스케치를 했고, 그러면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28세였다. 그때는 집안이 몰락했고, 여동생은 폐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첫 번째 남편과 이혼까지 했다 ('생태'는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돼 있다.)

'탱고가 흐르는 황혼'은 1995년에 출간한 작가의 수필집 제목이기도 하다. 이 그림을 그려낸 때는 52세. 그녀에게 고독은 여전히 유일한 안식처라는 것을 보여준다.

화면을 장악한 보랏빛은 슬픈 전설이 서렸다. 조은정 미술평론가는 "'어린시절 집안에 울려 퍼졌던 엄마 목소리'로 천경자의 어머니를 상징한다"며 "천경자 자신이 엄마의 색을 입고 있는 것, 그것은 곱지만, 한으로 설정된 어머니의 색을 입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여성의 욕망이 억제되던 사회에서 천경자의 거침없는 사랑과 표현은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주었다. 천경자의 탱고가 흐르는 황혼은 욕망의 주체로서 여성인 자신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초상화이다."

이 작품은 현재 갤러리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선보인 한국 근현대 인물화전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전에서 만나볼수 있다. 천경자의 작품은 이 그림외에도 화창한 날에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목화밭에서'도 선보인다.

'인물화'라는 장르로 돌아본 한국 근현대미술사 100년, 한국 근현대사 100년과, 2020년 개관 50주년을 맞는 갤러리현대의 기념비적 첫 전시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54명의 작가들이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제작한 인물화 71점을 전시한다.

특히 천경자의 '탱고가 흐르는 황혼'을 표지작으로 제작한 전시 도록도 압권이다. 상업화랑에서 발간하기 쉽지않은 대형도록으로 '인물화 아카이브' 자료로 손색없다. 미술평론가등 자문위원들의 섬세한 해설이 실려,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서울=뉴시스] '인물, 초상그리고 사람' 갤러리현대 전시 도록 표지.2019.12.30. [email protected]

한편, 천경자의 고독함과 보랏빛 셔츠가 인상적인 '탱고가 흐르는 황혼'은 지난 6월, 서울옥션 152회 경매에서 8억원에 낙찰된바 있다.

천경자는 국내 미술시장 블루칩 작가 반열에서 유일한 여성 작가다. 이전부터 작품가격은 상승세였지만 사망이후 인지도가 더 높아졌다. 천 화백이 세상을 떠난 2015년부터 최고 낙찰가격 행진이 이어졌다.

지난 5년간 천경작 작품은 446점이 나와 326점이 거래됐다. 낙찰률은 73%, 194억치가 팔렸다. 낙찰총액 최고가 5위에 올라있다. 이는 서울옥션·케이옥션 등 국내 미술품경매사 10여곳에서 거래한 낙찰가를 분석한 결과다. 이같은 내용은 뉴시스가 국내 언론 최초로 개발한 작품가격 사이트인 'K-Artprice(k-artprice.newsi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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