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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지필묵'의 멋맛 모르니 '한국 수묵화'도 침묵하네

2016.07.11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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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일부 수묵화·서양수묵화 외 韓수묵화 시장 평가↓…'서예+한국화' 다루는 교과서.

선비의 수양 과정이자 격조 있는 예술품으로 사랑받았던 수묵화. 수묵화는 종이와 먹, 물을 주된 재료로 사용하는 그림으로 현대 미술 이전 ‘한국화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 2006~2015년 연도별 낙찰가 상위 10위권에 ‘수묵화’ 전무

한국미술품시가감정협회의 ‘2006~2015년 연도별 미술품 낙찰가 상위 10위’ 리스트에 따르면 해방(1945년) 이후 한국인이 그린 수묵화나 수묵 채색화가 들어선 적이 없다.

같은 기간 조선 시대의 수묵화나 수묵화의 재료로 쓰이는 먹과 물이 사용된 작품이 포함된 사례는 얼마간 있다. 조선 시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의 글씨에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4폭 등을 곁들인 16면짜리(표지 2면 포함) 서화첩인 ‘퇴우이선생진적첩’은 낙찰가 34억원을 기록해 2012년 경매시장 낙찰가 1위에 올랐다. 이 안에 포함된 작품이 겸재의 수묵화다. 정조의 어찰첩이나 작품 일부에 수묵 기법이 적용된 불화도 이름을 올렸으나 수묵화에 포함하지 않는다.

수묵 기법이 적용된 순수한 의미의 수묵화 단일 작품이 경매 낙찰가 10위권에 들어간 사례는 단 2건이다. 그마저도 조선 시대 또는 중국 현대 작가의 작품이다. 추사 김정희의 수묵화인 ‘시우란’(2014년 경매)과 중국 거장 리커란(1907~1989년)의 수묵 담채화인 ‘데이 오브 스프링 레인’이다. (2013년 경매))

서세옥의 수묵 추상화인 '사람들'.

◇ 수묵화 vs 서양화 낙찰가 차이 ‘뚜렷’

같은 현대 미술이라도 가격 차이가 뚜렷했다. 미술품시가감정협회와 서울옥션, K옥션 등에 따르면 역대 경매 낙찰 최고가 수묵화 작품은 서세옥 화백(87)의 ‘사람들’(130cm x 162cm). K옥션 홍콩경매에서 55만 홍콩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8400만원)에 낙찰됐다. 이에 비해 이우환 화백(80)의 최고 낙찰가 기록 작품 ‘점으로부터’(291cm x 162 cm)는 약 23억 1000만원에 판매됐다.

홍경한 평론가는 “해방 이후 서구 미학에 의해 미술이 평가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동양화 원류인 중국 회화사와 한국화와의 관계 규정문제, 전통성과 현대성 가운데 어떤 방향을 추구할 것이냐 하는 고민 등 걸림돌이 생기면서 한국화가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평단이나 시장에서 이상범(1972 ~1897년), 김기창(1913 ~2001년), 서세옥 이후 한국 수묵화단을 견인할 중진이나 신예를 찾기 힘들다. 애호가가 적으니 관련 전시도 열리지 않고, 전시가 열리지 않으니 작가 발굴도 여의치 않다.

◇ 멀어지는 수묵화, 교육도 부실

교육 현장과 전망도 비관적이다. 손지현 서울교대 교수는 “중학교 미술 교과서를 분석해 보면 한국화 영역이 따로 제시돼 있지 않고 서예와 함께 있거나 낮은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거나 한국화가 하나의 대단원으로 구성되는 않는 경우도 있다”며 “학생들의 인식에서 한국화가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묵화에 활용되는 종이(지), 붓(필), 먹(묵) 등 전통 재료를 소홀하게 다룬 결과라는 점도 지적됐다. 송희경 이화여대 초빙교수는 “‘지필묵’이란 현대의 작가들이 단순한 호기심이 생겨 일회성으로 다룰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라며 “정규 커리큘럼에 따라 지필묵이 파생하는 무한한 기법을 완벽하게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이 (교육의 부재로) 사라진다면 창작 범주에서 그만큼 중요하고 큰 영토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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