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비닐봉지로 만든 태평양 쓰레기섬 "작은 변화 이끌래요"

2018.12.10

[뉴스1] 이헌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서울새활용플라자 입주 김태연 작가 인터뷰
비닐봉지를 실처럼 활용해 작업

김태연 작가의 작품 '플라스틱 섬(Plastic Island)'.(김태연 작가 제공) © News1

과거 공예는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를 필요한 만큼만 취해 필요한 만큼만 만들었던 매우 친환경적인 활동이었다. 오늘날 넘쳐나는 물건과 쓸모 있지만 쉽게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쓸모 있지만 저급하게 취급돼 쉽게 버려지는 비닐봉지로 실을 만들고 직물을 짠다.
-2011년 김태연 작가 작업노트에서 발췌

5일 찾은 서울새활용플라자 내 김태연 작가의 스튜디오는 다소 휑한 느낌이었다. 올 9월 입주해 아직 집기나 재료, 작품들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20년 넘게 직조 기법 가운데 하나인 타피스트리로 작품활동을 해왔다. 틀에 실을 걸고 가로·세로로 색색의 실을 엮는 방식이다. 특이한 점은 그의 재료가 실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비닐봉지라는 것이다.

김 작가는 모은 비닐봉지를 일정한 간격으로 자르는 것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이렇게 자른 비닐봉지를 때로는 그 자체로, 때로는 그 위에 재봉틀로 색색의 실을 박아 작품의 재료로 쓴다.

김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공예 재료로서 비닐의 잠재력을 발견했다"며 "주변에는 정말 다양한 비닐봉지가 있고, 색이나 질감이 제각각이라 재료부터 작품 구상의 출발점이 된다"고 말했다.

김태연 작가가 5일 오후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비닐봉지를 재료로 쓰기 시작한 것은 환경에 대한 인식 때문이 아니라 우연한 계기였다. 김 작가는 "10여년 전까지는 보통의 방식대로 실로 작업을 했다"며 "어느날 집에 널려 있던 비닐봉지를 정리하다 '이걸 재료로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보니 비닐로 작품활동을 하는 초기에는 '업사이클 작가, 환경을 생각하는 작가'라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그런데 비닐을 재료로 작업을 지속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고, 태평양의 쓰레기섬과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그는 "6년 전 개인전에서 지인들이 모아 준 비닐봉지로 그들이 그려준 그림을 만들어 전시했다"며 "손수 보낸 비닐이 작품으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며 지인들이 업사이클에 대해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가 한번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을 통해 한두사람씩 작은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생활의 변화가 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런 생각으로 만든 작품 중 하나가 '플라스틱 섬(plastic island)'이다. 여러 개의 비닐봉지를 펼쳐 넓게 이어붙이고, 색색의 실을 박은 작품이다. 작품 군데군데는 원래 비닐봉지의 손잡이를 그대로 살려 재료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하얀색 비닐봉지, 검은색 비닐봉지, 색색의 비닐봉지를 바탕으로 한 버전 등 3개 버전을 제작했다.

김 작가는 "앞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전시를 하고 싶다"며 "결과물만 전시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작품이 만들어지는지 관람객들이 지켜본다면 시선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바람을 밝혔다.

김태연 작가가 5일 오후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 소재인 비닐을 보여주고 있다. 2018.1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새활용플라자에는 김 작가처럼 환경, 업사이클을 주제로 한 작가와 업체들이 42팀 입주해있다. 우유팩, 커피찌꺼지, 페트병, 유리병 등 다양한 재료로 작품과 상품을 만든다.

김 작가는 "다양한 작가와 업체들이 입주해 있어 이 안에서 협업이 이뤄지기도 한다"며 "개별 작업공간에 있을 때는 협업을 하려면 직접 찾고 만남을 시도해야 했는데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떤 계기로 비닐봉지로 작품활동을 하게 됐나.
▶비닐봉지를 쓰기 전, 10년 정도 작업을 하면서 '차별화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어느날 집에 널려 있던 비닐봉지를 정리하다가 '이걸 재료로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전시에 작품을 들고 나가면 '업사이클 작가, 환경을 생각하는 작가'로 봐주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오면 '그런 뜻이 아니다. 재료만 비닐을 쓰는 거다'라고 설명했다.(웃음)
그런데 작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태평양의 쓰레기섬과 같은 이슈도 더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전에는 실로 만들고 남은 비닐을 버렸는데 그렇게 문제가 된다니 못 버리겠더라.
비닐봉지로 작업을 하면서 재료로서 잠재력을 발견했다. 주변에는 정말 다양한 비닐봉지가 있고, 색이나 질감이 제각각이라 재료부터 작품 구상의 출발점이 된다.

-이런 활동의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6년 전 개인전에서 지인들이 모아 준 비닐봉지로 그들이 그려준 그림을 만들어 전시했다. 손수 보낸 비닐이 작품으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며 지인들이 업사이클에 대해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 전시가 한번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을 통해 한두사람씩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생활의 변화가 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한다.
또 무심결에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비닐도 어떻게 활용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느낀다. 비닐 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 사물, 사람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비닐봉지를 어떻게 실처럼 만드는지.
▶먼저 구상한 작품에 적합하게 일정한 간격으로 자른다. 이렇게 자른 비닐을 그대로 재료로 쓰기도 하고 그 위에 재봉틀로 실을 박아 작업하기도 한다. 한 작품은 자른 비닐을 좌우로 세게 잡아당겨 아주 가늘게 만들어서 작업했다.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안한다.(웃음)

-어떻게 서울새활용플라자에 입주하게 됐나.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업사이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제가 비닐로 실을 만들어 작업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더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버려지는 물건을 어떻게 재료로 쓰면 좋을지 보여주고 함께 하자고 요청하고 싶었다.
앞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전시를 해보고 싶다. 전시장에서 큰 틀을 놓고 전시 기간 직접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다. 결과물만 전시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작품이 만들어지는지 관람객들이 지켜본다면 시선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장점은?
▶정말 다양한 업체와 작가들이 입주해있어 이 안에서 협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개별 작업공간에 있을 때는 협업을 하려면 직접 찾고 만남을 시도해야 했는데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임대료가 아주 저렴하다.(웃음)

김태연 작가가 5일 오후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