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고범준
2017.08.10
[뉴시스] 고범준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그림 대작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가운데)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은 증인으로 참석한 미술 평론가 진중권. 2017.08.09. [email protected]
진중권 "아이디어 제공한 조영남은 원작자"
최경선 화백 "아이디어만 제공은 위작" 반박
조영남 "광주비엔날레 초청받아" 작가 강조
검찰, 조영남에 1년6월구형···10월18일 선고
진중권(54) 동양대학교 교수가 가수 조영남(72)씨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1000% 조씨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 심리로 열린 조씨의 사기 혐의 결심 공판에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온 진 교수는 논란이 된 작품들의 저작권이 모두 조씨에게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진 교수는 "작품에서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며 "해당 그림을 그리기로 한 사람과 그림을 시킨 사람, 시장에 작품을 관철시킨 사람 모두 조씨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품들은 800%, 1000% 조씨의 원작이다. 진본 확인 역시 조씨가 다 하지 않았냐"며 "조씨가 그려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안 그렸을 그림이다"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또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경우 그림을 한국에서 그렸어도 한국 작품이라고 안 한다"며 "중요한 건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한국저작권법상 창작 행위를 하지 않은 자에게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검찰의 지적에는 "그렇게 따지면 앤디 워홀도 유죄"라며 "그런 논리라면 세계적인 대가들은 한국에서 저작권 인정을 못 받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최경선 화백은 "조씨의 작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아이디어만 제공했을 뿐 타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위작이나 모작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씨가 그림값으로 받은 금액은 통상 작가들이 30~50년 경력을 쌓아야 받을 수 있는 돈"이라며 "조씨의 (가수로서) 이름값이 아니었다면 그 값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았다.
진 교수의 증언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할 수 있는 얘기"라면서도 "조씨를 그 기준에 맞추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최 화백은 "통념상 조씨는 가수다. 가수를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표현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내가 조영남의 노래를 부른다고 가수가 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수가 가난한 예술가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이를 고가에 판매한 건 사기"라며 "조씨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그림 대작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08.09. [email protected]
검찰은 이날 조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함께 기소된 조씨의 매니저에게는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조수들도 저작권이 조씨에게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조씨 역시 최후 진술에서 "나는 광주비엔날레에 초대를 받은 사람"이라고 운을 떼면서 "이 재판보다도 '조수를 쓰는 게 관행'이라고 한 발언으로 11개 미술 단체에서 나를 고소한 사건이 더 근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이 이미 고소 각하 결정됐기 때문에 이 재판 판결이 나에게 불리하게 나와도 상관없다"며 "수고해주셨다"고 짧게 말했다.
조씨는 화가 송씨 등 2명에게서 건네받은 그림 20여점을 10여명에게 판매해 1억6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송씨 등이 그림을 90% 정도 그렸고, 조씨가 경미한 덧칠만을 한 뒤 자신의 서명을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의 선고는 오는 10월18일 오후 2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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