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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고산자'같은 민정기 화백…9년만에 금호미술관서 개인전

2016.10.14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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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 몽유도원_2016_캔버스에 유채_209.5x444cm

1980년대 ‘현실과 발언’의 동인이자 민중미술 대표 작가로 꼽히는 민정기화백(67)이 '고산자' 김정호처럼 돌아왔다.

2007년 전시후 9년만에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13일 펼친 전시에는 '옛지도를 만들 듯 답사로 그린 21세기 몽유도원도'가 가득하다.

'꿈 같은 그림'이 아니다. 몽유도원도나 고지도를 보면서 그 지역을 수백 번 찾아가 눈으로 확인했다.

민 화백은 "인간이 터를 잡아 사는 기운을 느끼려고 애썼고, 실제 그 풍경을 사실적으로 옮기기보다 땅과 인간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담아냈다"고 했다.

그는 일명 ‘이발소 그림’으로 알려진 그림을 재해석해 한국 현대미술의 독자성을 복원하는 작업을 해왔다. 동시에 텍스트를 작품에 녹여내 '문학적 텍스트'를 시각화하는 작품도 꾸준히 선보였다.

【서울=뉴시스】홍제동 옛길_2016_캔버스에 유채_116.8x273cm

1987년, 경기도 양평으로 작업실을 옮긴 후였다. 우리가 사는 환경과 역사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주변을 직접 걸어 다니면서 관찰하고, 역사적, 지리적 자료를 수집하여 해석한 시공간이 묘하게 중첩되어있는 산수풍경을 그려왔다.

이번 전시는 2004년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과 2007년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전에 이후 오랜 숨 고르기 끝에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2016년 신작 위주로 27점의 회화 작품과 55점의 판화 작품을 소개한다. 신작 회화에는 개경(현재 개성)에서 남경(현재 서울)으로 이어지는 물길 위에 자리 잡은 길을 수 없이 걷고 살피며 발견한 모습이 담겨 있다.

민정기의 시선은 분단 이후 시간이 멈춘 듯한 임진나루에서 시작되어 홍지문을 지나 번화한 홍제동과 경복궁 어귀에 이른다.

【서울=뉴시스】백악이 보이는 서촌_2016_캔버스에 유채_130.2x192.2cm

특유의 자유로운 시점의 이동으로 만들어진 민정기의 서사적 풍경화에는 그가 인식한 현실의 모습, 아픈 분단의 역사와 개발의 흔적, 그리고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겹쳐져 있다.

오랫동안 산과 골짜기 등 자연 풍광을 그리는데 몰두했던 민정기는 이번 신작에서 도심의 공간에 집중하여, 깊숙이 들어와서 관찰하고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기를 반복하며 캔버스에 옮겨냈다.

전시장은 우리가 갈 수 있는 최북단 임진나루에서부터 시작된다. 개경에서 남경으로 오는 길의 절반은 우리가 걸을 수 없는 길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이 사실을 항상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하 1층은 이러한 ‘분단의 현실’을 상기시키는 3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임진강에 닿을 수 없도록 굳게 닫힌 철문과 군사구조물을 그린 '임진리 나루터'(2016)와 현재의 모습에 전통적 모습을 겹쳐 담아낸 '임진리 도솔원'(2016), 그리고 가로 폭이 4.8m에 이르는 ;임진리 나루터 정경'(2016)은 임진나루 주변의 어제와 오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서울=뉴시스】민정기_역사의 초상-6, 1986, 석판화, 54x70cm

1층과 2층은 임진나루에서 물길을 따라 서울로 걸어오면서 만나는 ‘개발된 도시와 전통적 모습이 혼재하는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홍제동에서 창의문으로 올라오는 길에서 보이는 정경을 담은 '북악 옛길'(2016),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길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북악산을 바라보면서 그린 '홍제동 옛길'(2016), 그리고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 시선으로 유랑하며 그려낸 '유 몽유도원도'(2016) 등이 걸렸다.

거대한 고가도로 아래쪽에 연약하게 자리한 옥천암 백불을 그린 '옥천암 백불'(2016), 곧게 뻗은 아스팔트로 마감된 지금의 사직단의 모습을 그린 '사직단'(2016) 등의 작품은 콘크리트와 건물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전통의 흔적에 집중하고, 쌓여있는 역사와 시간을 재발견하게 한다.

도시를 바라보는 그의 더욱 깊어진 시선은, 옅은 수채 물감을 연상시키는 터치가 여러 겹 교차한 붓질의 짜임으로 획득한 표면의 깊이감과 어우러져 신선하게 다가온다.

【서울=뉴시스】민정기_세수, 1987, 에칭, 28x36.5cm

함께 전시되는 판화 작품은 사회 제도와 일상적 삶의 이면에 집중했던 1980~90년대 주요 작품들로, 2010년대의 회화 작품과 조화 혹은 대비를 이룬다.

지하 1층 안쪽 전시실에는 '한씨연대기'(1984), '숲에서'(1986), '숲을 향한 문'(1986) 등의 정치적 상황을 담은 작품과 '세수'(1987), '일터를 찾아서'(1983), '택시'(1985) 등의 당대 일상의 모습을 담은 작품 등, 1980~1990년대를 지나오면서 작가가 직접 목격하고 겪은 사회적 모순과 혼란, 그리고 문학으로 간접 경험한 역사적 상황을 포착하여 표현한 판화 55점을 선보인다.

작가가 포착한 1980~1990년대 사회 전반에 깔린 어두운 정서는 2016년 여전히 가로막혀있는 우리의 분단 현실을 상기시킨다.

전통과 현대가 혼재하는 풍경은 기록화이고, 사실화다. 작품에 담은 건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거나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기억할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공간들이다. 단지 바라보기 좋은 곳만이 아니고 우리의 삶과 여전히 연결된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품고 있는 장소라는 것을 알려준다. 전시는 11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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