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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보듬는 그림 그린다"

2016.04.14

[뉴스1]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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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채영, '흔적-기억 11'(왼쪽)과 부분확대 (사진제공 아트1)

[인터뷰]단체전 '또 다른 시간의 모호함'에 참여하는 '아트1' 초대작가 노채영

"누구나 아픔을 겪고 마음의 상처를 갖고 살잖아요.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의 상처를 보듬다 보니 밝게 웃을 여유가 다시 생겼어요."

온라인 미술 마켓 서비스인 '아트1' 초대작가 노채영(33)은 주로 '슬픔' '마음의 상처' 등 추상적인 감정과 기억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는 "감정의 응어리를 치유하기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림이 더 좋다"고 말했다.

노채영은 아픈 기억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흔적-기억' 연작을 단체 전시 '또 다른 시간의 모호함'에 출품했다. '또 다른 시간의 모호함' 전시는 노채영을 비롯해 추상화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오는 4월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키미아트에서 이어진다.

'흔적-기억' 연작들은 관람객이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그림의 감상이 달라진다. 멀리서 그림을 보면 '펄'(반짝이)이 섞인 물감이 화려하게 빛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긁힌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노채영은 이 흔적을 '마음의 상처들'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마음의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화려하게 꾸미고 다니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사람들처럼 제 그림에서도 멀리서 보면 화려한 장식품 같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다 긁혀 있는 상태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연작 '흔적-기억'은 마음의 상처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치유하는 과정도 담겨 있다. 노채영은 잎맥으로 표현한 나뭇잎을 마음의 상처 위에 덮어놓았다. 그는 "몸의 상처를 감싸서 보호하는 붕대처럼 나뭇잎으로 마음의 상처를 감쌌다"고 설명했다.

"연작 '흔적-기억'의 맥락을 거슬러가면 2014년 발표한 연작 '구름-눈물'이 있다"며 "2년 전에 슬픔을 형상화한 연작을 선보였는데, 사람들이 괴롭고 슬프면 울면서 털어낸다지만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진 상처는 어쩔 수 없더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노채영, '구름-눈물 1'(왼쪽)과 부분확대 (사진제공 아트1)

직전의 연작인 '구름-눈물'에서는 슬픔과 이를 이겨내려는 감정 상태를 이중적으로 표현했다. 노채영은 "그림 배경이 하늘처럼 보이거나 푸른 숲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아크릴 물감에 물을 많이 타서 묽게 흘러내리게 표현한 부분은 눈물 자국처럼 보이거나 나무줄기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인간의 감정이나 기억을 형상화하는 이유를 묻자 노채영은 "그림을 그리면서 제 마음속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겪었다"며 "물감을 떠내는 칼로 캔버스에 칠해진 물감을 반복적으로 긁어내다가 손목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팠지만,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애가 사람의 감정을 증폭시킨다지만, 제 경우엔 가족 등 다른 인간관계에서 겪는 상처가 그랬다"고 덧붙였다.

노채영은 이화여대 회화판화과를 졸업하고 4년6개월 동안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거장의 그림을 직접 보고 싶었고, 여행하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항공사가 떠올랐다"며 "4년 6개월 동안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 도시의 미술관과 박물관에 살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미술을 시작해 예중·예고를 거처 미대에 들어왔으니 15년간 그림만 그린 셈"이라며 "대학 시절에 작품을 보는 안목과 내 작품을 만드는 손재주의 틈이 커서 괴로웠는데 비행기를 타면서 좋은 작품을 직접 보니까 다시 창작할 용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 그림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채영 작가 © News1 안은나 기자

박정환 기자(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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