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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김향안이 없다면 김환기도 없다…'이름에 새긴 사랑의 언약'

2016.04.07

[뉴스1]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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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안(왼쪽)과 김환기 1968년 뉴욕 아뜨리에 (사진제공 환기미술관)

김향안 여사 탄생 100주년 특별전 '김환기,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지난 3월25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개막한'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전시는 김환기 화백의 부인 김향안(1916~2004) 여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회다. 이번 전시는 김 화백의 작품 400여 점과 함께 이들 부부의 예술적 교류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김향안'은 김 화백이 어린 시절 쓰던 이름이기도 하다.

김향안 여사는 본명이 변동림으로 미모와 문학적 재능을 겸비한 당대의 '여신'이었다. 그는 천재시인 이상(1910~1937)과 각별했던 화가 구본웅의 계모 변동숙의 이복동생이다. 이런 인연으로 이상은 기생 금홍과 헤어지고서 방황하던 시절에 당시 스무 살이던 김 여사를 만나 혼인하였으나,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객사하고 만다. 결혼한 지 석 달 만에 벌어진 사별이었다.

김 여사는 주변의 반대에도 1944년 딸 셋을 둔 김환기와 재혼하면서 남편의 어린 시절 이름인 '김향안'으로 개명한다. 그는 남편을 위해 남은 생을 살겠다는 다짐을 이름 석 자에 새겨넣고서 절대적 지지와 조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김 화백과 사별 후 거장의 예술혼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1979년 환기재단을 설립해 뉴욕에서의 작업을 비롯해 예술세계를 잘 보존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정체인 환기미술관은 1992년 11월에 완공됐다.

© News1

이번 전시는 △점을 찍어 완성한 김환기 특유의 추상화법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시도가 담긴 삽화들 △그가 일기장과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적은 예술적 성찰의 문구 등 2가지 면에서 눈에 띈다.

"아침부터 백설(白雪)이 분분(紛紛)…종일 그림 그리다. 점화(點畵)가 성공할 것 같다. 미술은 하나의 질서다."(1965년 1월2일 김환기의 일기)

김환기는 1963년 50세의 나이로 아내와 함께 뉴욕에 건너가 1974년 작고할 때까지 11년간 다양한 화면구성의 변주와 재료의 변화를 실험했다. 색 면과 색 띠를 이용한 구도, 타원이 중심을 향해 밀집되는 십자 구도, 사각형 안에 문자 형상을 추상화시킨 불규칙한 점적 요소 등 다채로운 구상을 삽화로 시도하며 1970년대의 점을 찍듯 완성하는 추상화 시대를 예고한다.

"선(線)인가? 점(點)인가?/ 선보다는 점이 개성적인 것 같다/ 나는(飛) 점(點), 점들이 모여 형태를 상징하는 그런 것들을 시도하다/ 이런 걸 계속해 보자." (1968년 1월23일)

김환기의 예술혼에는 김향안 여사에 대한 사랑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들에는 새 작품의 도안과 함께 사랑의 밀어가 적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환기 화백이 아내 김향안 여사에게 보낸 편지 일부 © News1

미술계에선 김환기 작품이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로 김향안 여사의 헌신적 노력을 빠트리지 않는다. 김 여사가 환기재단과 환기미술관을 설립해 '김환기 브랜드'를 철저하게 관리했다는 것이다. 환기미술관 내 수향산방에는 김 화백의 뉴욕 시절 작업실이 복원돼 있다. 이곳 벽면에는 김향기 여사가 1983년에 쓴 다짐이 벽면에 새겨져 있다.

"내가 죽는다고 해서 내 영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내 영혼은 수화(김환기 호)의 영혼하고 같이 미술관을 지킬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살고 있는가? 수화의 영혼이 나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소나무 두 그루가 미술관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부정한 일이 일어날 수 없다. 나는 이러한 신념으로 살아왔고 빨리 나도 내 자리에 눕고 싶으나 좀 더 남은 사명 때문에 고역을 겪고 있다."

가격 5000~1만원. 문의 (02)391-7701~2.

특별전 '김환기,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 News1

김향안 여사 탄생 100주년 특별전 '김환기,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 News1

김향안 여사 탄생 100주년 특별전 '김환기,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 News1

김향안 여사 탄생 100주년 특별전 '김환기,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 News1

김향안 여사 탄생 100주년 특별전 '김환기,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중 김환기 화백 뉴욕 작업실 © News1

김향안 여사 탄생 100주년 특별전 '김환기,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중 김환기 화백이 보낸 편지 © News1

김향안 여사 탄생 100주년 특별전 '김환기,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중 김환기 화백이 보낸 편지 © News1

환기미술관 전경 © News1

박정환 기자(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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