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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주영한국문화원 이어 서울대미술관…'갑질'에 우는 작가들

2017.07.12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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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미술관의 '미술관 동물원'전에 출품된 김상진 작가의 작품 '도그 사운드'. 작품에 사용된 스피커가 파손된 부분에 녹색 스티커 표시가 돼 있다. (작가 제공) © News1

원로작가 김구림 이어 젊은 설치미술가 김상진씨 폭로

전시를 여는 주최 기관 및 큐레이터와 참여작가 사이에서 전시 진행을 놓고 잇단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원로 전위미술가 김구림(81)씨가 주영한국문화원(원장 용호성)에서 열린 한국 작가 기획전의 편파적 진행에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젊은 미술가 김상진(38)씨가 서울대미술관(관장 정영목)에서 진행 중인 전시에 대해 주최 측의 파행적 운영을 지적하고 나섰다. 국내 최고 국립대학교인 서울대학교 내 미술관이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이에 앞서 김구림 작가는 "주영한국문화원에서 한국 행위예술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 '리허설 프롬 더 코리안 아방가르드 퍼포먼스 아카이브'(Rehearsals from the Korean Avant-Garde Performance Archive)가 소수의 특정작가만 부각시키고 다른 작가들에 대해서는 전시 리플렛에 잘못된 정보를 기재하는 등 공정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시를 기획한 주영한국문화원 측은 "큐레이터 팀에서 1년여 동안 관련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획한 전시"라면서도 "작가와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자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상진 작가 "서울대미술관, 비용 제대로 지급않고 전시 장소 임의 교체"

지난 6월7일 개막한 서울대미술관의 기획전시 '미술관 동물원'에 참여했던 서울대 출신 작가가 출품작 재제작 및 설치비용, 보수비용 등을 미술관이 지원하지 않고 작품 전시 장소를 임의로 바꿨다는 등의 내용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김상진 작가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대학교 미술관의 파행적 전시진행과 노동착취 그리고 작품 파손, 계약위반에 관하여'라는 장문의 글에서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 작가는 "미술관의 요청에 따라 부분적으로 재제작과 수리가 필요한 라이팅(빛을 이용한 작품) 작업인 '언 어프록시메이트 밸류'(An approximate value, 2014)를 약 40만원의 비용을 들여 전시가 가능한 상태로 매만져 미술관에 제공했는데, 미술관은 이 부분에 대해 단 한번도 작가와 상의 및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되레 '작품무상임대조건'의 계약서만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태는 무상노동, '열정페이'를 강요당하는 젊은 작가들의 현실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며 "이는 서울대미술관 측이 계약서 상 운송·설치에 관한 제8조 'MoA는 상기 작품의 대여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포장, 운송, 보험, 작품설치, 멀티미디어 장비대여에 관한 제반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등의 내용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진 작가는 작품 설치 과정에서도 미술관의 '갑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이날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초 출품하기로 했던 라이팅 작업은 빛 통제 등 장소 선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큐레이터와 작품이 설치될 장소를 미리 지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가는 "작품 설치 당일 계획이 바뀌었고, 이후 미술관으로부터 '장소가 전시장 지하 2층 밖에 남지 않았으니 거기서 하던지 아니면 다른 장소를 알아봐라'는 얘기를 듣게 됐다"며 "바뀐 장소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곳이고 층고가 극단적으로 낮아 물리적으로 라이팅 작업을 설치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고 했다. 이에 작가는 "작품 철수 의견을 전달했으나 미술관이 '교체 출품' 요구를 했기에, 본 전시에는 다른 작품인 '도그 사운드'(Dog Sound, 2010)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문제가 계속됐다. 전시된 작품에 달린 스피커 48개 중 16개가 관람객들에 의해 훼손된 것이다. 작품이 망가지면서 보상 문제를 놓고 문제가 불거졌다. 작품 보험가가 최종 출품작이 아닌 이전 작품을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다. 미술관은 작품 보험가 책정을 위해 작품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했고, 이를 작가가 받아들였으나 최종 출품작이 달라지면서 문제가 됐다.

작가는 "2010년에 제작된 이 작품의 스피커는 단종돼 더 이상 같은 색상과 크기 규격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고, 미술관 쪽에서는 축소된 보험가로 처리하겠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도 미술관 측은 내게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전시파행 책임자의 사과문 게재 △작가가 전시를 위해 사용한 비용에 대한 정당한 전시 지원비 및 운송비 지급 △파손된 작품에 대한 합당한 보험처리 등을 요구했다.

김상진, An Approximate Value, 2014, 7세그먼트, 아크릴, LED, 혼합매체, 180x180x60cm -1 (서울대미술관 제공) © News1

◇서울대미술관 "작품 설치는 협의의 과정…작가 폭로 사실 아니다"

김상진 작가의 이같은 폭로를 미술관이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미술관 측은 뉴스1에 보낸 해명자료에서 "운송비의 경우 다른 작가들은 모두 미술관에서 지불했으나, 작가 측에서 개별 운송하겠다는 의견을 줘서 따른 것이지 고의로 배제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작가는 "미술관이 전시요청, 재제작, 출품, 진행 과정에서 단 한번도 비용에 관한 언급이나 질의를 한 적이 없다"고 재반박했다.

전시 장소가 갑작스럽게 바뀌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미술관은 "전시 디스플레이는 협의의 과정이지 특정 작가의 지정 혹은 거부로 이뤄질 사안이 아니다"라며 "디스플레이의 최종적 책임은 미술관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하 2층에 설치하라고 통보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며, 작가가 작품 위치에 대해 의견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미술관 입장에서는 전시 내용 상 작가의 애초 출품작인 '언 어프록시메이트 밸류'를 전시 내용 상 결말로 잡기위해 지하 2층에 배치한 것"이라는 해명도 따랐다.

그러나 작가는 "미술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자연광이 들어오는 자리에 라이팅 작품을 설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며, 처음부터 라이팅 작품을 설치하기 힘든 지하 2층을 제안했다면 애초에 작품을 출품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단체전의 경우 장소가 변경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작품이 그 자리에 설치되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동반되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반발했다.

파손된 작품에 대한 보험가 문제를 놓고도 미술관은 "최종적으로 다른 작품이 전시되는 과정에서 작가와 미술관 모두 작품 가액 재정산 논의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험을 변경하느라 작품 정보만 변경한 것"이라며 "작가 역시 미술관에 새로운 작품에 대한 정보를 보내면서 작품에 대한 작품가액을 새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나. 작가는 "전시 설치운송 비용과 마찬가지로 전시의 보험과 관련된 사항은 미술관에서 확인하고 처리해야 할 의무적 사항"이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한 시립미술관 관장은 "작품 보험가 문제의 경우, 그동안 미술관들이 작품을 대여할 때 보험료를 낮게 잡기 위해 작품가격을 낮춰 달라는 요구를 관행적으로 해 왔다"며 "이제 우리 미술계도 그러한 관행이 통하지 않은 시대가 온 것이며, 미술관은 전시 진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체인 작가를 제대로 대우해주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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