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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미인도 위작' 의견은 과학" vs "통계분석 오류 가능성"

2016.12.28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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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페니코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 소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작 미인도사건, 프랑스 감정팀 기자회견에서 검찰발표에 대한 반박 및 감정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뤼미에르측은 미인도를 위작으로 판정하기까지 실시한 철저한 과학감정의 과정, 1650개 단층 심층촬영 분석, 고 천경자 화백의 진품과 미인도의 과학적 비교 등 감정과 판단의 증거 등 과학적 검증 과정을 통해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2016.12.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천경자 화백 유족 측, '미인도 진품' 검찰 결론에 반박 기자회견.
국내 전문가들의 통계 분석 오류 가능성 제기에 재반박 내놓지 않아.

"철저하게 과학적인 방법으로 도출된 결론이다."
"통계적인 분석을 잘못 쓴 사례로 판단된다."

고(故)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와 그의 남편 문범강 씨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인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와 관련해 검찰이 최근 진품 결론을 내린 데 반발해 프랑스 감정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와 함께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유족 측과 국내 전문가 간에 미인도 감정의 과학적 타당성을 두고 공방이 오갔다.

유족 측의 의뢰로 미인도 감정에 참여한 쟝 뻬니코 뤼미에르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자신들의 의견에 대해 "수학과 물리학을 동원, 철저하게 과학적인 방법으로 도출된 결론"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가 '비과학적'임을 주장했다.

뻬니코 대표는 앞서 김 씨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최신 장비나 소프트웨어도 갖추지 않은 한국 검찰이 자체 검사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극히 비과학적, 비논리적, 주관적"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 결과에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들의 감정 보고서에 명시된 통계 분석 방법의 오류 등에 대한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등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에는 명확한 과학적인 설명 또는 반박을 내놓지는 않았다.

김 교수는 "(미인도가) 위작인지 아닌지 관심 없으나, 다만 세계적인 감정업체라기에 어떤 논리를 펴는지 궁금했을 뿐"이라며 "(프랑스 감정팀의 보고서는) 논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1991년 이후 25년째 진위 논란을 끌어오다 결국 검찰이 진품 결론을 내렸지만, 유족 측은 "국가 권력에 의한 조직적 인권탄압"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한 수십억원대 배상 소송을 예고해 논란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장 페니코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 소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작 미인도사건, 프랑스 감정팀 기자회견에서 고 천경자 화백의 유족인 차녀 김정희씨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뤼미에르측은 미인도를 위작으로 판정하기까지 실시한 철저한 과학감정의 과정, 1650개 단층 심층촬영 분석, 고 천경자 화백의 진품과 미인도의 과학적 비교 등 감정과 판단의 증거 등 과학적 검증 과정을 통해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2016.12.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과학' 강조했지만…과학적 오류 가능성에 답변 내놓지 않아

뻬니코 대표는 자신들의 감정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멀티스펙트럼 카메라'를 이용한 과학적인 방법이 동원됐음을 설명하는 데 기자 회견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그림 속에서 빛이 나타내는 양태, 휘도, 대조(콘트라스트), 빛과 주파수의 확산 등 계산 가능하고 수치화 가능한 여러 측정치들과 편차들이 그림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가를 관찰했고, 이러한 것들을 확률로 계산했을 때 천 화백의 미인도가 천 화백 손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추론이나 암시적인 결론이 아니고 수학적이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진품 확률 계산의 오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른 수학자들이나 물리학자들의 이견을 받지 못했다"며 "이것을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너무 어려워서 이에 대한 이의가 있다면 그 내용을 따로 받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뤼미에르사의 감정 보고서에 대해 과학적 오류 가능성들을 지적했다. 특히 '명암대조 표준편차값'과 '최대 엔트로피값'을 곱해 미인도가 대조 작품들과 다른 수치를 보인 것으로 결론을 도출한 뤼미에르사의 확률 계산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술관 측은 "수학에서 두 데이터의 값이 독립성이 높을 때 그 값을 곱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건데, 뤼미에르사 보고서에는 (미인도와 대조작품) 두 데이터가 서로 상관계수 0.5 이상으로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했으면서 두 개의 값을 곱했다"며 "이는 '자기 증식'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이러한 방식을 쓴 이유가) 미인도와 다른 작품의 차이를 부풀리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 역시 통계의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뤼미에르사의 공식대로 대입해보면 대조군의 진품들까지 모두 위작으로 나온다"며 "진위를 떠나 감정업체의 논리 전개가 타당한지만 보고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기 위해 (회견에) 나왔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뻬니코 사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국에 다시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김 교수에게도 "만약 미술 작품들에 관한 인증을 하는 데이터베이스 산업을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기쁘게 맞아들이겠다"고만 대답했다.

김 교수는 기자회견 이후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공식 자료를 내고 "뤼미에르사의 보고서는 표준편차 측정치의 검증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역설적이게도 위작임을 검증하기 위한 방법이 오히려 대조군의 진품들까지 위작으로 판명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문서 작성자의 통계적 지식이나 이해의 수준은 전문가라 하기에 매우 민망한 수준이며, 그러한 사실을 감추려고 불필요한 수식들을 동원한 것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논리적인 수식 동원이 아니므로 오히려 비전문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페니코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 소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작 미인도사건, 프랑스 감정팀 기자회견에서 검찰발표에 대한 반박 및 감정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뤼미에르측은 미인도를 위작으로 판정하기까지 실시한 철저한 과학감정의 과정, 1650개 단층 심층촬영 분석, 고 천경자 화백의 진품과 미인도의 과학적 비교 등 감정과 판단의 증거 등 과학적 검증 과정을 통해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2016.12.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프랑스 감정팀, 미술품 진위 여부 가리는 업체 맞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뤼미에르사가 미술품 감정업체가 맞느냐"는 질문과 함께 미인도와 같은 방식으로 미술품 진위 감정을 한 사례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특히 미술감정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안료 검증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이에 대해 뻬니코 대표는 "푸생이나 반 고흐 진위 감정에 참여했었다"며 "안료는 원작자나 위작자나 동일하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미인도 감정에서 안료 분석은 그다지 변별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작품을 디지털로 촬영해 빛의 움직임과 확산을 분석하는 업체이며, 굳이 작품을 훼손하지 않아도 감정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기 때문에 (안료 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뤼미에르사가 2015년 싱가포르에서 전시된 '또 하나의 모나리자'를 진품이라고 했다가 번복한 사례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뤼미에르사는 이 작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이 맞다고 했지만, 그 결론이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의 모나리자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그림과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놓고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다빈치 전문가들은 이를 진품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재단은 뤼미에르사에 연구를 의뢰했고, 뤼미에르사는 '다빈치의 것과 같은 오리지널 색채를 발견해냈다'고 했다.

재단은 320페이지 짜리 분량의 책을 내고 두 작품은 같은 작가가 그린 것이라고 했으나,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뤼미에르사의 분석이 실패했다고 명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뻬니코 대표는 "해당 작품에 대한 디지털화를 진행했으나 요청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이미지를 사용했고, 우리가 이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기는 역부족이라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2시간 넘게 질의가 이어지자 뻬니코 대표는 "우리의 검증 결과는 과학적이고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게 의미 없고 시간낭비라 느껴진다"고도 했다. 특히 최근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유럽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뤼미에르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 데 대해서도 "나를 모른다는 건 상당히 의외"라며 "마리 관장과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반박 보도자료를 내는) 이런 식으로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고 천경자 화백의 딸 김정희씨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작 미인도사건, 프랑스 감정팀 기자회견에서 장 페니코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 소장에게 질문을 전달하고 있다. 뤼미에르측은 미인도를 위작으로 판정하기까지 실시한 철저한 과학감정의 과정, 1650개 단층 심층촬영 분석, 고 천경자 화백의 진품과 미인도의 과학적 비교 등 감정과 판단의 증거 등 과학적 검증 과정을 통해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2016.12.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검찰, 국립현대미술관 모두 "유감"…유족 "국가배상 소송 걸것"

국립현대미술관과 검찰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뤼미에르사의 기자회견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검찰은 "뤼미에르사가 자신들의 결론이 채택되지 않자 검찰의 수사가 ‘비과학적’이라고 입장을 표명한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검찰은 미인도 수사과정에서 현재 가능한 거의 모든 과학감정 기법을 동원한 바 있고, '소장이력'까지 철저히 규명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특정 작가의 그림들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과 '위작'이라는 이야기는 서로 다른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미인도의 소장이력, 훨씬 다양한 방식의 과학감정 및 안목감정, 미술계 전문가 및 사건 관계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 후 결론에 이르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외국 감정업체의 감정의견도 면밀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뤼미에르사에 대해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진품확률 계산 방식과 감정 과정, 결론 도출에 명백한 오류와 모순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족 측은 검찰과 국립현대미술관의 반박에 더욱 강력한 소송전을 예고했다. 유족 측의 법률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미인도 사건은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탄압이며 위작 미인도에 대해 조직적으로 합심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 발표는 중간 발표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국가 배상 청구를 비롯해 관련자들에 대해 수십억원대 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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