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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단독]'사카모토 도자기 강탈 사건' 14년…공범 "검찰 수사 흐지부지" 자수

2016.12.13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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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카모토 도자기 강탈사건'이 촉발된 전시 도록. 일본인 골동품상 사카모토는 이 도록에서 '백자소문 대병'을 보고, 강탈된 도자기 신고를 한국경찰에 신고했다. 16-12-12

# 2002년 5월 29일 일본 도쿄 고미술상 사카모토 카즈지 집에 도둑이 들었다. 1명은 사카모토와 부인을 칼로 위협하고, 또 한명은 지하실 도자기 보관실로 내려갔다. 가방 4개에 도자기 18점을 담아 도주한 이들은 한국으로 들어와 교사한 3명에게 인계했다. 대가로 20억원을 받았다.

완벽 범죄는 없다. '도자기 강탈 사건'이 드러난 건 범행후 3년이 지난 후 였다.

2005년 사카모토가 우연히 받아본 전시 도록때문이다. 2003년 9월 재단법인 세계도자기 엑스포에서 발행한 '조선도자 500년전'이었다. 도록속 20번에 소개된 '백자소문대병'(조선 18세기)는 분명 잃어버린 도자기였다.

사카모토는 한국 경찰에 강도사건을 신고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일본에 들어가 도자기를 강탈해온 2명, 김모씨(당시 42세), 송모씨(당시 38세)가 범인으로 잡혔다. 2005년 경찰에 잡힌 둘은 각각 3년, 7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강탈해온 도자기는 조선시대와 고려시대에 도자기로 대부분 '국보급'이었다.

이 중에서는 감정가가 150억원 상당인 '이조염부오조용호'가 포함됐다. 이 도자기는 300년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화백자의 일종으로 용 발톱 5개 모양이 있다. 용 발톱의 수는 도자기를 사용하는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으로 5개는 왕실에서만 사용된 것이라고 한다.

#사카모토는 강탈 도자기에 집념을 보였다. 2010년 도자기들이 한국의 유명 미술상 처남인 정모씨에 있다는 말을 듣고, 위임장까지 작성해주면서 조 모씨에게 매수권한을 위임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찰에 '본인의 물건을 다시 돌려 받을수 있도록 이 사건을 위임하오니 철저히 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물건'은 찾지 못했고, 사카모토는 2012년 2월 사망했다.

일명 '사카모토 도자기 강탈 사건'이 14년만에 다시 베일을 벗고 있다.

'도자기 강탈'을 교사한 공범 한명이 자수, 묻힐뻔한 '문화재 강탈'사건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최근 뉴시스 기자와 만난 자수한 공범 정 모씨(64)는 "열흘전 검찰에서 대질심문을 마쳤다"며 "사건의 전모를 모두 밝혔다"고 말했다.

정씨에 따르면 2002년 초 인사동 골동품상인 (공범)김씨, 정씨, 행동대원(주범) 송씨, 김씨 등이 모여서 일본에서 한국 고미술품 강도를 모의했다. 공범 김씨와 정씨는 "송씨, 김씨를 시켜 일본 도쿄에 있는 사카모토 집에 가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등을 훔쳐오면 20억원 정도의 돈을 주겠다"고 밀약하며 사주했다.

송씨와 김씨는 일본으로 출국전 1주일 동안 사카모토 집 주변을 사전 답사 범행 예행 연습을 하는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후 강탈은 성공했고, 강도범들은 잡혀서 처벌을 받았으나 이들은 도자기를 모르는 단순절도범으로 취급됐다.

문제는 이들을 사주한 배후 인물과 함께 이들이 강탈한 도자기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사카모토 도자기 강탈사건' 공범인 정모씨가 강도들을 시켜 도자기를 강탈해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16-12-12

14년동안 묻혀있는 사건을 다시 꺼내 공범인 정씨가 양심선언을 한 건, 강도상해 교사 사주 '덤터기'를 당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정씨는 "실제로 모든 것을 지시한 사람은 김씨(60)"라면서 "배후에서 모의 사주한 김모씨는 법망을 피해서 아직도 '가짜 생산자'집단의 중심인물로 활동하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그동안 공범으로 지목된 정씨는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후 김씨와의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김씨가 강도 상해를 교사하고, 당국의 허가없이 문화재를 양도, 양수하여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사카모토 도자기 강탈사건'은 어떻게 진행된 걸까.

정 씨에 따르면 "매매가 결렬되면서 시작됐다." 골동품상인 (공범)김모씨가 조선시대 국보급 도자기를 소장하고 있다는 사카모토로부터 도자기들을 매입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워낙 고가품이었고, 팔지 않겠다는 말에 어떻게 해서든 도자기들을 입수하기 위해 강도범들을 시켜 강탈해 온 것. 또한 강취한 도자기들을 은닉하여 오다가 과감하게 판매를 위하여 일부 도자기를 전시회에 출품했는데, 이를 발견한 사카모토의 신고로 사건화 됐다.

정씨는 "강도상해범들이 실형을 살게됐지만 정작 일을 공모한 김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이를 은폐하기위해 나를 중국으로 도피시켜었고, 경찰과 검찰에서 허위 진술할 것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수사가 흐지부지 되면서 사건은 '고미술협회 복마전'으로 번졌다.

정 씨는 '고구려 벽화 불법 도굴' 사건,'금속 활자 증도가자' 사건을 자신이 "모두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탈 사건후 2004년 중국으로 출국, 요령성 단동 압록강변에 있던 국경도시에서 살고 있을 때였다.

"2010년 6월경 한국에서고미술업을 크게하는 사람이 찾아와 김종춘 회장때문에 살수가 없다"며 비난했다. "알고보니 2002년 일본에서 강도질해온 물건 18점을 취급 한 것을 가지고 김 회장이 알고 고발한다"는 이유였다.

정씨는 당시 김회장을 시기하여 회유하는 줄 알았지만 그는 "틀림없이 자기와 나를(강탈사건)으로 고발하여 처벌을 받게 할 것"이라고 압력했다.

【서울=뉴시스】사카모토 도자기 강탈사건 18점 목록 16-12-12

그때 '사카모토 도자기 강탈 사건' 공범이었던 김모씨가 제안했다. "김 회장이 중국 지린성에 있던 고구려 벽화를 불법으로 도굴해왔으니 김회장을 구속시키고 고미술협회를 장악하자"며 협조를 요구했다.

정씨는 "10억의 사채를 갚아주고 현금으로 50억을 준다는 말'에 현혹됐다"고 했다.

이후 '김종춘 회장 죽이기' 가짜 사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에 들어간 김씨로부터 전화가 와 MBC수첩, PD가 갈것이니까 잘 대접하고 안내하라는 것이었다. 이틀후 박모 피디와 촬영기사 두사람이 왔고, 단동에 있는 호텔에 묵으면서 촬영을 도왔다"고 했다. 고구려벽화 도굴사건이다.

진위 논란이 된 '증도가자'를 가짜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정씨는 "또 얼마지나지 않아 김씨로부터 전화가 와서 KBS 추적60분 KBS 취재파일 3회를 도왔다"며 "취재파일에서는 증도가자 활자를 가짜를 만들어 모조품을 갖다놓고 촬영하여 증도가자 진품을 가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2011년 5월 한국으로 들어온 정씨는 다시 김씨에게 압력을 받았다. "김종춘 회장의 반대세력들이 김회장의 비리를 제보해서 수사를 하고 있으니까 협조하라고 해서 북부지검에 사실을 왜곡되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도굴 사건도 반대세력의 사주를 받아 이뤄진 일"이라며 "반대세력인 (사카모토 강탈사건 공범)김씨와 동조하여 허위 진술을 조작했다"고 고백했다.

정씨는 "사카모토 도자기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을 가짜로 판정해서 다시 일본으로의 밀반출을 방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김씨가 수사 방향을 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재개되어 한다"고 주장했다.

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은 "'사카모토 도자기 강탈사건'으로 고미술시장이 음해와 음모, 복마전이 거듭됐었다"며 "이제 공범이 자수도 했고, 모든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는데 주범을 잡지 못하는등 검찰에서 수사가 흐지부지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정씨는 "김씨가 계속 부인을 하고 있다"면서 "강도 상해 사건과 달리 고미술,문화재 수사는 검찰에서 상당히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고미술협회 관계자는 "강탈된 18점 도자기는 염부오조용문호, 이조염부오조용호, 청화백자운룡문호, 청화백자오조용호, 용항아리, 용충, 용준등 조선시대 전기때인 국보급 백자 항아리들"이라며 "모두 진품으로 시가로만 약 2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카모토 도자기 강탈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성 국제범죄수사대에서 수년간 수사한후, 약 1년전 검찰에 송치한 사건으로 공소시효가 임박해있다. '강탈된 도자기'는 공소시효(10년)를 넘겼다. 오리무중인 도자기들이 고개를 보일때이기도 하다. 행방을 찾지 못하고 눈을 감은 사카모토의 아들이 고미술업을 잇고 있다. '도자기 전쟁'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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