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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이우환 작품 '위작' 사건, 진실 가릴 법적 쟁점 3가지

2016.07.08

[뉴스1]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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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화백 © News1 박정호 기자

물감의 성분 분석한 '원소 분포도'와 인위적으로 낡게 조작한 '캔버스'
압수품이 포함된 1978~79년 당시 제작한 '전시도록'

이우환(80) 화백의 작품을 위조해 논란이 인 '위작 사건'에서 작가 본인과 경찰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결국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게 될 전망이다.

경찰이 일본에서 이 화백 작품의 위조범을 검거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으나, 경찰이 압수한 작품에 대해 작가 본인이 '진품'이라는 반론을 제기하면서 다시 미궁에 빠진 것이다.

경찰은 지난 4월 일본으로 도피해 있던 위조 판매상 현 모씨(66)를 검거했고, 이 화백의 그림 약 55점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 위조화가 이 모씨(39)도 지난달 30일 적발했다. 또, 위작으로 의심되는 13점을 압수해 전문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해 '모두 위작'이라는 결과를 받았다고 지난 6월2일 밝혔다.

뒤늦게 이 화백이 지난 6월27일과 29일 두 차례 서울 중랑구 묵동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피해자 겸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감정한 뒤 "위작 55점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압수품 13점은 모두 내가 그린 진품"이라며 경찰 중간 수사 결과를 뒤엎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후 지난달 30일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경찰이 13점 중 4점을 위작으로 인정하라고 회유를 시도했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화백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며 '위작'을 전제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조화가 이 모씨를 지난 3일 구속한 데 이어, 위작 55점을 제작·유통한 총책 이모씨(67)까지 지난 5일 붙잡았다.

이 화백과 경찰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상황에서 법원이 압수 작품 13점의 위작 여부를 판가름할 증거는 다양한 가운데, 핵심 쟁점은 △기준작(진품)과 압수품의 물감성분 분석결과 △조작 흔적이 의심되는 압수품 캔버스 △1978년 이후 제작한 '전시도록' 등 3가지로 압축된다.

◇기준작(진품)과 압수품 물감의 성분분석 결과

최명윤(69·명지대 미술사학과 객원교수) 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은 경찰의 의뢰로 압수품의 진위 감정에 참여한 전문가다. 그는 위작으로 판단한 근거로 우선 진품과 위작의 물감 성분 차이를 꼽았다.

최 소장은 "기준작(진품)과 압수품의 물감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원소 분포도에서 차이가 확연하다"며 "압수품 13점은 원소 분포도에서 4개의 그룹으로 나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검거된 현 모씨를 비롯해 위작을 제작한 그룹이 4곳이 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기준작은 이우환 화백이 1970년대 중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제작한 5점이며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기준작에 쓰인 물감의 원소 분포도의 평균값을 살펴보면 납(Pb) 성분이 약 83%를 차지했고, 아연(Zn)이 약 10%로 뒤를 이었으며 나머지 원소들은 0.1~2%에 머물렀다.

그러나 압수품 13점은 기준작의 원소 분포도와 다를 뿐만 아니라 4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 그룹은 은(Ag) 성분이 28~30.8%로 가장 많이 나타났으나, 납과 아연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또 두 번째 그룹은 납 성분의 비율이 44.2~54.7%로 기준작의 절반으로 머물렀으며 코발트(Co) 성분의 비율이 26.2~33.8%로 크게 높아졌다.

세 번째 그룹은 티타늄(Ti) 성분의 비율이 8~8.9%를 차지했고 아연이 검출되지 않았다.네 번째 그룹은 철(Fe)과 구리(Cu) 성분의 비율이 19.5%와 19.6%로 각각 나타났다. 기준작은 철 성분의 비율이 0.5%에 머물렀고 구리는 검출되지 않았다.

최 소장은 "의뢰받은 그림을 분석한 결과, 발색 체계가 다른 원소로 구성됐다"며 "이 결과를 보면 위작으로 판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우환 작가는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이 화백의 법률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는 "경찰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이 화백이 그 무렵 1년에 300점씩 제작했다고 했는데 3년만 해도 1000점이다"며 "경찰이 기준작으로 정한 진품 6점은 턱없이 적은 수량으로 작가의 진위작 감정에 통용되는 보편적 잣대로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우환 화백 진품(기준작)과 압수품 물감의 성분분석 결과 비교 © News1

◇조작으로 의심되는 흔적이 발견된 압수품 캔버스

최 소장은 또 경찰 압수품의 캔버스를 살펴보면 위작으로 합리적 의심할 만한 흔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압수품 13점은 이 화백이 1978년과 1979년에 제작한 작품이라고 돼 있다"며 "30여 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제작된 다른 작품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30년이 넘는 세월을 겪으면서 산화된 자국 등 자연스럽게 노후화된다. 반면에 압수품에는 캔버스 뒷면 천이 노후화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재활용한 나무틀'과 '엔틱 처리'한 나무틀을 사용한 증거가 발견됐다.

최 소장은 "당시 제작된 다른 작품들은 캔버스 후면의 천 올 사이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주변환경에서 먼지 등의 오염으로 인해 밑칠에 먼지가 쌓여 검게 변화했다"며 "그러나 압수품의 경우 자연현상에서 일어나는 이런 오염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캔버스 나무틀에 누런색 물감을 칠해서 낡게 만드는 '엔틱 처리'한 흔적이 있다"며 "나무틀을 사각형으로 짠 상태에서 물감이 대충 칠해져서 캔버스에 얼룩덜룩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도 했다.

이어 "압수품 중에는 다른 캔버스에서 사용했던 나무틀을 뜯어내 만든 것들이 포함돼 있다"며 "이 압수품이 진품이라면 이우환 화백이 일부러 재활용 나무틀로 만든 캔버스를 구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 News1

◇1978년 이후 제작한 전시도록

경찰의 위작 판정에 대한 이 화백의 반격 카드는 전시도록이다. 이 화백은 전시도록을 확보하기 위해 한 달여 일정으로 지난 5일 일본으로 출국했다고 최순용 변호사가 밝혔다.

이 화백 측은 경찰이 압수한 13점이 1978년 이후 일본 전시회 등을 위해 만든 전시도록 등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도록에서 압수품을 찾아내면 "압수품 모두 진품"이라는 주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변호인단을 꾸려서 경찰 수사에 본격적으로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변호인단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서명수 변호사(60)를 필두로 기존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를 포함해 구성됐다.

최 변호사는 "경찰이 위작 판정을 위해 대조군으로 삼은 작품이 공공 미술관에 보관된 6점에 불과하다"며 1"978~1979년 작품을 더 확보해 외부기관에 감정을 의뢰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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