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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단색화'도 '공장' 돌렸다?…조영남 대작 의혹이 키운 '관행 논란'

2016.05.18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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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전시회 사진. /사진=머니투데이DB

"현대미술 물리적 과정 조수에 맡기는 것 드물지 않다" vs "무명작가 아이디어·조형·설계했다면 다른 차원"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71) 씨가 한 무명화가의 손을 빌려 그린 그림을 시장에 팔아왔다는 의혹으로 미술계가 시끄럽다. 일명 ‘대작’(대신 그려준 작품) 논란이다. “미술계에서 남의 손을 빌리는 것이 ‘관행’”이라는 조씨의 주장이 가져온 파장이다.

17일 조영남 서울 사무실과 갤러리 압수수색 내용이 알려지면서 본지에는 작업의 일부를 도와주는 조수뿐 아니라 상당한 과정을 대신 그려주는 사례도 암암리에 존재한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다만 동시대 미술의 맥락에 비춰볼 때 제작 과정에 타인이 얼마든지 관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날 40대 현대미술 작가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단색화’로 명성이 높은 한 작가는 ‘공장식’으로 작업실을 가동하면서 조수들을 동원해 대형 그림을 그려온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 과정에 참여한 일부 조수들은 캔버스를 짜는 등의 잔업 너머 실제 그림을 그린 경우도 있었는데 오히려 이를 영광으로 인식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면 ‘미술 한류의 주역’이라는 말을 듣는 단색화가 대변해온 사색과 정진 이면에 공장식 생산 체계가 자리 잡은 셈이다.
이 작가는 “학창 시절 그와 같은 얘기를 실제 작업 과정에 동원된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으며, 현재 작가가 고령임을 고려할 때 대작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미술계 관계자는 “몇 년 전 한 신예 작가로부터 어떤 미대 교수의 그림들을 밑그림이면 밑그림, 채색이면 채색하는 식으로 많은 부분 대신 그려줬다는 고백을 들었다”며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들의 경우 물리적으로 작업량을 감당할 수 없어 작업의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을 맡기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사진=뉴시스

작품 제작 과정에 타인이 개입했다고 해서 그 진정성이 의심되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대림미술관 사외이사와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을 맡은 홍경한 평론가는 “과거 바르비종파의 카미유 코로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은 물론 미국의 제프 쿤스, 일본 무라카미 다카시, 영국 데미안 허스트 등 생존 작가들도 조수를 두고 작업하고 있다”며 “특히 동시대 미술은 과거와 달리 물리적인 과정을 조수(어시스턴트)에 맡기는 것이 드물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 평론가는 “이 같은 맥락에서 아이디어와 조형의 방식을 제시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무명작가가 아이디어, 조형의 방식, 설계까지 모두 맡았다면 이는 별개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강원 속초에서 활동하는 A씨(60)가 조 씨의 그림 300여 점을 8년간 대신 그렸고, 그 작품들이 고가에 판매됐다는 의혹을 제보함에 따라 조 씨의 서울 사무실과 갤러리 등을 압수 수색했다고 밝혔다.

조영남의 그림. /사진=머니투데이DB

앞서 A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밑그림을 조금씩 그리라고 하더니 점점 작업의 정도가 많아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작품의 90% 이상씩을 그리는 게 다반사였다. 조씨는 내 그림에 약간 덧칠을 하고 사인만 하는 정도였다. 그럼 작품은 완성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심상용 동덕여대 교수는 “전업 작가가 아닌 사람이 자기 작업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다량 생산 메커니즘을 도용한다는 자체가 코미디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오늘날 미술 시장이 세계화되면서 한 사람이 만드는 것만 가지고는 전체 시장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이 때문에 일종의 생산메커니즘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며 “작품제작방식도 환경변화에 부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조영남 같은 경우는 더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유명작가의 아틀리에는 100여명의 어시스턴트들이 작품의 제작에 관여하는 현 환경에서 작가를 프로모션하고 세계가 공유하는 작품생산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그 같은 사실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옳거나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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