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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쉽지 않는 미술품 투자…가격 결정이 더 '예술'

2015.07.02

[더벨] 백소명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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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Freeport

저명한 미술품 거래상 가격 조작과 돈세탁 혐의로 체포되기도

최근 저명한 미술품 거래상 이브 부비에(Yves Bouvier)가 가격 조작과 돈세탁 혐의로 체포돼 전세계 미술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번 사건은 고가 미술품들의 가격 결정 및 거래 방식을 집중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술품 시장의 부정적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많은 미술품 거래가 모호하게 이루어지고 소유권 및 매매자 신원과 관련한 투명성이 부족해 조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미술품은 더 이상 소수 수집가들의 심미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기호품에 그치지 않는다. 2013년 미술품 거래 규모는 470억 유로에 이른다. 10년 전 180억 유로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신흥 부호의 등장과 초저금리 환경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투자자들이 실물 자산에 몰린 덕분이다. 미술품의 투자수익률을 추적하는 메이모제스지수에 따르면, 미술품 투자는 지난 10년간(2013년까지) 연평균 7%의 총투자수익률을 올렸다. 미술품은 대출의 담보나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미술품이 점차 다른 금융자산을 닮아가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게 규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FT는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거래가 어떻게 규제당국의 관리 감독이나 법적 구속력을 지나는 매매 계약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가 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부비에는 러시아 재벌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Dmitry Rybolovlev) 가문의 신탁을 위해 미술품을 구입해 왔다. 사건의 발단은 모딜리아니의 작품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한 사실을 리볼로프레프가 '우연히' 알게 된데 있다. 헤지펀드 SAC캐피탈의 스티븐 코헨이 9350만 달러에 판매한 모딜리아니의 '파란 쿠션을 베고 누워있는 여인의 누드(Nu Couche au Coussin Bleu)'를 리볼로프레프 신탁은 1억 1180만 달러에 사들였다. 같은 작품의 가격에 2000만 달러 이상의 차이가 있었던 셈이다.

리볼로프레프 신탁의 변호사는 부비에가 비밀리에 차익을 챙겼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와 추상표현주의 대표 화가 마크 로스코의 그림에도 같은 시도를 하는 등 또 다른 10여건의 작품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익을 가로챈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비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거래를 리볼로프레프의 대리인으로서가 아니라 딜러로서 행했고 자신은 가장 좋은 가격에 작품을 사서 가장 좋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남겼다는 것이다.

미술품의 가격 결정은 과학이라기보단 예술에 가깝다. 미술품의 가격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동시에 사고 파는 그 순간에 결정된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그 역시 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미술품 시장을 "내부 정보에 의해 거래되는 시장"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미술품이 빈번하게 탈세와 돈세탁에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수백만 달러 작품을 구입하고서도 신원 확인이 없고 해외 반출도 추적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미술품 업계는 루비니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말하지만 리볼로프레프 신탁이 구입한 미술품의 상당수가 '프리포트'라 불리는 최상의 보안 시설을 갖춘 면세지역 보관실로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수많은 그림들로 가득한 이 '창고'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미술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부비에는 스위스제네바에서 1854년에 첫 프리포트를 설립했고 '프리포트의 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많은 화랑과 예술품 수집가들이 프리포트에 사무실을 열고 고객에서 작품을 보여주거나 거래한다. 여기에서 판매된 상품은 부가가치세(VAT)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자본 이득에 대해서도 과세 받지 않는다.

매우 유동성이 떨어지는 동시에 쉽게 해외 반출이 가능하고 적정한 가격을 아는 데는 상당한 지식이 요구되는 미술품은 다른 자산보다 불법 거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부동산과 비교해서도 미술품의 투명성은 떨어진다. 뉴욕과 런던 등 프라임 부동산시장에 종종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 자금이 유입되기도 하지만 법인등록 등을 통해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추적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미술품을 사고 파는 주체를 밝혀내기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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