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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현대미술관 '후폭풍'‥인간문화재 집단행동(종합)

2013.10.23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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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다음달 1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첫 선을 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관련한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관 개관을 앞두고 인간문화재들의 단체인 (사)중요무형문화재 기·예능협회가 덕수궁 석조전 별관에 자리 잡은 기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을 무형문화재 전용공간으로 전환해달라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중요무형문화재 기·예능협회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와룡동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전수조교 300여명이 집결해 '덕수궁 석조전 별관을 무형문화재들의 전용 전시 및 공연장으로 사용하게 해달라'며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문화재들 '뿔 난' 이유는=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체부에 토론회 개최 요청 공문 등을 수차례 보냈고 장관 면담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현대미술관은 석조전 별관보다 15배나 큰 서울관 개관을 앞두고 있는데도 문체부가 중요무형문화재 전용공간 요청을 계속 외면해 우리 전통의 무형문화를 홀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덕수궁 궁궐에 현대미술품보다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예술작품을 걸어놓고 외국인들에게 관람을 시키는 것이 합당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중요무형문화재는 우리의 문화자산으로 전승, 계승되어 발전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국가적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임에도 현실은 무형문화재의 기량을 선보이는 공연장과 작품을 전시할 전시공간은 커녕, 제대로 된 판매장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라며 "현 정부가 '문화융성'을 강조하지만 중요무형문화재의 존엄성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문화융성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최기영 협회 이사장은 "무형문화재 전용공간이 마련될 때 까지 보유자를 비롯해 전수조교, 이수자, 전수자 등 10만여 회원들 모두가 합심해 지속적인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홍 협회 사무총장은 "덕수궁은 원래 문화재청의 소관이나 이 가운데 덕수궁 석조전 별관만 문체부가 미술관 유지를 위해 별도로 2000년 소유권을 이관해갔다"며 "과거 30년간 미술관으로 썼으니 앞으로 30년은 전통문화를 위한 공간으로 쓰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술관 짓는데 2460억원이나 쓰면서 전통문화 전용공간은 하나 없는 현실이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문체부, '큰 집이 생겼으니 작은 집 빼라' 논리 안 돼=그러나 문체부의 생각은 협회의 주장과는 큰 온도 차이를 보였다. 김태훈 문체부 예술국장은 "옆에 '큰 집이 생겼다고 해서 작은 집을 빼라'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며 "무형문화재를 위해 문화재청에서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김 국장은 또 "현대미술관 과천관에 공예전용상설전시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얼마든지 전통공예를 전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화재청의 의견은 문체부 뿐 아니라 협회 측과도 조금 달랐다. 박영대 문화재청 차장은 "덕수궁 석조전 별관의 용도 전환 문제는 이미 10년 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며 무형문화재 단체에서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과거 사용하던 것이라 해서 계속 써야 한다는 건 논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덕수궁 본관이 대한제국역사관으로 단장할 예정이므로 석조전 별관을 무형문화재의 전용공간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궁궐에 걸맞는 보다 합당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간문화재 전수조교 월 100만원도 못 받아=석조전 별관의 전용공간 활용 문제를 차지하더라도 현재 인간문화재들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서상기 의원(새누리당)이 문화재청에서 제출받은 '중요무형문화재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체 129종목(총177명) 중 49종목이 전승취약 종목으로 분류돼 있다. 전승을 위협받는 중요무형문화재가 전체의 38%에 달하는 것이다.

전승취약 종목으로 분류된 49종목 중 아예 보유자(인간문화재)가 없는 종목은 7종목이었다. 또 전승자인 전수교육조교가 없는 경우도 22종목이나 됐다. 특히 베틀의 부속품을 만드는 바디장은 보유자와 전수조교가 모두 없어 단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문화재가 되기 위해서는 전수장학생부터 이수자, 전수교육조교를 거쳐야 하는데 그 기간이 보통 15~20년 이상이고, 인간문화재가 되서야 인기종목 월125만원, 비인기종목 월162만 5000원을 정부에서 지원 받을 수 있다.

수년간 연마해 전수자인 전수조교로 인정받아도 인기종목 월62만 5000원, 비인기종목 또한 많아야 월87만 5000원에 그치고 있다. 특히 걸음마 단계인 전수장학생이 받는 지원금은 월25만원으로 부수입이 없는 비인기 종목의 경우 생업을 포기하고 기술을 연마하면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다.

서 의원은 "2009년부터는 비인기 종목에 대해 지원금을 늘렸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원금을 현실화하고 무형문화유산을 생활 속에서 자주 경험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해서 생계에 대한 걱정을 덜어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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