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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인기 역주행' 1세대 행위예술가 이건용…꿈은 끝나지 않았다

2019.06.04

[뉴스1] 이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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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갤러리서 개인전 '現身 현신' 여는 77세 이건용 작가 인터뷰
"경계를 벗어나야 해…구겐하임미술관 등서 개인전 열 것 "

국내 1세대 행위예술가 이건용 작가.© 뉴스1 이기림 기자

"세계는 '의논'하면서 살아야 해. (다른 존재와) 대화를 통해 살아야하고, 경계와 나이를 벗어나야 하고, 당리당락을 벗어나야 해. (사람들은) 꼭 거기에 빠져서 피 터지도록 싸우기 마련이지."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그룹 ST의 창립자인 이건용(77)의 말이다. 지난 3일 개인전 '現身 현신' 개막을 이틀 앞두고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만난 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행위예술을 선보인 개념미술 1세대 대표 작가답게 '갇혀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건용 작가의 퍼포먼스는 1970년대에 시작됐다. 그의 퍼포먼스는 사소한 행동에 불과했다. 손을 이용해 동작을 취하거나, 먹기, 걷기, 숫자 세기 등 흔히 우리가 하는 행동과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당시는 유신 체제. 이때는 미술작업들조차 감시되고, 탄압이 이뤄지던 시대였다. 이건용은 굴복하지 않았고, 평범한 동작 속에 내재된 저항정신을 표출했다. 엄격하게 통제된 한국사회 안에서는 과감한 시도였다.

이건용 작가가 'The Method of Drawing 76-2-2019' 앞에서 작업했던 모습을 재연하는 모습.© 뉴스1 이기림 기자

그러면서 그는 캔버스 등 화면을 마주보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식에서 벗어나 화면 뒤에서, 또는 화면을 등지고 선을 긋는 작업들을 진행했다. 또한 이건용 작가는 신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하나의 매체로서 신체가 가지는 궁극적 역할에 대해 믿었다. 대표작인 '신체 드로잉' 등을 통해 자아의 존재를 타인에게 보이려 했다.

또한 이건용 작가는 자신의 퍼포먼스를 사진 등으로 체계적으로 기록해놓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기록을 보고 있으면 이건용을 모르는 사람들도 그의 작업이 어떻게 해서 이뤄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사진이 현장성을 강조하기 위한 매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진 그 자체로서 퍼포먼스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그는 동료작가와 함께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기록했고, 사진은 과거 그의 작업들을 확인하게 하는 기록물로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오는 5일부터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도 그의 퍼포먼스가 담긴 사진들이 전시된다. 이뿐만 아니라 회화, 조각 등 40여년에 걸친 그의 작업이 관객들을 만난다. 4일 오후 6시에는 전시장인 페이스갤러리에서 라이브 퍼포먼스도 선보인다.

이건용, 'Bodyscape 76-6-2019, 2019, Acrylic, pencil on canvas, 182x227㎝.© 뉴스1 이기림 기자

이건용 작가는 "예술이라는 건 방법론, 메소드(Method)를 통해 시대를 뛰어넘고 패러다임을 제시해가는 것"이라며 "제 작품은 예술이 무엇인지, 회화란 무엇인지, 그린다는 게 무엇인지 묻는 사유에서 나온 메소드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어떤 행위에 대해 보고, 지각하면서 상호간 의식을 공유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당대의 스타일, 양식 등에 예술이 매몰되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렇게 이건용은 40여년이란 시간 동안 회화의 본질인 선에 집중하고, 그린다는 실제적인 문제와 지각에 담긴 의미를 연구하고 있다.

그런 그의 노력은 현재 빛을 발하고 있다. 그간 한국미술계에서 다소 저평가된 경향이 있다고 여겨지는 작가는 요즘 대세가 됐다. 세계적인 페이스 갤러리 등과 작업하고, 해외 미술관에서 전시가 잇따라 열리며, 경매에서는 억대 작품 거래 소식이 들려온다. 행위예술로 주목받았지만 대세는 아니었던 이건용이 음악으로 치면 '차트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이건용 작가는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처음 만나보면 천진난만한 꾸러기 같은 마음을 가진 것 같지만, 사실 그 안에 굳은 심지와 깊은 사유를 지닌 이건용은 "세계적인 미술관인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영국 테이트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시는 5일부터 8월24일까지.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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