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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챠트에서 캔버스로로…화가가 된 애널리스트

2019.06.06

[머니투데이] 박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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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정환 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예술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김정환 씨/사진=본인제공

"퇴근 후 새벽 2시쯤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데 정말 총알처럼 달리더라고요. 이러다 그냥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하자"

어릴 적 꿈을 이룬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재능을 의심하거나 현실적인 제약과 다양한 이유로 어릴 적 꿈을 기억에만 보류한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나 그 꿈이 예술이라면 더 그렇다. 세상이 달라졌다지만 아직도 아티스트의 곤궁은 대세다.

늦깎이 화가가 된 김정환 씨는 나이 마흔을 앞두고 '그림'이라는 어릴 적 꿈을 향해 첫 발을 딛은 사람이다. 이후 십 여년이 지난 올해 초 그토록 꿈에 그리던 전업 화가가 됐다. 화가로 불리기 전 그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였다.

학창시절 미대를 꿈꿨으나 집안의 반대로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1994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리서치센터에서 투자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애널리스트로서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차트의 기술' '주가차트 보는 법' 등의 책을 냈고, 언론사가 선정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상을 받았다.

어릴 적 꿈이 다시 현실로 소환된 것은 2007년 늦은 봄. 퇴근길 택시 안에서 꿈을 돌아본 그는 한동안 일과 그림을 병행했다.

"처음에는 잠잘 시간도 없이 바쁘니까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엄두가 안났는데 안하니까 미치겠더라고요. 그러다 전시회를 열어야겠다 생각했어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그림을 그렸는데 사실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 없으니 방법도 몰랐어요. 홍대 앞 화방에 가서 재료를 물어보고 무작정 그렸어요. 하루 30분 자고 출근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2008년 7월 '존재의 성찰'이라는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미술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낮에는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애널리리스트로 밤에는 미술학도로 살았다. 그 사이 서울과 인천, 일본 고베 등이서 8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해외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묵음' 시리즈 중/ 사진=김정환

지난 해 말에는 '샐러리맨 아트 컬렉터'라는 책을 펴냈다. 우연히 경매업체 기업 탐방을 갔다가 미술품 수집을 시작하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본인의 취향을 알기위해서는 많이 보고 공부도 해야돼요. 그러다보면 취향이 생기고 안목이 생기고 자신을 알아가게 되는 거죠. 미술품 수집이 투자차원의 의미만 부각되는 게 현실인데, 자신을 드러내는 예술품을 모았을 때의 기쁨과 위로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는 지난 1월, 25년 간의 '이중생활'을 끝내고 본격적인 전업 예술가의 길을 택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행복하단다. 지금은 '소리없이 시를 읊다'라는 의미를 담은 '묵음' 시리즈를 발표 중이다.

"작업을 하다보면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구상 중인 작업들이 있는데 다 해보고 싶어요. 인생이 많이 남은 것도 아닌데 힘이 있을 때 큰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이에요. 주식 시장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어요. 시장 참여자들 95%는 아마 돈을 잃을 거에요. 돈을 번 사람들은 다수와 다른 행동을 하는 5%의 사람들이죠. 어쩌면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남들 하는 데로 살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글쎄요, 답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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