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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공터'에 집착해온 안경수 작가, 이번엔 '밤과 빛'을 바라보다

2019.05.10

[뉴스1] 이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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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수 개인전, 서울 피비갤러리서 6월22일까지 열려

안경수 작가.© 뉴스1 이기림 기자

회화작가 안경수는 자신이 바라본 풍경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그가 보는 풍경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공터나 외곽지역 공장, 컨테이너박스 등 사람이 부재한 장소에 집중한다.

그는 2013년 한 해 동안 서울 보광동 일대에 머물며 작업을 했다. 그런데 동네를 돌아다니다 그의 시선이 멈추는 곳은 언제나 빈 공간이었다.

9일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에서 만난 안경수 작가는 "일부러 공터만 찾아다닌 게 아닌데, 이곳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풍경에 관심이 간다"며 "휴식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곳이 오로지 내가 자리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생각됐다"고 말했다.

비어있다는 특징은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둡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 '요란한 밤 A Loud Night'에 나온 작품들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빛'이 폐허와 어둠 속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전시된 작품 속 그려진 빛과 조명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사람들이 빛을 더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유일하게 사건이 일어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는 서사가 담겨있기 때문.

그러나 작가는 작업의 서사성을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런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을 바람직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런 빛이 있음으로 해서 주변 풍경들을 인지하게 하는 약간의 역할을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렇게 작품에 어둡게 그려진 돌멩이, 쓰레기, 건물, 컨테이너 등이 어렴풋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대비 등을 통해 미묘한 긴장관계가 발생한다.

안 작가는 "밤, 어둠이란 것은 어떤 대상을 시각적으로 모호하고 불안하게 만들지만 오히려 저는 이때 의식이 뚜렷해지고 대상들이 더욱 명료하게 보인다"며 "사람들은 제 작품에 있는 빛을 주목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저는 오히려 어두운 곳에 있는 것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가는 '빛'이 아닌 비어있고 어두운 곳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 주목할지는 전시를 보는 사람의 몫이다.

전시를 기획한 피비갤러리측은 "이번 작업들은 좀 더 그리기 자체의 행위와 화면에 대한 오랜 응시 그리고 캔버스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더욱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처음 보면 뭔가 외롭고, 허전하고, 버려진 느낌이 주를 이루고, 다시 보면 빛이 뿜어내는 강렬함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멈추고 작가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슴푸레한 빛이 비추고 있는 사소한 것들에 눈길이 가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표면을 보는 것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그 너머의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안경수 작가는 자본주의가 야기한 도시재개발과 인공적인 풍경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으로 작업을 이어간 작가다. 현재는 좀 더 일상적인 풍경으로 관심을 옮겼다. 종근당예술지상 등을 수상했다. 전시는 오는 6월22일까지.

안경수, 사직동.© 뉴스1

안경수, 붉은 가로수.© 뉴스1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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