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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폴란드 작가 보디츠코 "백범 김구가 꿈꾸던 국가에 매력"

2017.07.04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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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국립현대미술관서 아시아 첫 회고전
광화문 촛불광장 목소리 기록한 신작 '나의 소원' 공개

"지난 겨울 서울에서 (광화문광장 같은) 공적 공간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공공의 장소가 정치적 행위를 위한 무대가 됐고, 문화적 전쟁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죠. 이러한 맥락에서 제 작품을 소개하게 돼 더욱 뜻깊게 생각합니다."

오는 5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갖는 폴란드 출신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74)가 4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공적 공간에 드러내는 디자인 및 공공 프로젝트를 해 온 보디츠코는 지난 겨울 광화문 촛불 광장 등을 수차례 방문하며 현장을 기록하고, 그 결과물을 이번 전시에서 대형 프로젝션 작품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보디츠코의 주요 작품 80여 점이 총망라된다. 이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은 폴란드 우치미술관과 프로필파운데이션, 프랑스 리옹 현대미술관, 미국 뉴욕 갤러리 르롱 등 6개국 10개 기관과 협력했다.

보디츠코는 "공적 장소가 집회나 시위를 통해 정치적 활기를 띄지만, 진정한 공적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시위가 있을 때 '유토피아적 사고'를 가진 문화적 프로젝트가 개입된다면 서로가 서로를 대면하고 서로의 입장을 교류하면서 결국 시위가 일어나야만 하는 이유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문화적 프로젝트가 변화를 가져온다"고 했다.

특히 보디츠코는 이번 전시에서 '나의 소원'(My Wish, 2017)이라는 커미션 작업을 공개한다. 백범 김구의 논문 '나의 소원'에서 제목을 가져온 것으로 김구 조각상의 얼굴, 손, 발에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영상으로 랩핑되는 프로젝션 작업이다.

보디츠코는 백범 김구의 이야기를 이번 신작 작업에 가져오게 된 이유에 대해 "김구가 꿈꾸던 통일된 한국에 대한 비전, 기쁨의 국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민주적 국가, 그리고 아름다움과 문화에 초점을 맞춘 국가에 이끌렸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커미션 작업인 '나의 소원', 2017, 작가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1943년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크지슈토프 보디츠코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1968년부터 유니트라(Unitra) 등에서 산업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실험적인 예술인과 지식인들이 운영하던 대안공간을 중심으로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1977년 캐나다의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캐나다로 이주했고, 1980년대에 들어 미국의 뉴욕,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와 카셀 등 여러 도시에서 사회 비판적,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야외 프로젝션 작품을 잇달아 발표했다.

미국, 멕시코, 독일,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난민, 외국인, 노숙자, 가정 폭력 희생자 등 상처받고 억압된 사람들이 공적인 공간에서 발언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공공 프로젝션과 디자인 작품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개선문 전쟁 폐지를 위한 세계 기구를 위한 기획안, 2010,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여기에서 나가 참전 군인 프로젝트, 2009,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스위스 바젤 쿤스트뮤지엄 전면에서 상영된 미등록 이주노동자, 2006년,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히로시마 미술상 수상 기념으로 열린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원폭돔에서 열린 공공 프로젝션 히로시마 프로젝션. 1999,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전시는 그의 주요 작품 세계를 만나 볼 수 있는 회고전 형식의 제5전시실과 신작 '나의 소원'이 소개되는 제7전시실로 구성됐다. 그 중 회고전 파트는 총 4부로 기획됐다.

1부 초기작에서는 사회주의 국가 내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규제 간의 긴장을 다룬 작품과 시각적 규제와 규범 등을 소재로 한 폴란드에서의 초기 작품들이 소개된다.

2부 기구는 노숙자, 이민자 등 공동체 내의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차별과 부당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대상들의 '파르헤지아'(Parrehesia, 자유로운 발화)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문화적 보철기구'(Cultural Prosthetics)를 디자인하고 제시하는 동시에 이들의 존재를 드러내 문제를 제기한다.

3부 공공 프로젝션에서는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현지 공동체와 함께 진행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가정폭력생존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티후아나 프로젝션'(Tijuana Projection, 2001), 원폭 피해 여성, 특히 재일 조선인의 목소리가 담긴 '히로시마 프로젝션'(Hiroshima Projection, 1999) 등 총 10편의 영상과 함께 관련 메이킹 영상이 소개된다.

4부에서는 참전군인 및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담은 영상 작품과 함께 전쟁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 상황을 그린 '비(非) 전쟁'을 만나볼 수 있다.

제7전시실에서 공개되는 신작 '나의 소원'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작품이다. 독립운동가인 백범 김구의 정치적 이념을 밝힌 논문 '나의 소원'에서 제목을 가져온 것으로, 복제한 백범 김구 조각상의 얼굴과 손, 그리고 발에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영상으로 랩핑되는 프로젝션 작업이다.

'나의 소원'을 접한 보디츠코는 그가 꿈꾸던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기대에 이끌렸고 지난해 5월부터 다양한 사람들의 만나 그 목소리를 담아 나갔다. 약 1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이 작품은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 해고노동자, 탈북 예술가, 귀화 영화배우, 동성애 인권 운동가, 소외되는 노인 등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을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폴란드 난민으로 시작해 진정한 세계 시민으로 거듭나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해 온 보디츠코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예술과 사회, 민주적 절차 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마주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있다. 개막일인 5일 '2009 베니스 비엔날레' 폴란드관 커미셔너인 보제나 추박(Bozena Czubak) 프로필파운데이션 디렉터와 폴란드 현대미술 전문가인 아키코 카스야(Akiko Kasuya) 등 전문가의 특별 강연이 준비돼 있다.

전시 기간 동안 릴레이 토크및 워크숍 등이 진행된다. 전시작품에 대한 설명을 담은 오디오 가이드는 한국어는 탈북 성악가 김가영이, 영어는 난민인권센터의 추천으로 인도적 난민 지위를 획득한 탄자니아 출신 재클린이 맡았다.

전시를 기념해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과 크지슈토프 보디츠코의 대담 등이 담긴 도록과 보디츠코가 지금까지 써온 선집도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글로벌 미술 매체 아트넷(artnet)이 지난 5월 말 선정한 '썸머 아트 프리뷰: 여행을 가서라도 볼 만한 전시 19선' 중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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