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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박현주의 뉴시스아트]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과 자폐가 키운 씨킴(CI KIM)

2017.06.13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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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씨킴(CI Kim)이 오는 9월1일부터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The Road is Long’을 타이틀로 여덟 번째 개인전을 연다. '씨킴'은 천안시 고속터미널 주변을 '예술 작품화' 시킨 아라리오 그룹 김창일 회장의 또다른 이름이다. 사업가로, 세계적인 컬렉터로 부상한 그는 1999년부터 '씨킴'이란 이름으로 예술가로 변신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그릴때 가장 힘든 건 고스톱..안되면 발작" 천안아라리오갤러리서 9월1일부터 8회 개인전

'현대인도 못알아먹는'다는 '현대미술'. 하지만 그에게 오면 간단해진다. 영화 '넘버3' 삼류건달 송광호가 더듬더듬 했던 말처럼 '내가 현현대미술이라고 하면 현현대미술이야~' 가 된다.

벌써, 12년전 그는 그렇게 미술인들을 깜짝 놀라켰다. 2003년부터 씨킴(CI KIM)이란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고 난해하다는 '현대미술'을 까부셨다. 사진, 영상, 회화, 설치작업까지 아우른 작업은 '자유' 그 자체였다. 캔버스 기행은 이어졌다. 토마토를 캔버스에 던져 깨친 자국을 전시 하는가 하면, 바다에 떠다니는 부표 스티로폼을 주워모아 모자를 씌우고 사람처럼 해놓고 전시장에 내놓았다. 스스로 폭발한 그의 예술은 남이 보기엔 '예술 참 쉽죠 잉'으로 희화됐다.

사업가에서 예술가로의 변신은 비웃음의 시작이 됐다. '똘아이', '돈 질'한다는 쑥덕거림이 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오기 힘든 '세계 100대 컬렉터', 경매나온 공간사옥을 150억원 구입해 뮤지엄을 꾸며도 '천안 졸부가 미술판을 흔든다"며 격을 낮췄다. '장사꾼'이라는 시선이다.

"그러게요. 아티스트는 기업을 해도 아티스트고, 기업가가 아티스트를 하면 왜 사업가야?. 난 참 그게 불만이에요."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천진난만함이 드러나는 김창일 회장의 그림. 사람 눈같이 생긴 종이를 오려 아이같은 모습으로 그려놨다.

연매출 3500억원의 중견기업을 이끄는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65)이다. 31일 그가 '씨킴'으로 여덟번째 개인전을 연다고 해서 천안에서 만났다.

"충성~". 그를 만나면 주변이 시끄러워진다. 일단 큰소리로 머리에 손을 얹고 인사를 해 무장해제시킨다. 웃음이 터지게 하는게 매력이다.

"이젠 그런 오해가 많이 없어졌어요. 뮤지엄을 많이 열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말들이 사라져서 좋아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자신감은 없었다. (묻지도 않았는데)"아직도 사람들은 비즈니스맨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김창일 회장은 서운함을 내비췄다.

커피를 들고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계단을 하나씩 오르자 그의 몸이 가벼워진듯했다. 자동으로 갤러리 문이 열리고, 전시장이 훤히 보이자 그는 김 회장에서 '씨킴'이 됐다. 목소리가 커지고, 어린애처럼 들떠 작품을 설명하다가, 큐레이터를 불렀다. "내가 하면 이상한데, 류정화(큐레이터), 작품 설명을 해줘라. 하하하~"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씨킴의 개인전이 열리는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이 입구에는 씨킴의 심정이 낙서처럼 써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얼마나 달라졌을까.

전시장은 그동안 작품과는 다른 모습이다. '참을수 없는 가벼움'으로 얽혀진 이전 작품과는 달리 정숙하고 무게감까지 흐른다.

가로 122cm, 세로 244cm 크기의 작품들이 반듯하게 줄지어 걸렸다. 갈색으로 차분하게 보이는 작품은 다가서니 완전히 녹이 슬었다. 합판을 이용한 연작 '무제'시리즈로 1년간 자연에 방치해 나온 작품이다.

"이건 시멘트벽돌을 올렸다가 뗀 자국이고요, 녹슨 작품은 철판위에 놓아둔 합판을 올려놨다 뗀 겁니다."

햇볕과 비, 바람, 시간을 견디고 단련되어 원 재료가 변화된 모습을 선보인 것. '만든다'는 개념이 아닌 사물을 '관찰'하고 '발견'하는데 초첨을 맞춘 작품들이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씨킴의 여덟번째 개인전은 물 공기 햇볕과 같은 자연의 요소에 그대로 노출되어 나온 녹슬고 먼지낀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the long and winding road'는 비틀즈의 노래에서 따왔다.

씨킴은 "이제 그린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자연스러움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건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화가로서의 '씨킴'(CI KIM) 이라는 이름은 1999년부터 사용했다. '보다'라는 의미에서 'see'에 발음이 같은 'Ci'를 써 'CI KIM'이 됐다. 그럴싸해 보이는 영문이름이지만 '김씨'라는 뜻이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비참하고 초라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느님이 준 작업은 신기해요. 배합이라는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철가루가 더 묻고, 덜 묻고, 그런 과정들이… . 야, 자연은 이렇게 하는데...하하~"

그의 생각과 실험이 점점 진화한 듯 했다. '자연스러움' 은 이제 화두가 됐다. 전시장 2층에 소개한 시멘트 작업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젖은 휴지, 철가루, 토마토등을 캔버스에 조합하여 새로운 질감을 만들어냈다면, 이젠 어떠한 색과 첨가물도 포함하지 않은 무채색의 시멘트 재료가 캔버스에 거칠게 달라붙었다. "앞으로 시멘트 작업은 드로잉과 버무려져 계속 실험이 될 겁니다. 색도 칠하거고요."

작품 설명에 들떠 있던 그가 느닷없이 "어릴적 나는 자폐였다"고 했다. "왜냐면 내가 이런 작업을 왜 하는지 나를 이해못합니다. 네가 왜 작업을 하냐고 하는데 저도 이해가 안돼요. 중,고, 대학교까지 그림을 그려본 생각을 못해봤걸랑요."

무슨 '예술가 스토리텔링'을 하냐며 되받아쳤지만 그는 진지했다. "어린 시절부터 누구와 어울리기 싫어하고 단체행동을 어려워했어요.혼자있는 것 좋아하는데, 지금도 혼자서 막 자문자답하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그런 문제들이 이런걸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 치유가 됐다는 것.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데미안 허스트의 ‘채러티’(Charity), 원형돌기를 묶은 구조물은 일본 작가 코헤이 나와의 ‘매니폴드’(Manifold)등 수십억대 예술작품이 즐비한 천안 고속터미널 신세계 백화점 옆에 위치한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 씨킴의 개인전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러면서 '신발 신고 있는 사람같은 냉장고', '코가 달린 누런봉투'를 가리키며 이런게 모두 정신분열 비슷한 것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아직도 사물이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다. 왜 굳이 이런말까지 털어놓는 걸까. "내가 왜 미술을 하는지 사람들이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아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에요."

내면에서 폭발해 솟구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씨킴'이 된 그는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작품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실상과 허상을 보이려 스티로폼을 브론즈로 떠놓기도 했고, 시멘트를 덕지덕지 바른 시멘트 인간조각도 있다. 명품 신발박스도 브론즈로 작품이 됐다.

특히 눈길을 끈건,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보이는 거대한 극사실화다.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 숀펜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은 작년말부터 그렸다고 했다. 극사실화가 강형구화백도 울고 갈 그림앞에서 혹시 레슨을 받았나?라고 묻자, "잘 그린다는게 뭐예요?'라고 반문했다.

가벼움과 진지함을 오가던 그는 병원에서 썼다는 '플라스틱 오줌통' 앞에서 멈췄다.

"마누라가 제발 이것만은 치우자고 했는데 내가 그대로 뒀어요"

아라리오 김창일회장 개인전

브론즈로 뜬 '오줌통'은 더이상 그 오줌통이 아니다. "작년에 내가 대수술을 받았어요. 병원에서 분석하는게 오줌이에요. 맨날 받아다 줬죠. 수술하고 마취깰때 1시간동안 고통을 겪었어요. 이 병을 보면 내가 병을 앓았다는 거죠. 겸손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도록하는 스승이이에요. 허허"

'죽음의 공포'는 즐거움의 원천이다. 9년6개월을 함께 살다 지난 3월 8일에 세상을 뜬 '짱아'가 그걸 다시 가르쳐줬다고 했다. "만졌을때, 그 느낌. 만져본 사람만이 알죠."

그는 "사람이라는게 언제간 죽는데, 진짜 조심하자. 진짜 즐기면서 하고 싶은 일 하자"는 깨달음을 줬다며 "반성 할 수 있는 시간을 짱아가 내게 주고갔다"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환갑이 훨씬 넘은 나이지만 감정의 등락폭이 크다. 작가도 작품도 '천진난만'함의 도발이다. 9월1일부터 여는 이번 전시 제목 은 '더 로드 이즈 롱'(The Load Is Long)이다. 비틀즈의 노래 'The long and winding road' 에서 따왔다. "자신의 활동은 결국 미술이라는 긴 길을 지나는 여행"이라는 뜻을 담았다.

실제로 그는 미술속으로 훅 들어와 '일상을 예술로' 둔갑시켰다. 천안 고속터미널 광장에 수백억대 비싼 수많은 조각품을 설치한데 이어, 서울과 중국 상하이에 갤러리를 확장 오픈하고, 제주도에 버려진 폐공간을 사들여 뮤지엄 5곳을 개관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씨킴이 시멘트를 캔버스에 붙여 작품화한 신작을 설명하고 있다.

"날 키운 건 99%의 꿈과 1%의 돈” 이라는 그는 이제 사업가.컬렉터,예술가로 한몸이 됐다.

'네가 무슨 그림이냐"고 비아냥했지만 2년마다 한번씩 꼬박 꼬박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에게 예술은 즐거운 놀이다. 잡다한 물건도, 폐품도 그가 발견하면 '현대미술품'이 된다. 작가로서의 자기 확신이 뚜렷해진 결과물이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사는 사람, 힘든 게 있을까?.

"그림을 그릴때 가장 힘든게 '고,스톱'이에요. 어느 순간에 멈춰야 되는데, 멈출때가 어디냐는 것, 그것 때문에 미치죠.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하고 나면 어떻게 할수가 없어요. 막 광란을 일으키는 거지, 발작을 하는데 그때가 너무 힘들어요. 잘그리고 못그리는건 아무 문제가 아닌데, 더이상 여백을 남겨야 되느냐 더 해야 하느냐가 너무 힘들어…. 작업할때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어요."

회화 조각 설치 사진등 50여점이 나온 씨킴의 제 8회 개인전은 11월 1일까지 열린다. 041-55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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