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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정지 화백 "쓰고 긁고 지우고 50년째 반복하는 이유요?"

2017.03.14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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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선화랑서 1년만에 다시 개인전
기호·문자 결합한 대형 신작 20점 전시



“나는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쓰기와 긁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쓰기-긁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것은 어떠한 ‘사물’을 시각적으로 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행위 자체가 회화적 요소와 문자적 요소를 병합했을 때 어떠한 ‘양상’을 드러내는지에 관심이 있다."

지난해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주목받은 이정지 화백(76)이 1년만에 다시 선화랑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묵시적이고 관념적인 모노크롬 작업을 선보였던 작년과 달리 이번 전시는 기호와 문자가 들어간 대형(120~200호)신작을 내놓았다. 지난해 연 'What “Art” You Doing Now?' 2부전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라며 자문하며 쓰고 긁고 지워나온 작업은 "그때 그때의 호흡에 따라 자유롭게 유동하면서, 또는 유동성마저 의식하지 않는 데서 이루어진다."

국내 여성 작가로는 드물게 모노크롬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왔다. 1966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1968 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60~70년대 부터 작업 목표는 "'탈(脫) 일루전(illusion)’이었다. “여태껏 꿈꿔 온 그림에 대한 열망을 흑과 백으로 잡아내는 것이었다.” 이미지를 지우는 '생장(生長) 시리즈'로 사물이 지워졌을 때 나타나는 공간과 흔적에 집중했고, 이후 80년대 모노크롬화의 바람을 탔다. 1983년 이후부터 ‘반복 행위’가 주를 이루는 모노크롬화에 천착했다. 신체성, 촉각적 특징이 두드러진 작업으로 85년 까지 '무제' 시리즈로 나아가 현재까지 'Ο'시리즈로 작업해 오고 있다.

안료를 긁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남아있는 흔적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공간을 표면에 새기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이 화면에 서체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서체를 쓰고 지우는 행위로 글씨자체의 의미전달이 아닌 시간의 변화를 찾고자 집중한 시기다. 이 시기는 안진경체와 추사체를 작품에 끌어들여 행위를 화면과 일체화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그 결과물이다. 문자와 결합한 단색의 화면은 긁고, 쓰고, 지우고, 깔고를 반복한 궤적의 층으로, 작가가 의식적으로 숨겨 놓은 시간의 흔적을 드러낸다.

"나는 적극적으로 화면에다 긁기와 쓰기를 하면서 획의 반복과 집합, 그리고 확산과 전복을 시도한다. 나의 획들은 기(氣)에 의해 생명⋅관념⋅감정⋅상상 모두를 포괄한다. 작가로서 나는 사물과 언어, 현실과 상상, 이승과 저승 사이의 경계에 천막을 치는 유랑인이고 싶다"

김복영 미술평론가는 "무엇보다 이정지의 '동그라미'는 사물과 언어로 이해되는 표상의 세계를 뒤집는다"며 "천의 얼굴로 우리 시대의 양자적 세계상을 그려 보인다"고 평했다. 이는 "금세기에 빈발하고 있는 온갖 급변상황의 이모저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양자시간의 논리가 상식과 확실성이라는 고전역학의 시간을 전복하듯 작가가 근자에 보여주는 세계는 바로 오늘의 세계가 안고 있는 시간의 불확실성을 압축하고 있다. 이는 작가 스스로가 생애의 모험과 실험을 통해서 시대적 상황과 만날 수 있었던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다. 그가 자신의 50년의 탐구사에서 얻은 결실이 이것이다."

긁고 쓰고 지우고, 긁고 쓰고 지우고…무념무상의 반복행위가 만들어낸 '시간의 율동'의 힘은 세다. 서체와 결합한 단색의 화면은 드글드글 공명을 일으키고 자생(自生)한다. 전시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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